진보라展 / JINBORA / printmaking   2016_0601 ▶︎ 2016_0720 / 주말,공휴일 휴관

진보라_Downtown_실크스크린_35×6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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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레이블 갤러리 LABEL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204(필동 2가 16-13번지) 4층 Tel. +82.2.2272.0662 labelgallery.co.kr

화장품이 놓인 풍경 ● 화장품은 더없이 매력적인 사물, 오브제다. 용기와 라벨, 향기 등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감각에 치명적인 유혹을 안기는 것이 화장품이다. 동시에 화장품은 인간이란 존재를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존재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고 약속하는 마술에 해당한다. 진보라는 진열대나 화장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화장용품을 바닥에 붙거나 조감의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특히 빌딩숲은 연상시킨다. 시선의 위상변화에 의해 익숙한 사물이 낯선 존재로 탈바꿈되고 있다. 사물이 건물이 되고 화장품이 모뉴멘트가 된다. 각종 화장용품은 동물성의 인간 육체를 지우고 그 표면을 또 다른 존재로 환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화장용품은 제각기 특별한 기능을 선사하고 그 기능에 의해 인간의 몸은 본래의 상태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혹은 탈육체적인, 탈시간적인 존재가 된다. 본래의 육체를 부정하고 새로운 존재로의 변신을 욕망하게 하는 화장품은 유혹과 공포를 동시에 심어준다. 그러한 양가적 감정이 싹트는 화장품 진열대가 진보라에게는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진보라_Big city_하네뮬레지에 디지털 프린트_110×170cm_2010
진보라_Oxford Circus_알루미늄에 디지털 프린트_50×71.5cm_2016

소비사회란 필요 이상으로 사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환각의 체계'이다. 그 대표적 소비상품이 화장품이다. 여성들은 몸의 미세한 부위별로 화장품의 품목을 구비해야 한다. 그것은 기능별로, 색깔별로, 혹은 돈에 따른 무수한 차이를 요구한다. 화장은 일종의 제도이다. 성의 상품화와 소비사회의 강요된 미의 전형과 관련되는가 하면 여자들의 일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인공의 미를 대표하고 감각과 관능, 전형화 된 미의식, 소비적인 아름다움의 욕망과도 깊게 연루되어 있다. 이른바 화장이라는 것은 이미지나 기호에 의해 표시된 것 즉 브랜드화 된 것, 미의 기표가 계산되고 그 계산에 따라 구성된 미를 가공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얼굴의 새로운 현실원칙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아름다움에 대한 종교적인 믿음과 갈망을 충족시켜 주는 구원 같은 상품들, 그것이 바로 화장품이다. 진보라는 백화점이나 화장품 샵의 진열대, 또는 개인 화장대에 가득 늘어선 여러 화장품을 사진촬영 한 후 이를 기반으로 실크스크린 제작을 했다. 화장품들이 놓인 자리, 배열과 배치, 크기와 각도를 컴퓨터 작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작한 후 이를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낸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사진정보를 컴퓨터에 넣어 이미지는 디지털 작업을 통해 왜곡, 단순화, 반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등 원하는 형태로 조작한 후에 이를 바탕 삼아 최종적인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으로 찍었다. (한편 화장품이란 상품 자체가 산업사회의 대량복제시대를 위한 것이고, 미디어를 통해 강제되는 미의 유형과 틀을 반복, 복제하는 것인데 이러한 특성은 다분히 실크스크린 기법과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화장품 용기의 원래 색채 위에 다른 색채가 부가되기도 하고, 전혀 이질적인 색채로 대체되기도 한다. 외곽을 흩트리거나 단순화시키는 한편 리터치 된 붓질 자국으로 회화적인 효과를 강조하기도 하고 더러 사진 이미지 특유의 망점을 살려 인쇄매체와 기계적인 프로세스의 특질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납작하고 단순화시켰지만 동시에 스펙타클 한 이미지가 되었다. 사진과 회화의 중간지대에서 유동하는 이미지이자 사진적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의 반응에 해당하는 (판화)이미지다.

진보라_After midnight_실크스크린_70×130cm_2007
진보라_Soho No.1_실크스크린_50×50cm_2011
진보라_Urban district_실크스크린_51.5×80cm_2011

진보라의 작업은 화장품이라는 현대인의 일상소비용품의 존재를 질문하고 그것들이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에서 도시공간과 획일적인 현대인의 삶과 문화를 또한 물어본다.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각각의 화장용품이란 오브제를 매혹적으로 다시 보여주는 이 작업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미를 발견하는 오랜 전통과 사물의 수집으로 인해 가능한 작업의 세계,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사물들을 응시하면서 그 안에서 현실의 여러 측면을 조용히 떠올려내는 여러 미덕을 지니고 있다. ■ 박영택

Vol.20160605c | 진보라展 / JINBORA / printma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