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 2016_0618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6월13일 휴관 * 전시 종료일 관람시간은 오후 3시까지 입니다.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광역시 동구 독립로 268 롯데백화점 11층 Tel. +82.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초록비(綠雨), 그 싱그러운 생명수처럼 ● "풀이랑 꽃이 가득한 흙길하고 편하고 빠른 시멘트길 중에 어떤 길이 좋니?" "아빠, 나는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풀들이랑 꽃들이 있는 길이 더 좋아요!" 위의 대화는 오치근 작가와 딸 은별이가 함께 만든 「섬진강 그림여행」 중, '섬진강 둑길은 시멘트길'이야기 속 부녀가 나눈 담소이다. 오치근의 그림책에는 이렇듯 자연과 사람의 따뜻한 공존, 아니 공생이 자주 언급된다. 한 공간에서 함께 살며 서로 도움을 주는 삶은 참 아름답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우리에게, 삶터의 진정한 가치를 제시하는 아빠와 딸의 그림여행은 되돌아볼 만한 많은 꺼리들을 제공한다.
광주롯데갤러리에서는 푸르른 절기를 맞아, 두 달 여 동안 이 지역 출신의 그림책 작가를 초대중이다. 5월 전시에 이어 그 두 번째 주인공으로 소개하는 이는 한국적인 그림체로 우리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담아낸 작가 오치근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백석 시인의 동화 시 12편을 접하면서 그림책에 그림을 시작했다. 오치근은 대학시절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시의 토속적인 미감과 정겨운 우리말을 표현하기 위해 한국화 기법인 수묵담채를 주로 사용해 왔다. 본 전시에서는 딸 은별이와 함께 그린 그림여행 시리즈 「섬진강 그림여행」 「지리산 그림여행」을 비롯해,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초록비 내리는 여행」, 그리고 백석 시인의 동화 시 4편을 그림책으로 펴낸 「산골총각」 「오징어와 검복」 「집게네 네 형제」 「개구리네 한솥밥」 등 그림책 원화와 더불어 전 작업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더미북, 아이디어 스케치, 스토리 보드 등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지리산으로 둘러싸인 남원의 작은 마을 운봉에서 태어난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그림책 버스 뚜뚜」를 통해 어린이 공원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하며 그림책 일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5년, 유년기를 보냈던 지리산 자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주로 백석 시인의 글을 그림으로 그렸고, 맏딸 은별이와 함께 섬진강, 지리산 일대를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경험들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낸 그림여행 시리즈로 더욱 알려졌다. 특히, 「아빠랑 은별이랑 섬진강 그림여행」은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이야기이며, 문광부 우수교양도서로도 선정되었다. 섬진강의 발원지에 대한 은별이의 궁금증을 시작으로 구례, 곡성, 하동 등 섬진강 일대의 풍광과 여행지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가 작가의 농익은 수묵담채와 은별이의 오밀조밀한 스케치로 담겨졌다. 넉넉한 지리산 자락과 산이 품은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설화를 풀어낸 「지리산 그림여행」, 한국의 차 문화 유적을 더듬으며 선조들의 고결한 정신과 우리 차의 의미를 거듭 강조한 「초록비 내리는 여행」까지, 오치근은 오랜 역사와 호흡을 함께 해온 우리 산천의 소중함,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가족과 공유하고 체감하고자 했다.
한편, 해방 이후 정갈한 우리말로 겨레시를 썼다고 평가 받는 백석 시인의 동화 시를 그림책으로 재탄생시킨 작가는 민족적 시어와 의성어, 의태어, 운율 등을 담백하고 풍부한 먹의 농담으로 풀어내 스토리에 생동감을 더한다. 의인화를 통해 풍자와 교훈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시인의 대표작 「오징어와 검복」은 "남들에게 다 있는 뼈, 내게는 왜 없을까?"라고 자문하는 오징어에 빗대어진 우리 민족에게 주권의식과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다. "나라를 잃은 시인이 동화시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는지 많은 고민을 하며 그림 한 장 한 장을 그렸다"고 언급하는 작가로부터 시인의 의식과 진취적 정신을 올곧게 전달하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작가는 사람에게 이로운 보답을 하는 신령스러운 차나무를 보며"세상 만물에 마음을 쏟으면 그것이 곧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한 곳에 깊이 뿌리내리는 차나무처럼, 혹은 아름다운 우리말로 '빼앗긴 들'을 이야기한 백석 시인의 의지처럼, 이번 전시에서 우리 삶터의 현재 모습과 가치를 새삼 제고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초여름을 맞아 자연의 싱그러운 정취를 느끼며, 온 가족이 함께 떠날 수 있는 그림여행이 되기를 기원한다. ■ 롯데갤러리
Vol.20160606g | 오치근展 / OHCHIGEUN / 吳致根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