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채집하려는 사육사와 박제사

김우진展 / KIMWOOJIN / ??? / installation   2016_0603 ▶︎ 2016_0620 / 백화점 휴점일 휴관

김우진_평범한 사슴_플라스틱 의자, 스틸, 자동차 페인트_137×124×50cm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월,목_10:30am~08:00pm / 금,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9층 Tel. +82.42.601.2827~8 blog.naver.com/sonsjsa

시간을 묶는 사육사를 품은 박제사-작가의 태도와 재료가 작품의 양태가 될 때: 박제, 소망에 대한 욕망의 투사 ●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김우진은 어린 시절 동물 사육사의 꿈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의자 조각을 활용하여 말, 산양, 사슴 등 자신이 사육하고 싶은 다양한 동물의 형상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그 과정에서 단순히 동물의 외형적 유사함을 재현하고자 하는 것보다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동물의 인상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정서적 재현에 집중한다. 그에게 작업은 어린 시절의 꿈을 해소하고 실현해가는 방식 중 하나이다. 플라스틱 조각들을 가지고 동물들을 소조(조각)하는 과정에 동물을 돌보거나 키우고 싶은 그의 욕망을 투사한다. ● 그 형상에서, 퍽 순진하면서도 인상주의가 제시하는 충동성도 드러내며, 다분히 정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작가는 기존 설치 문법을 추구하는 작가들과 달리 커다란 동물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조각들을 이어 작업한다. 그는 더불어 작품에 관한 태도가 몹시 솔직하고, 쉴 새 없이 다작하는 작가이다. 마치 박제사들이 하루에 몇 마리고 동물을 박제하듯, 김우진 작가는 저만의 동세와 서사를 고안하고 그에 따라 조각적 조형 문법을 작은 플라스틱과 함께 꾸준히 붙여가는 방식을 택한다. 그리고는 '순간'을 박제해 묶어버린다.

김우진_plastik-deer_플라스직 의자, 스틸, 자동차 페인트_135×90×75cm_2015
김우진_버려진 왕좌-BULL_플라스틱 의자, 스틸_80×52×87cm_2016

일반적으로 곤충표본이나 동물박제는 고대 미라에 향유를 바르던 관습을 그 기원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표본과 박제는 '전획/기념'과 '조각(예술품)'적 성격을 동시에 드러내는 복합체로 바라볼 수 있다. 기존 작업에서 표본 혹은 박제의 기능적 특질을 변화시키는 경험은 그 자체로도 작품 안에서 큰 성과를 낳았지만, 이는 작가에게 새로운 창작을 위한 전환점이 됐다는 지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완전한 죽음, 제한적인 영원성에 대항하려는 김우진의 세계관은 상태 그대로의 것인, 물질적으로 '불멸한 상태'에 동물들을 종속시켰다. 작가는 그리하여 단순히 동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원에 관한 기본적 욕망을 충족시킨다. 즉, 작가의 태도는 다시 작품의 양태가 된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막은 방어가 되기도 하고, 죽음에 대한 시간의 승리가 되기도 한다. 그 태도와 양태는 우리의 일상에서 대량생산되어 일회적이고, 임시적이며 가볍고 값싼 물건들의 재료인 플라스틱으로 표현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인상 깊은 특징 중에 하나는 작품에 쓰는 재료, 플라스틱을 통해 '생각'과 '형태'를 수집하고 박제하여 그가 만드는 동물들에게 영원한 시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김우진_평범한 것들의 왕좌-HORSE_플라스틱 의자, 스틸_72×63×37cm_2015

'새로운' 매체 실험 ● 많은 이들이 가진 현대미술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남들이 사용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비미술적 재료를 절묘한 맥락에서 활용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술 재료의 특권적 지위는 곧바로 미니멀리즘을 비롯한 1960년대의 다양한 예술실험들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1970, 80년대의 다양한 포스트모더니즘 흐름을 거쳐 변화했다. 1990년대 초반에 이르면 그 실험성은 마케팅의 논리에 포섭되기도 한다. 그리고 90년대 후반 디지털아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시각예술의 물리적 매체는 광학적 미디어로 그 시선을 달리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0년대의 오늘날 회화와 조각 등 상대적으로 오랜 방식으로 작업을 다루는 작가들은 몇몇 새로운 돌파구를 개척해 유구한 실험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갈 수 있었다. ● 그렇다면, 요즘의 현대미술의 진짜 실험성은 어디에 있을까? 실험성은 이미 재료의 역사적 흐름을 넘어, 필요에 따라 다양한 미디엄을 수용 및 재조합하는 일련의 과정에 깃든다. 모더니즘에서 특권적 미술의 미디엄으로 간주됐던 유화 그림과 브론즈 조각 등 매체적 권역이 기술발달의 흐름에 따라 해체됐고 예술영역 안에서 미학적 재맥락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특히 과거에 숭고한 예술의 소재로 인식되지 못한 플라스틱이나 공업매체들, 그리고 공산품 오브제들은 매체 자체의 역사에서 자본주의와 같은 20세기 역사성과 상징을 담아냈다. 바로 김우진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90년대 이후에나 새로운 기술적 비약이 이루어졌다. 플라스틱은 전통적이고 자연적 소재인 돌과 나무처럼 그것의 고유한 성질이 연구되었고, 활기차게 가공법이 개발되었다. 지금의 플라스틱이 가지는 뛰어난 성형성과 신축성은 오늘날 현대미술의 대표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재의 '감각적 차원'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각적 차원은 전과는 달리 변화된 재질과 화려한 색상 등을 넘어, 다양한 맥락들을 중첩시키며 새로운 감성적 효과를 수반한다. ● 이렇듯 사물이나 공간의 물성, 아우라만으로 온전한 예술성을 피력하기 힘든 시대에서 김우진 작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매체적 실험들을 진행한다. 먼저 형상의 구성에서 플라스틱 모듈을 추상적으로 뒤섞는 조합실험을 통해, 플라스틱 특유의 물성 안에 동물의 형상을 붙잡아 놓는다. 그가 활용하는 모듈과 조립의 구조는 다양한 형태적 변화와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두번째는 이러한 모듈구조들 사이에 타블로 형식을 활용하며 각각의 모듈 사이에 연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연결성은 '회화'와 '조각'이라는 고전적 장르의 한계를 넘나든다. 이러한 매체의 실험들은 작품의 내용과 맥락의 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향후 작품에 발전선상에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김우진_평범한 상어_플라스틱 의자, 스틸_160×192×125cm_2016

시간을 묶을 수 있는 특별한 재료 ● 김우진이 플라스틱 사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색상과 기법에서 오는 미적 효과이다. 플라스틱 모듈 위에 입혀진 색채의 표현적 특성은 관람객에게 동물의 외형보다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이런 효과와 작가의 주제는 충돌하고,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특정한 때를 채집해 고정시킨다. 생명―동물, 곤충, 인간 등―으로부터의 예술 연구를 인식하여 수집된 다른 작품들의 공통성처럼 작품에 표현된 동물의 모습은 박제나 표본을 목적으로 잡혀진 듯 한 동물의 단면, 도식화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유령 같은 존재로 침묵하는 색색이 화려한 동물은 박제된 상태로 숨을 잠시 멈춘 뒤 그저 보존되어 형태만이 남은 육체 주위를 빙빙 떠돌아다닌다. 동물의 초현실적 이미지와 감수성은 그렇게 전시 공간을 어슬렁거린다. ● 이렇듯 인지와 시각의 전통 안에서 색채는 강한 인상-이미지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에서 작가의 감각으로 선택한 색과, 플라스틱 성형 후에 실시되는 검정 도색은 회화적인 그라타주나 마티에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조각 위에 회화적 특성을 덧입힌다. 그리하여 관객의 시선은 색에 주목한 이후 각각의 붓터치와 색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따라 나와 또 다른 조형성을 발견하게 한다. ● 또한 플라스틱의 성형(조형)에서 느껴지는 조형미는 예술적인 면을 더욱 드러낸다. 미술 조형의 영역에 플라스틱이 활용되었을 초기에는 플라스틱 자체의 물성보다 기존 재료에 비해 대량 생산이 적합하고 경제적으로 우수한 효율성만 강조되었다. 그러나 미술가와 디자이너들은 플라스틱 물성 연구에 큰 공을 세웠다. 유기적인 성형에 의한 플라스틱은 점차 분야를 넓혀 하나의 예술 소품에서부터 건물의 전체적인 파사드 등 넓은 분야까지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다. 공간 안에서 플라스틱이 성형에 의해 자유로운 형태로 쓰이는 경우, 하나의 힘 있는 설치물이 되어 감각적인 조형미를 표현하게 된다. 김우진 작가는 이러한 특성들을 적극 활용한다.

김우진_평범한 얼룩말_플라스틱 의자, 스틸_185×140×110cm_2016

평범한 왕좌 그리고 작은 대관식 ● 이번 개인전에 처음 공개하는 「평범한 왕좌」(2016)를 출발점으로, 작가는 플라스틱의 새로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을 불에 그을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검은 대리석으로 좌대를 제작하고, 그 위에 분출하는 에너지를 물화시킨 형태의 색색이 녹아내린 황소 두상을 조각해 올려놓았다. 불에 그을린 플라스틱 작품은 마치 폼페이나 정지된 세계로 연결되는 관문인 것처럼 독해되는데, 작가 또한 이를 제 작업 세계를 변환점으로 소개하는 관문으로 삼아 이야기도 한다. 「버려진 왕좌」(2016)는 그간의 작업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기념비적 형태로 상당히 견고해 작가에게 전에 없던 변화를 던져준 작업이다. 플라스틱 조각을 통해 탐미적으로 재구성된 동물의 몸체와 그 에너지를 도해하는 초현실적 이미지 공간을 이리저리 변주하던 작가는, 구상과 추상, 표면의 회화성과 탄탄한 건축적 구조, 이 모든 양태를 아우르는 레이어의 공간을 구현해낸다. ● 어쩌면 김우진이 만들어낼 수 있는 플라스틱 재료의 새로움은 이미 모두 다 시도된 것 같지만, 그의 작업을 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입증된다. 작가는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강렬한 색상과 형태의 조형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내고 있다. 김우진은 박제 당한 듯, 고요한 이 동물 조각들을 통해 잊혀져 가던 본인의 꿈을 떠올리기도 하고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사라질 것과 그 이후 생겨날지도 모르는 어떤 것을 꿰뚫어 보도록 한다. 아르카익적 형태와 작가에게 특별한 재료의 차이를 수용하며 저마다 자리를 차지한 동물들 사이로 초대된 사람들은 박제사 스튜디오의 방문자이자, 새로운 장소에 처음 출근하는 사육사가 되기도 한다. 관람객은 시간을 묶어내는 보이지 않는 박제사와 주객체 전도가 되어 뫼비우스의 띠를 끊임없이 탈 것이다. ■ 강유진

Vol.20160609d | 김우진展 / KIMWOOJIN / ???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