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afternoon

문승현展 / MOONSUNGHYUN / 文勝鉉 / painting   2016_0615 ▶︎ 2016_0621

문승현_오후 Afternoon_종이에 수채_200×224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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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홈페이지_artist-moon.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협찬 / (주)미젤로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문승현의 오·후(午·後 After·Noon) 시간과 물 빛 그림자 ● "나의 작업은 한적한 계곡의 어느 오후 즈음의 풍경을 조용히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용히 바라볼 수 없다. 문승현의 「오후」를 보는 우리는 조용한 파적(破寂)을 경험한다. 벽면의 화폭을 따라 이어지는 돌 축대가 침묵과 위엄의 자태로 우리를 압도한다. 그런가 하면, 화면 한켠에 하얗고 섬세한 촉각적 흔적을 새기며 감미롭고 따스한 돌담처럼 우리를 불러들인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크고 작은 돌들의 견고한 형상이 바스러지고 굴러 내려 일순간에 깊고 오묘한 광채의 물 풍경으로 자리한다. 우리도 순식간에 물속을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을 따라 바위와 돌 틈 사이를 지나 물풀의 여린 속 뿌리가 내리 닿은 밑바닥 깊은 곳까지 유영하듯 거닐고 있다. ● 문득 그림을 보는 우리의 위치와 시선이 모호해진다.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계곡의 돌담을 바라보는지 혹은 수면에 비친 계곡인지, 아니면 수면의 바닥을 내려다보는지, 또는 심연에서 바위와 돌들의 바닥 혹은 그들 사이를 지나 수면 위 바깥세상을 올려다보는지 명확치 않다. 하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풍경 속 아주 작은 그림이 우리를 흐르는 물처럼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는 사실이다.

문승현_오후 Afternoon_종이에 수채_200×224cm_2016_부분

이 지점에서 문승현이 '풍경을 조용히 그려내고 있다'고 한 자신의 작업 소개가 흥미롭다. 그의 전체 작업과정에서 통상적인 그림 행위는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풍경을 조용히 그려내고 있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그의 작업 과정 대부분은 무척 역동적이다. 현대 모더니즘회화의 대표 격인 추상표현주의자들의 몸짓과 닮아 있다. 그는 바닥에 캔버스를 깔고 밑 작업으로 바탕색을 칠하고 그 위에 물감을 뿌리고, 붓질하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한다. 물감이 번지고 마르며 생기는 즉흥적이고 우연한 농담의 흔적들과 안료의 소밀(疏密)을 조율해가며 화면 전체를 고르고 평평하게 채우고 쌓아간다. 말하자면, 현재 그는 초기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특정사물이나 풍경을 사생하거나 구상하는 방식과 달리, 물감의 고유한 물성과 기법 실험을 통해 순수 조형 표현을 추구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승현은 '그려내고 있다'는 행위에 작업의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별도의 밑그림 없이도 크고 작은 돌들의 형상과 구도로 형태를 잡아내고 다듬어간다. 보는 우리 역시도 대개 제목이나 작가노트 등에 언급한 특정 시간과 장소를 참조하며, 애초에 작가의 의도로서 오후의 물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특정 풍경임을 명시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 작은 물고기들이 그것인데, 우연적인 물감 얼룩의 흔적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의도적으로 그린 수채화 형상이다. 문승현은 자신의 말대로, 전체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조용히 그려내고 있다.

문승현_오후 Afternoon_종이에 수채_200×448cm_2016
문승현_오후 Afternoon_종이에 수채_200×448cm_2016_부분

그런가 하면, 물가에서 오후의 한 때를 즐기는 주제라든지, 물 풍경의 결정적 단서인 작은 물고기의 그림 방식에서 동양화와의 친연성을 엿보게 한다. 특히 무심한 붓놀림으로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들을 실루엣으로 처리한 그의 수채화는 서양화의 양(陽)형상보다는 동양화의 음(陰)형상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물 풍경을 부감시(俯瞰視)와 앙시(仰視)로 공간을 압축된 평면으로 표현한 방식은 서양의 전통 원근법에 대한 새로움으로 현대추상회화를 거론하기 이전에 동양적 공간지각과 동양화와의 관계성을 별도로 살펴보게 한다. 하지만 문승현은 종이의 조직 사이로 안료가 침투하는 동양화와 달리, 종이의 표면에 안료가 흡착되는 서양 물감의 물성과 채색 방식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는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동양화와는 엄밀히 다른, 수채화의 바탕을 보여준다. 일명 스크래치기법인데, 물감 작업이 마무리된 그림 표면에 상처를 내어 바탕의 종이를 끄집어내는 방식이다. 그는 마치 수채화가로서의 바탕을 증명하는 행위처럼 스크래치기법으로 그림 흔적의 질감과 실루엣, 작가의 사인을 표면에 새긴다.

문승현_오후 Afternoon_종이에 수채_90×90cm_2016

문승현은 구체적 형상을 찾아 다듬어 가는 조각가나 문양과 질감에 예민한 금세공장인, 혹은 안팎의 구분 없는 레이스 실뜨기 장인의 이모저모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그는 화면 위에 물감을 튜브 째 짜 뿌리며, 자신의 토대가 물감을 뽑아 그리는 화가임을 분명히 표명하는 시위 흔적을 남긴다. ● 수채화라는 특정 제도와 장르, 화단을 중심으로 해온 문승현의 활동은 한계상황과 문제적 만남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의 시선이 분명한 저항과 자기 도전의 목표지점을 정확히 설정해왔음을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일련의 내외부적 충돌과 갈등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짚어가며 고유한 자기 그림의 단서를 찾아온 작가 문승현의 성실한 시간들, 그 열정과 집념이 한결같다.

문승현_오후 Afternoon_종이에 수채_90×90cm_2016

이러한 문승현의 시각과 활동은 정오(正午)와 닮아있다. 그런데 그의 작가적 시선이 머무는 곳은 오후다. 문승현이 그려내고 있는 「오후」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의미일까? ● 그에게 "한적한 계곡의 어느 오후 즈음"은 일상의 도피나 은일(隱逸)처가 아니다. 구체적인 재현이나 추상적 표현, 혹은 감정이입적 감상물 등 서로 다른 유형이긴 하지만 매한가지로 과거적 시점, 기억, 연상에 가둬둔 그림 방식도 아니다. 마냥 깊은 계곡과 높은 벼랑, 그저 티 없이 맑은 물을 그리며 개념적 이상향과 환상을 부추기다가, 제 그림에 사로잡히는 그림행위를 작가 스스로 경계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그림을 그려온 문승현의 최근작들에서 점차 작가적 의도나 인위적 형태를 절제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 문승현은 그림 시간과 노력의 대부분을 밑 작업과 전체화면을 조율하며 바탕을 다지는 데에 할애한다. 그의 평면은 서양화와 동양화, 현대와 전통 사이의 날 선 경계이자, 그림 재료 특유의 물성과 기법으로 발색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려내는 그의 탐구를 가늠하게 한다. 그는 이러한 평면 작업 위에 최소한의 형상 그림과 그림행위만을 남기고 있다. 단순한 색의 농담(濃淡)과 실루엣 형상들은 고요하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하고 단순함 가운데 다채로운 빛 그림자와 질감들을 조용히 조명하며 전체화면을 새로운 표정과 인상으로 만나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주목하게 한다. 분명, 작가 문승현이 구사하는 또 다른 유형의 열정과 힘의 방식이다.

문승현_오후 afternoon展_갤러리 그림손_2016
문승현_오후 afternoon展_갤러리 그림손_2016

문승현은 여전히 치열한 정오의 시각을 품고 있다. 그는 재료의 물성 탐구와 더불어 한 개인의 형상과 삶의 관계성을 성찰하는 환기와 회복의 시간, 그림과 그림행위의 빛과 그림자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오후는 그에게 그의 진지한 고민을 품어 안아주는 시간이자, 정오의 시각들을 촌촌이 지나온 그가 우리에게 펼칠 수 있는 감미롭고 따스한 시간이다. ● 진정 한 우물 파는 전문가의 실천과 통찰이 아쉬운 요즘이다. 문승현의 그림은 물가를 거닐기도 하고 물속에 흠뻑 몸을 담그고 깊은 곳까지 빠져들어도 보고, 심연 저 바닥을 딛고 수면 바깥으로 다시 올라와 서기에 충분한 시간, 오후 한 때 자신의 빛 그림자를 우리에게 투명하고 진솔하게 들려준다. 문승현의 「오후」와의 만남이 정오의 열정을 품은 오후, 진정 힘 있는 풍경으로 우리에게 되찾은 기쁨 발견하는 고요한 환호이기를 바라본다. ■ 조성지

문승현_오후 afternoon展_갤러리 그림손_2016
문승현_오후 afternoon展_갤러리 그림손_2016

Water, Light, Shadow, and the After · Noon of Moon Seunghyun ● "My work serenely illustrates the afternoon landscape of a bleak valley." However, the reality is that we are unable to observe his work serenely. When looking at Moon Seunghyun's Afternoon series, we experience a quiet beguiling of time. On the one hand, the stone embankment that extends along the canvas hanging on the wall overpowers us with its silence and dignity. On the other hand, it draws us in like a sweet and friendly stone wall while leaving white, delicate tactile traces on one part of the painting. However, the moment we approach the embankment, its solid form comprised of big and small rocks fragments, and momentarily establishes itself as a landscape of water reflecting profound, mysterious glitter. We, too, instantly maneuver, as if swimming, alongside the tiny fish playing in the water, through the rocks and stones, and to the very bottom to the point where the water plants take root. ● Suddenly, our position and gaze toward the painting becomes ambiguous. It becomes difficult to distinguish what exactly the landscape is that we are looking at. It is unclear whether what is before our eyes is the stone wall in the valley, the valley reflected on the surface of the water, the bottom of the valley, the floor of rocks and stones in the abyss, or the view of the world above the valley surface through the spaces in-between the rocks and stones. Nonetheless, whatever it is, it does not matter. What is important is the fact that the very tiny artwork within the landscape freely and naturally leads us, like flowing water. ● At this point, it is interesting how Moon presents his work as "serenely illustrating the landscape." Within his entire process of creating artwork, the conventional act of painting only comprises a small part. Moreover, unlike his words with which he "serenely illustrates the landscape," his work process is, for the most part, extremely dynamic − resembling the gestures of abstract expressionists, who are the leading figures of modernist painting. He lays canvas on the floor, applies a base color, dashes paint on top, and makes deft brush strokes; he repeats this process dozens of times. Balancing the traces of impromptu and coincidental effects of light and shade created as the color runs and dries and the density of the pigment, Moon fills the canvas evenly and flatly, adding to the painting. Simply put, unlike his early works of painting a particular object or landscape, those of the present tend to pursue pure formative expression through the experimentation with the unique material properties and techniques of watercolor. Nevertheless, Moon attaches meaning of his work to the act of "illustrating." Even without an underdrawing, Moon is able to create and refine the form and composition of the big and small stones. We, too, as the viewers, will conjure up the water landscape in the afternoon as the artist's initial intentions, in reference to the particular time and space mentioned in the title of the works and the artist's notes. However, there is an element that indicates the particular landscape of the works – tiny fish, that is, the intentionally depicted form in between the coincidental traces of paint. Moon, as he says, is serenely illustrating a very small part of the whole. ● Meanwhile, the theme of enjoying part of the afternoon by the waters and the method of painting the tiny fish – the critical clue for the water landscape – hints at the affinity between his work and Korean painting. In particular, the watercolor works of Moon, depicting the tiny swimming fish in silhouette with rough brushstrokes, feature the use of the negative form method of Oriental painting-style rather than the positive form method of Western painting. From such a perspective, the method of expressing the water landscape in a contracted flat plane through a bird's-eye and worm's eye view, before bringing up contemporary abstract painting with newness toward the traditional concept of perspective of the West, allows one to separately examin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Oriental sense of space perception and Oriental painting. However, the work of Moon, unlike Oriental painting where the pigment of the paint penetrates through the paint, clearly reflects the material properties and coloring method of Western paint where the pigment sticks to the surface of the paper. In a somewhat aggressive manner, Moon demonstrates a watercolor background that is strictly different from Oriental painting, obtained through the "scratch method" characterized by bringing out the paper background by scratching off the surface of the painting complete in coloring. As if proving his earlier roots as a watercolor artist, Moon inscribes the texture and silhouette of the traces of painting and his signature on the surface by using the scratch method. ● Moon Seunghyun reminds us of a sculptor who discovers a specific form and works to refine it, a goldsmith sensitive to pattern and texture, or an artisan of lace weaving. Yet, in this regard, Moon leaves behind traces of protest to clearly manifest that he is an artist who sprays entire tubes of paint on canvas and his foundation is rooted in creating works by utilizing paint that has been squeezed directly onto the canvas. ● For Moon, who has worked on the particular system, genre, and artistic world known as watercolor, his career was a continuation of an encounter with limits and problems. Yet, these points in time demonstrate that Moon's perspective accurately established clear resistance and aim for challenge. He has been diligent in his search for the clues to his unique artistic language, addressing − at times delicately and at other times daringly − the subtle differences between the series of internal and external conflicts. He has demonstrated consistent passion and devotion. ● Such perspectives and activities of Moon Seunghyun resemble noon; however, now, the time that has caught his attention is the afternoon. What is the "Afternoon" that Moon illustrates and what meaning does it embody? ● For Moon, the "afternoon landscape of a bleak valley" is not an escape from everyday life. Although of different forms such as concrete reproduction, abstract expression or empathetic subject, neither is it a method of entrapping the work in the past, nor memory, nor reminiscence. He, himself, seems to keep away from the act of encaptivating himself in his own work while pursuing conceptual ideal and illusion while depicting the forever deep valley, high cliff, and crystal-clear water. The recent works of Moon, who has demonstrated intense passion and diligence, increasingly reflect his restraint against artistic intention and artificial form. ● Moon dedicates most of his time and efforts for painting in balancing the underdrawings and overall work and establishing the foundation. His flat surface works are a sharp boundary between Western and Oriental painting and the contemporary and tradition and allow to estimate his exploration to maximize the fluorescence through the unique properties and techniques of the painting materials. He only leaves the minimum form and act of painting on his works. The light and shade of the simple colors and the silhouette forms are serene. Such characteristics quietly highlight the colorful light shadows and textures in the middle of the serenity and simplicity and perform a guiding role to allow viewers to encounter the entire canvas with new expression and impression. This is definitely another form of passion and power revealed by the artist. ● Moon still embraces a fierce perspective of the afternoon. In addition to his exploration of the material properties, he deeply contemplates over time of ventilation and recovery reflecting upon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form and life of an individual and moreover the light and shadow of paintings and the act of paintings. The afternoon is a time of the day that embraces his sincere concerns and a sweet and warm time presented to us by Moon, who has step-by-step passed through the afternoon times. ● There are not many experts who deeply explore and specialize in a single area. The works of Moon Seunghyun clearly and frankly illustrate the light and shadows of the afternoon, a time that is enough to take a stroll along the waters, soak and delve deep into the water, reach the bottom, and then re-emerge. It is my hope that the encounter with Moon's Afternoon, powerful landscapes embracing the passion of noon, is a silent exclamation for rediscovering joy. ■ Cho Seong-ji

Vol.20160616e | 문승현展 / MOONSUNGHYUN / 文勝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