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리

이동욱展 / LEEDONGUK / 李東昱 / painting   2016_0617 ▶︎ 2016_0630 / 월요일 휴관

이동욱_untitled_혼합재료_100×8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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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617_금요일_07: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뮤온 예술공간 Muon gallery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18 203호 artmuon.blog.me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텅 비어 있는 당신을 위해. ● 원치도 않았던 삶을 부여 받고 서늘한 이 세상에 던져진 당신은 자라면서, 온갖 형태의 상처를 그 몸에 새겨 왔다. 때론 다른이의 몸에 새기기도 하면서. 믿었던, 사랑했던 사람들의 배신.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 일방적인 해고통보,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의 허무한 죽음과 그럼에도 죽은이의 잘못으로 돌리는 권력의 비정함, 가난해서 사랑조차 눈치를 봐야했던 비참함, 늙는 다는 것-그 자체로 스며드는 끔찍한 외로움... 그 온갖 형태. 온갖 상처들.

이동욱_untitled2_혼합재료_70×160cm_2006

당신의 몸에 깊숙한 상처가 새겨질 때마다, 당신은 상처를 덮기 위해, 빨리 그 끔찍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써 외면하며 아름다움으로 치유하려 노력 해 왔을 것이다. 상처를 덮고 마치 단 한번도 상처 받은 적이 없었던 사람인 듯 이 낯선 세상앞에 다시 위태롭게 일렁이며 서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수십 번, 수천 번 반복하며 점점 세상에서 밀려난 당신의 자리는 어디일까. 그렇게 당신은, 당신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동욱_아무것도 아물지 않았다#1_캔버스에 유채_27×22cm_2014

붓 대신 칼을 들고 캔버스 앞에 당신은 서 있다. 검은 새벽에 이 세상 그 어떤 존재도 모르게 내려 앉은, 아직 더럽혀 지지 않은 흰 눈과 같은 캔버스를 당신은 서릿발 같은 칼로 긁어댄다. 수십 번, 수천 번 깊고 깊은 칼질을 가한다. 캔버스는 당신이다. 당신을 등지고 다른이에게 돌아선 연인을 긁는다. 낮은 곳에 있어 반항 할 수 없음 을 뻔히 알고 가하는 일방적 폭력을 긁는다. 가난 하다는 이유로 쫓겨나야 했던,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했던 수치를 긁는다. 뼛속 깊이 파고든 외로움을 긁는다.

이동욱_아무것도 아물지 않았다#2_캔버스에 유채_27×22cm_2014

상처나 흐물흐물해진 캔버스 위에 당신은 애무하듯, 보듬듯 물감칠을 한다. 물감 머금은 붓이 지나갈 때마다 이내 다시 탄력을 되 찾는다. 나름 버틸 만 해진다. 그리고 다시 가해지는 칼질, 그 뒤에 물감 칠. 수차례 반복되어지는 이런 행위. 이윽고 캔버스는 더 이상 칼질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물감칠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겨우 틀 만을 유지하고 있는 캔버스는 캔버스 이지만 더이상 캔버스가 아니다. 그렇게 캔버스는 텅 비었다. 당신이 비어있다.

이동욱_아무것도 아물지 않았다#5_캔버스에 유채_27×22cm_2014

더는 어찌할 수 없는 캔버스 앞에서 이런게 인생인가, 산다는 게 이런건가 헛헛하게 서 있다가 문득, 캔버스 뒤로 돌아간 당신은 보았다. 상처가 덮여질 리 없다고, 나을리가 없다고 막연히 깨닫고 있었던 당신 눈 앞에 상처의 흔적들이, 당신이 그토록 치유하고자 노력했던 모든 행위들이 상처들 틈으로 배어져 들어와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그 무늬가 당신을 규정하고 있었다. 상처는 당신만의 무늬로 당신 안에 새겨져 있었다. ● 당신의 텅 빈 자리는 찬란한 상처들로 가득 차 있었다. ■ 이동욱

Vol.20160618c | 이동욱展 / LEEDONGUK / 李東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