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간 social studies

강선미展 / KANGSUNMEE / 姜善美 / installation   2016_0617 ▶︎ 2016_0813 / 월요일 휴관

강선미_무뎌지다 Desensitized_adhesive vinyl_가변크기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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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미 홈페이지_www.linekan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퍼플 스튜디오 2기 입주작가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퍼플 gallery PURPLE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수레로 457-1(월문리 317-21번지) Tel. +82.31.521.7425 www.gallerypurple.co.kr

강선미 _ 사회 시간 속 삶 배우기 ● "뉴스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하는 대단히 난감한 질문에 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는 빼어난 능력은 없다. 뉴스는 어떤 이야기를 조명하고 어떤 이야기를 빼버릴지 선택하면서 단지 현실을 선택적으로 빚어낼 뿐이다."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뉴스들을 너무 자주 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충격적인 뉴스에 무덤덤해질 무렵, 또 다른 충격적인 뉴스들이 뒤를 잇는다. 우리가 접한 선택적인 뉴스들에서 우리는 그 뉴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채, 쏟아지는 뉴스들을 비처럼 맞고 있다. ● 강선미의 새로운 작업은 미디어가 내쏟는 여러 뉴스들에서 자극적인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 가장 단순한 조형적인 요소를 추출해내어 이를 수수께끼공간의 드로잉으로 보이고 있다. '사회 시간 Social Studies'이라는 전시제목과는 대조적으로 실제로 어떠한 사회적 사건이나 이슈도 드러나지 않는 그녀의 공간 속 검은 선들은 그러나 우리가 뉴스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작가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공유하고 싶은지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 강선미가 제시하는 '뉴스를 통한 사회보기'에는 사회비판적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통찰의 반성이 드러난다. 공간과의 소통이 기억 속에만 남듯, '화이트 큐브(white cube)'에서의 공간속 환영을 선으로 그려내었다 설치 후 제거되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신작들은 전작과 비슷한 조형성을 보여주면서도 사회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민을 내보이고 있다.

강선미_손잡이 없는 가득히 찬 종이봉투를 들고가다 느닷없이 폭우를 만나다 Get caught in the heavy rain with carrying fully loaded, handleless paper bag_ adhesive vinyl_가변크기_2016

끝 날이 떨어져 나간 커터칼 이미지는 눈뜨고 감당할 수 없는 뉴스의 끔찍한 사건들의 반복에 결국 베이고 베이고 베이다 무뎌졌지만 결국 스스로의 무뎌짐을 떼어내는 칼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상처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게 되지만, 우리의 삶은 그 상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상처가 시작된다. 종이봉투들이 서로 맞대어 있는 작품은 안이 가득 찬 종이봉투를 들고 가다 폭우를 만나는 상황을 예상했다고 한다. 폭우를 만난 종이봉투는 금권으로 얼룩진 사법체계 속에도 결국 욕심이 과하면 그 면모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득 참을 가정하는 종이봉투는 비어 보여 우리는 실재가 아닌 가상의 가득 참을 예상해야만 한다. '무혐의', '집행유예', '반성의 기미로 인한 선처',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고려' 등으로 채워진 뉴스를 보며 우리는 뉴스에서 보여주는 표면이 전부가 아님을 예상한다. '비어있는 가득 참'이 삶에도 가득하고 결국 이는 빗속에서 찢어지는 종이봉투처럼 영원히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들뢰즈(Gilles Deleuze)는 '잠재적인 것은 그 자체로 어떤 충만한 실재성을 소유'한다며, '잠재력을 띤 어떤 것 또는 잠재적인 것에 대하여 현실화된다는 것은 언제나 발산하는 선(線사)들을 창조한다.'고 설명한다. 강선미의 선으로 표현한 공간 속 세계는 가상과 실재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사회에 대해 생각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잠재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이 서로 대립하지 않듯이 '존재'와 '무(無)'는 삶의 두 가지 다른 모습이다. 'Being'과 'Nothingness'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이 세상의 두 가지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듯 인간이 아무리 욕심을 내어도 우리의 존재는 '무(無)'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강선미_방법 Method _adhesive vinyl_가변크기_2016
강선미_채우기 Fill in the blanks_adhesive vinyl_가변크기_2016

강선미의 작업은 빈 공간에 검은 선으로만 표현을 함으로써 작품의 모든 여백에 우리의 사회와 삶에 대한 질문을 남겨놓는다. 끊임없이 스스로와 세상을 정화시켜하는 빨래판 이미지는 옵아트(Op Art)적인 시각적 유희와 함께 우리를 빨래판 위에 빨아져야할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괄호에 또 괄호로 감싸 스스로를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으로 만들어버리는 괄호들에서 우리는 뉴스 속 인물 A씨처럼 스스로를 계속해 기호화시킨다. 기호화된 작품은 작은 유닛이 픽셀처럼 반복되어 오히려 심각한 사회문제를 극도로 단순화시키고 비개성화하여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허위로 미국의 명문대 입학을 자랑했던 한인소녀의 이야기나 백인이면서도 흑인 행세를 하며 흑인 인권단체의 대표자로서 '나는 내 정체성을 흑인으로 규정한다.(I identify as black)'는 모호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여성의 기사 등 우리사회에 만연한 거짓에서 이보다 더 분명할 수 없는 강선미의 선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우리가 사회를 위해 어떤 질문을 하고 살아가야 할지를 가장 일상적인 사물들과 메시지를 통해 공간 속에 구현된 기호들 안에서 다시 한 번 묻고 있다.

강선미_나를 흑인이라고 밝히겠어요 I identify as black_종이에 연필_40×76cm_2015
강선미_이곳 This Place_혼합재료_48.5×97cm_2016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물질은 홀로서기의 불행'이라며 '고독은 물질로 가득 찬 일상적 삶의 동반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와 '주체'가 강조된 현대사회에서 레비나스는 '미래, 그것은 타자이다. 미래와의 관계, 그것은 타자와의 진정한 관계이다.'라며 물질적 풍요함의 노예가 되는 삶을 거부하고 타자와의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흰 벽면에 검은 선으로만 잠시 흔적을 남기고 제거되는 강선미의 작품들은 탈물질적인 작업형태를 통해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고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간의 조건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 속에 그리고 역사 속에 있다.'는 레비나스의 표현처럼 강선미가 표현한 전시 공간 속에서의 시간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역사 속에서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사회 시간은 전시장 밖에서도, 작품이 해체된 이후에도 계속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 전혜정

Vol.20160618g | 강선미展 / KANGSUNMEE / 姜善美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