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예술, 시대를 품다

소장품 특별展   2016_0623 ▶ 2016_0831 / 일,월,법정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허련_유치봉_장승업_지운영_윤용구_김규진 김용진_고희동_허백련_김은호_이상범_변관식 노수현_이응노_허건_남관_박노수_김창열 박서보_송수남_이승조_최명영_이청운_오숙환 주태석_최진욱

관람시간 /10:00am~06:00pm / 일,월,법정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2.588.5642 www.hanwon.org

(재)한원미술관은 2016년 6월 23일부터 8월 31일까지 10주간 소장품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93년 미술관 개관 이래 최초로 189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약 100년간 한국 미술의 흐름을 짚는 자리이다. 조선말기부터 근대 초의 주요 한국화가인 장승업, 김규진, 노수현, 이상범, 변관식 및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김창열, 남관, 박서보 등 26명 작가들의 작품 30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소장품은 미술관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자 기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얼굴이다. 따라서 뚜렷한 목적과 방향성 아래 수집되어야 하고, 수집된 이후에는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한원미술관은 지원이 필요한 미술 분야의 전시와 연구라는 설립 취지를 바탕으로 1993년 개관 이후부터 20년 넘게 역사성과 정체성을 지켜오고 있으며 한국 미술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소신 있는 전시와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설립 취지를 바탕으로 한국 회화사의 족적을 남긴 19, 20세기 화가들의 수묵화와 한국 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장하고 있으며 개관 당시부터 소장품의 DB를 구축함은 물론 해마다 다양한 주제로 기소장품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기획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오원 장승업_유작_한지에 먹_130×43.5cm_19세기
백련 지운영_산수_한지에 먹_132×31.5cm_1929

이번 전시에서는 본 미술관의 소장품 중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주요 작품을 선별하여 선보인다. 19세기 청나라로부터 서양화법이 유입되면서 1800년대 후반 실질적인 개화가 본격화되고 이는 화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고난의 운명을 겪으면서도 우리의 미술계는 단절 없는 지속력을 보여주며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 전시 제목인 '공존'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현상이 함께 존재함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함께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전시에 출품되는 작가들은 그 업적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한국의 특수한 역사가 예술표현 기저에 흐른다. 역사와 함께 공존하는 예술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예술 자체만을 놓고 평하기에 무리가 있으며 우리의 역사를 먼저 파악하고 그 안에서 숨 쉬고 창조했던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오늘날 한국의 현대미술이 있기까지 우리의 예술가들이 전후세대를 지내오며 어떻게 왜곡된 상황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조형의지를 다져왔는지, 삶과 예술이 100년 역사의 흐름에서 어떻게 공존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청전 이상범_설경_종이에 먹_29×82cm_20세기 초
소정 변관식_산수_종이에 먹_33×124cm_1960

근대로의 움직임, 개화의 시작 ● 전시의 시작은 조선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견, 김홍도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꼽히는 오원(吾園) 장승업(1843 ~ 1897)은 고아로 가난하고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어릴 적부터 그의 재능을 알아본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혼을 피워냈다. 유교주의, 신분주의 사회를 거부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한 그는 작품에서도 그러한 개성적인 기질이 돋보인다. 전시작품인 「유작 柳雀」에서도 마찬가지로 오원만의 거친 붓의 놀림과 생동감 있는 필치를 엿볼 수 있다. 1897년 타계한 장승업은 사실상 조선조 마지막 화가로 손꼽히며 그의 화풍은 이후 근대화단 1세대 화가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1) ● 백련(白蓮) 지운영(1852-1935)은 조선 후기에서 근대기로 전환과정에서 화단의 변화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주는 화가이다. 그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활동한 대표적인 지식인 중 한사람으로 1876년 조선이 일본에 강제 개방되던 시기에 당대의 지식인들이 보수와 개혁 사이에서 갈등하던 정황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개화사상가로서 선구자적 면모를 보였으나 갑신정변 이후 김옥균 암살 밀명으로 정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면서 본격적인 서화 작품을 제작하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전시에 출품되는 두 점의 「산수도」 역시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한국 특유의 서정적인 산수풍경이 담겨 있다. 유배 이후의 은둔적 거취를 섬세하고 차분한 필치와 함께 이상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2)

박서보_묘법_캔버스에 한지_195×330.5cm_1990

서민의 애환이 담긴 한국 토착미를 보여주다 ● 근대기 전통화단에서는 이상범과 변관식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작가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면서 관념적인 산수화가 아닌 실경 산수화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힘썼다. 그러면서도 표현기법 면에서 지극히 대조를 이루며 각자만의 독특한 양식을 발전시켜나갔다. 먼저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은 향토적이고 담백한 한국적 자연성을 작품에 잘 녹여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대한제국 시대에 태어나 일제 치하를 겪으며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대의 서민의 애환을 고스란히 겪으며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작품에서 주로 나타나는 소박하지만 간결한 한국적 미감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삶의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상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루하리만큼 꾸준히 한국 자연의 정취를 화폭에 담아온 그의 예술혼은 한국 근대 전통화단의 주체성을 획득하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이상범의 정적인 화폭과는 반대로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은 먹의 진한 기운과 강한 필법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소정식 묵법을 구축하였다. 소정 역시 격변의 혼란기를 겪으며 방랑생활, 야산 체험 등으로 체득한 야인성이 자연스레 개성 있는 화풍으로 발전된다. 작품의 대부분이 토속적인 농가 풍경이나 산천 등 소박한 자연을 표현하고 있지만 다시점의 구도, 먹을 튀기듯 점을 찍는 묵법 등 표현주의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특히 대부분의 작품에서 소정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전시 출품작인 「산수도」 역시 고갯길을 오르는 갓 쓴 노인이 등장한다. 이는 소박한 한국의 실경에 자신의 심경을 직재하게 묘출하는 대변자를 넣음으로써 작품의 해학성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소정만의 독특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3)

남관_푸른반영_캔버스에 유채_129×161cm_1972

전쟁의 상처를 담은 인간 내면의 표현 ● 1945년부터 약 10년간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격변의 시기로 해방이후 난립했던 화단이 채 정리되기 전 한국전쟁을 경험하며 또 한 번 혼란기를 겪는다. 전후의 피폐한 현실 속에서 작가들은 미술의 현대화라는 과제를 순조롭게 풀어가기 쉽지 않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1950년대 후반 앵포르멜을 시작으로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앵포르멜 용어 사용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지만 전후 한국미술의 여러 경향 중 첫 아방가르드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박서보(1931- )는 대표적인 앵포르멜 작가로서 사물의 사실적 외형보다 내적 본질을 추구하며 회화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추상이라는 것을 처음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전쟁과 격동기에 대한 회화적 기록으로서의 「원형질」 시리즈를 시작으로 독자적인 모노크롬 회화로서의 「묘법」 시리즈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견고히 해나가며 작가 고유의 정신세계를 담은 추상표현을 이어나가고 있다. 4) 또 다른 앵포르멜 화가인 남관(1911-1990)도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의 참혹한 현실 체험에서 비롯된 정신적 표현, 역사의 표상에 대한 내재가 초기 그의 추상 작품 이면에 깔려 있다. 그러면서도 1955년 일찍이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면서 동서양 문화를 적절히 융합한 장본인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상의 표현이나 상형문자, 한문 서체와 같은 모티브, 서정적인 푸른 색채의 사용 등이 두드러진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격 추상화가인 박서보와 남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들에게 비가시적인 추상회화는 당시의 시대상에서 비롯된 인간 내면의 진실과 정신성,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승조_핵_캔버스에 유채_60.5×50cm_1969

미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다양한 실험의 대두 ● 현대미술의 중심적 경향이 추상표현주의로 대두되다가 1960년대 이후 식상해지기에 이르는데, 앵포르멜의 포화상태도 그 기저에 깔려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술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었다. 작가들은 회화라는 근본적 구조에 대한 이탈을 시도하며 구조적 혁신을 꾀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은 미술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된 근대기를 거쳐 점차 독립된 영역으로서 미술이라는 분야가 자리 잡고 예술가들이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 속에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이 시기 미술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폭넓은 실험의 양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뜨거운 추상인 앵포르멜에 대항하는 차가운 추상의 대두이다. 이승조(1941-1990)는 앵포르멜의 추상표현주의에 대립하는 오리진 그룹의 멤버로 이성적인 기하학 추상회화의 토대를 확립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인 「핵」 시리즈는 매끈한 회색빛의 파이프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그림이다. 기존의 평면추상에서 한 차원 나아가 공간감, 시각의 오류를 경험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법적인 면에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농본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한국의 미래 모습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5) 실험과 추상, 전위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이 전개해오는 와중에 사실화는 상대적으로 경시되어 가다가 1970년대 말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쇄신된다. 이른바 사실주의의 전성기가 도래하는데 이는 추상미술에 대한 문제의식을 타파하고자 한 화가들의 움직임이었다. 또한 인간 내면의 문제에서 벗어나 보다 실질적인 차원의 것들-환경, 사회, 도시의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이 그 기저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6) 주태석(1954- )은 이러한 한국 극사실 회화의 대표 화가로 선두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발표한 「기찻길」 시리즈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일상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소재의 한 단면을 카메라로 포착한 듯 클로즈업하여 정적으로 치밀하게 묘사하는 기법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장면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하이퍼리얼리즘 회화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주태석_철길3_캔버스에 유채_144×110cm_1992

이와 같이 한국의 예술가들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미술의 저변이 확대되기까지 파란만장한 근, 현대 역사 속에서 고유한 세계를 다듬고 가꾸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수반해왔다. 본 전시로 우리 미술의 100년의 발자취를 모두 되짚어보기에는 부족하겠지만 한국 미술이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지속적으로 변화와 실험을 모색하고 독창적인 현대미술로의 발전을 위해 창조를 거듭해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사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 미술의 여정을 돌아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면 넓은 시각으로는 우리문화를 외부에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세계와 공존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궁극적인 취지이다. 현대의 예술가가 주목받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역사적으로 인정받을만한 업적을 이룬 예술가를 제대로 알고, 전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본 전시를 통해 정교하면서도 독특한 생명력을 이어간 한국 미술의 업적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지나

* 주석 1) 정형민, 「장승업과 한국 근현대화단: 진위의 재조명」, 『정신문화연구』, 제24권 제2호, 2001 참조. 2) 김재한, 「백련 지운영(1852-1935)의 회화세계 연구」, 『한국근현대미술사학』, 제 21권, 2010 참조. 3) 오광수, 『21인의 한국 현대미술가를 찾아서』, 2003, 시공아트, p. 34. 4) 유재길, 「박서보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Koreana』, 제20권 제4호, 2006 참조. 5) 김미정, 「1960년대 후반 한국 기하추상미술의 도시적 상상력과 이후 소환된 자연」,『미술사학보』, 제43집, 2014, p. 17. 6) 오광수·서성록, 『우리미술 100년』, 2001, 현암사, p. 325.

전시연계프로그램 문화가 있는 날 특별 프로그램 "그림 읽는 수요일" 1. 내용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제공하는 성인 대상 프리미엄 전시해설 -큐레이터, 작가와 함께하는 초·중학생 대상 전시연계 체험프로그램 (전시소개(10분), 체험학습(50분) 총 60분 동안 이루어지는 예술체험) 2. 대상: 성인 및 초·중학생 3. 정원: 5명 이상(성인 인원제한 없음, 초·중학생 체험프로그램은 20명으로 제한) 4. 기간: 6월 29일, 7월 27일, 8월 31일(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5. 참가비: 무료 6. 신청방법: 5인 이상 사전 예약 시 참여 가능 7. 예약 · 문의: 02. 588. 5642 / hanwonmuseum@naver.com 서초구 속 미술관 힐링 체험 "색은 채우고 나는 비우자" 1. 내용 서초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큐레이터의 전시해설 및 컬러링 체험 2. 대상: 성인 3. 정원: 15명 4. 기간: 7~8월 중 5. 참가비: 무료 6. 신청방법: 5인 이상 사전 예약 시 참여 가능 -6월 23일부터 접수 오픈,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해 신청 -참가신청은 6월 중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 7. 예약 · 문의: 02. 588. 5642 / hanwonmuseum@naver.com ※ 상기 프로그램 일정 및 내용은 미술관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Vol.20160623c | 공존: 예술, 시대를 품다-소장품 특별展

@ 통의동 보안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