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OCI YOUNG CREATIVES-박석민-New satellite - 모형 궤도

박석민展 / PARKSEOKMIN / 朴奭珉 / painting   2016_0623 ▶ 2016_0717 / 월요일 휴관

박석민_Event field_캔버스에 유채_224.4×162.2cm_2016

초대일시 / 2016_0623_목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2016_0709_토요일_02: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 Tel. +82.2.734.0440 www.ocimuseum.org

섬광, 일상의 궤도를 위협하는 낯선 구멍 ● 일상의 풍경이나 어떤 상황을 연상시키는 박석민의 그림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작은 섬광들이 존재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가로등이나 먼 곳의 전광판, 혹은 떨어져나간 벽보나 방치된 건축 폐기물 등이 현실에서의 우발적 상상을 부추기는 듯한데, 작가는 이를, "도시 환경 내부의 누락되고 유기된 지점"이라 말한다. 도시의 밋밋한 풍경을 배회하는 작가의 시선은, 오히려 길들여진 거대한 풍경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되는 작은 얼룩들에 초점을 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헐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는 도시 속 공간들은, 특유의 역동적인 변화마저 집어삼켜버리는 스펙터클한 환영 밑에 은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소한 변화와 차이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작은 반짝거림으로 거대한 환영을 깨부수려 했던 20세기 아방가르드들의 출현이 벌써 역사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질 만도 한데, 이러한 "시각성"에 대한 불신과 폭로는 동시대의 작가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박석민은 꿈쩍도 하지 않을 도시의 풍경에 맞서, 한 발 뒤 혹은 한 발 앞을 서성이며 풍경의 환영이 붕괴되는 지점을 찾으려 한다. 환영의 질서를 이탈한, 현실의 또 다른 궤도를 탐색하는 그의 시선은 언제고 무심한 풍경 배후에 들어설 찰나의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박석민_Co-orbit_캔버스에 유채_180.2×200.4cm_2016

빛, 응시를 차단하는 낯선 섬광 ● 'New Satellite-모형 궤도'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는, 현실의 어떤 상황들을 관찰하는 작가 특유의 시선이 강하게 묻어난다. 이를테면, 네 개의 캔버스를 이어붙인 큰 폭의 「Phantom Pain」(2016)은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위치에서 한 장소에 대한 복잡한 응시의 구조를 살피고 있다. 안정된 장방형의 구조는 텅 빈 객석 뒤로 영사기가 놓여있는 극장 내부를 보여준다. 이때 영사기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강렬한 빛은, 공간 깊숙이 들어가는 화면의 원근감을 상쇄시키며 안정된 현실을 임의로 분할해버리는 비현실적 공간을 창출한다. 박석민은 「끊임없이 도주하는 공간의 방식」이라는 제목으로 기술한 작가노트에서, "물리적인 환경과 비가시적인 영역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현실에 잠재되어 있는 "구조의 오류"를 형상화하거나 재배치하는 초현실적 상상에 대해 짧게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Phantom Pain」은 작가가 말한 경계의 확장과 구조의 오류를 형상화한 예로들만 하다. ● 빛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은, 3차원의 현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의 나태한 시선에 모종의 타격을 가한다. 빛은 흔히 누구도 그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게 차단하면서 철저히 외부로만 시선을 유도한다. 「Phantom Pain」에서, 영사기의 작은 구멍으로부터 공간을 가로지르며 쏟아져 나오는 빛의 구조는 현실의 일부를 감쪽같이 숨긴 채 우리의 시선이 그 주변만 맴돌게 한다. 하지만 박석민은 이내 보는 이의 시선을 빛이 조명하는 현실의 주변부로부터 빛이 차단하고 있는 현실의 이면으로 집요하게 유도한다. 예컨대, 화면 가장 안쪽에 드리워진 그림자부터 뒷벽 양쪽 기둥에 그려진 기하학적 패턴, 천장과 벽면에서 반복되는 건축적 구조, 객석 의자에 적용된 원근감의 표현 등 공간에서 연쇄적으로 반복되는 삼각형 구조가 끝내 응시를 차단하는 빛의 내부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만다. 여전히 그곳은 진공 상태의 밀실처럼 접근 불가이기에, 우리를 눈멀게 하는 낯선 섬광을 응시하는 순간 현실에 길들여진 안정된 시선은 일제히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박석민의 말대로라면, 현실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실재"를 상상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그 시선의 붕괴가 일어나는 지점이 된다.

박석민_공중감각_캔버스에 유채_148×258.2cm_2016

틈, 차이를 매개하는 장소 ● 박석민은 길들여진 응시가 붕괴되는 찰나의 경험을 현실 공간에 내재해 있는 일련의 구조로 시각화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그림에서 빛이 구조화 하는 공간들은 일상에서 겪는 시지각적 차원의 모호함과 복잡함을 설명해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실에 출몰한 낯선 섬광들은 스스로 자신의 배후를 철저히 숨긴 채 그 주변을 더욱 선명하게 조명하곤 하지만, 결국 현실과 현실의 이면 둘 다를 의심케 하는 불안정한 틈새의 장소가 된다. 그게 작가가 말한, "도시 환경 내부의 누락되고 유기된 지점"이며 마치 섬광처럼 한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연한 상상의 출구인 셈이다. 「Back Room」(2016), 「The Door」(2015), 「Quiet Room」(2016), 「Fatamorgana」(2016) 등과 같은 일련의 작품들은, 실제의 현실 공간에 잠재되어 있던 구조를 분석해내 그것을 재구성하고 여러 시점에서 재해석하여 얻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때 현실을 배회하며 작가가 목격한 또 다른 현실의 공간은,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음의 경계가 교묘하게 지워진 채 초현실적 공간의 파편화된 구조를 함축한다. 이는 「Phantom Pain」에서 끝없이 연쇄하는 시선의 이동을 말했던 것처럼, 현실에 잠재되어 있는 낯선 실체가 일으키는 작은 파열은 현실의 공간을 순식간에 전복시켜 시선을 사방으로 흩어버릴 정도의 파괴적인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석민_Back room_캔버스에 유채_100×70cm_2016

「공중감각」(2016)이나 「Political Corner」(2016)의 경우, 현실에서 배제되거나 누락된 공간에 대한 구조적 접근은 또 다른 의미로 확장된다. 높은 철탑과 건물의 꼭대기에 불안하게 서 있거나 걸터앉은 인물들의 시선은 가파른 공간의 구조를 재차 반복하면서 이 상황에 과도하게 누적되어 있는 불안함의 실체를 상상케 한다. 이처럼 예상지 못한 곳에서 반짝하는 것들, 그것이야말로 현실에 드리워진 이상한 모순이며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부조리한 섬광인 것이다. 철탑 너머 혹은 건물 꼭대기의 존재가 현실에 떨어뜨리는 시선은, 보통 박석민의 그림에서 가로등과 전광판의 불빛, 떨어져나간 벽보, 방치된 건축 폐기물처럼 쉽게 응시할 수 없거나 미처 체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의 시각적 부조리를 강하게 환기시킨다. 공간의 층이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있는 「Event Field」(2016)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그림은, 공간의 논리를 붕괴시킬 만큼 왜곡되고 어긋난 시점들로 한없이 부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관계들 사이사이를 촘촘히 채우고 있는 얼룩 같은 틈새들 때문에 켜켜이 누적된 현실의 부조리한 풍경을 그냥 지나치기는 분명 쉽지 않다. 얼핏 시각적 과잉상태로까지 보이는 박석민의 그림 앞에서, 우리의 시선이 끊임없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연쇄하는 이유도 어쩌면 수많은 얼룩과 틈새들이 끈끈하게 맺게 된 새로운 구조적 관계 때문일 수도 있다.

박석민_Quiet play_캔버스에 유채_100×70cm_2016

이처럼 누적된 일상의 풍경과 그 안팎의 구조를 살피는 박석민은, 흥미롭게도 작업 과정에서 또한 동일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여러 개의 캔버스를 켜켜이 펼쳐놓고 동시에 작업한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상관없는 풍경들이 때때로 캔버스 위를 오가는 그의 손끝에서 느슨하게나마 서로 만날 일이 생긴다. 더러는 물감이 튀어 다른 그림 표면에 예상지 않은 물감 얼룩을 남기기도 하고, 에어브러시를 뿌리다가 통제할 수 없는 돌발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애초에는 없던 낯선 섬광들이 익숙한 공간에 돌연 등장하기도 하고, 그렇게 잠깐의 반짝거림 때문에 현실의 부자연스러운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도 잦다. 그래서인지 박석민은 더 이상 재미있을 것도 없이 다 비슷비슷해진 일상의 풍경을 계속 오가면서, 마치 섬광처럼 그 현실 풍경의 진부함을 위협할 만큼 찢겨져 나간 작은 구멍들을 찾으려 한다. ■ 안소연

Vol.20160623d | 박석민展 / PARKSEOKMIN / 朴奭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