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 그리고 비움 Fullness and Emptiness

정윤진展 / JUNGYOONJIN / 鄭允珍 / drawing   2016_0628 ▶︎ 2016_0702

정윤진_채움, 그리고 비움 Fullness and Emptiness展_이화아트갤러리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806a | 정윤진展으로 갑니다.

정윤진 홈페이지_www.yoonjinjung.com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화아트갤러리 Ewha Art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흰 종이에 연필로 기초적인 선 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無)의 공간에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드로잉 작업은 기존의 작업에서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이전에 했던 설치 작업에서 주가 되었던 기하학적 요소인 점, 선, 면을 기본 형태로 하여 연필과 종이라는 최소한의 재료를 가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드로잉 작업을 해나갔다. ● 선을 반복해서 그어 화면을 채워나갔고, 점과 면으로 종이를 채움으로써 작가의 내면을 비워나갔다. 결국 드로잉은 작가 자신에게 있어서 선을 긋고 면을 채우는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채움'으로써 '비워가는' 치유의 과정이었다. 작가 자신에게 있어서 채움은 곧 비움이며 비움은 곧 채움이다. 'Less is more'라는 표현처럼 최소한의 추상적 형태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의미를 찾게 하고 감성을 일깨우고 싶다. ■ 정윤진

정윤진_채움, 그리고 비움 Fullness and Emptiness展_이화아트갤러리_2016
정윤진_채움, 그리고 비움 Fullness and Emptiness展_이화아트갤러리_2016

작가란 무엇일까 ● 꾸밈이 없고 지극히 단순한 형태 안에 정성스러운 연필 선들이 무수하게 채워진 이 작품들은 비평가에게 어떠한 말들을 허락할까? 정윤진의 드로잉 작품을 대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평안한 듯 보이는 이미지 속에 예리한 아픔이 느껴진 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글쟁이의 마음을 강하게 끌면서도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형언해야할지 전혀 갈피를 못 잡게 한다는 것이었다. 정윤진의 이번 작업들은 극한의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평면작업과 큰 규모의 설치작업을 거쳐 온 작가가 이번에는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방식인 드로잉 작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월치 않은 작가로서의 여정에서 일종의 꼭짓점을 찍으며 해온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 비평가의 입장에서도 극한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작업들이다. 10년 차 작가의 익은 손맛을 제외하고 나면, 글로써 논할 수 있는 요소들이 거의 털리는 기분이다. 작품의 시작점이자 기본인 드로잉에 대해, 조형의 기본요소들에 대해, 작가의 인생행로의 의미 있는 지점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탄생한 작업들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기보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작품을 대하는 글쟁이에게도 작가가 직면했던 똑같은 질문이 되돌아온다. 도대체 작품을 평하는 일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무슨 의미를 지닌 행위인가. 가장 단순한 게 가장 좋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지혜 속에 맴돌고 말자. 좋은 작품이 지닌 있는 그대로의 매력이 보다 찬찬하게 전달 되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러면서 너무 빤하지도 않은 언어를 창출해야만 한다. ● 『채움, 그리고 비움』이라는 전시제목은 세상의 수많은 시각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 이러한 감정상태에 돌입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작가는 작가로서의 명분을 지닐 수 있다. 자신을 비우면서 느끼는 기쁨은 여느 시각 작가들만이 느끼는 특권이라 글을 쓰는 이로서는 점유가 불가능한 것이며, (글을 쓰는 일은 확실히 비울 일 보다는 채울 일이 많은 작업이다.) 이러한 희열로 말미암아 작가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기쁨이 넘치는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다. 역설이 성립되는 순간이다. ● 정윤진의 작업처럼 담백하고 진솔한 매력도 좋다. 정윤진의 선들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적당한 방식으로 놓여있다. 드로잉 선 자체가 개성이나 운동력을 강하게 띠기보다는 화면의 구성과 시각적인 연출 안에서 논리적으로 존재한다. 동그랗거나, 각지거나, 평평하거나, 점점 사라지거나, 점점 선명해지는 형태들은 특정의 의미를 띠고 있지 않지만 차후 찬찬히 다른 형태로 변할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확장성 혹은 가능성을 띤다. 선들이 놓여 있는 방향과 선들이 지닌 다양한 속도감은 형태와 조화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서 영리하게 연기력을 발휘한다. ● 전시장의 한 쪽 벽에는 스무 개의 새카만 원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들이 스무 개의 각기 다른 원이라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한 번의 손놀림에서 두 개의 선이 나올 수 없듯이 아무리 똑같이 그려도 작가의 손에서는 매번 다른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느 시인이 이야기 했듯이 두 번은 없다. 두 번의 똑같은 선도, 두 번의 똑같은 면도, 두 번의 똑같은 점도 없다. 작가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금 드로잉을 해 보아도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랜 세월 꾸준한 방향으로 작업을 해봐도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정윤희

정윤진_비움_종이에 연필_58.4×42cm_2016
정윤진_비움_종이에 연필_58.4×42cm_2016
정윤진_비움_종이에 연필_18.3×26.8cm_2016
정윤진_비움_종이에 연필, 색연필_58.4×42cm_2016
정윤진_비움_종이에 연필_21×15 cm_2016
정윤진_비움_종이에 연필_21×15cm_2016
정윤진_채움_종이에 콘테, 목탄_42×58.4cm_2016

I cannot forget the ecstasy I felt when I first started drawing. I was only practising basic line drawing with pencil and white paper, but I felt I was creating my own world in an empty space. The drawing work started from my desire for a turning point from my previous works. Geometric elements such as dots, lines and planes, which were the main components in my previous constructive works, were used as the basic features. And I started drawing with minimum materials such as pencil and paper, allowing me to go back to my very first time. ● I repeatedly drew lines to fill up paper, and gradually emptied my inner side by filling up the rest of the paper with dots and facets. In the end, through the repetitive work of drawing lines to fill up a space and emptying oneself by doing so, the drawing work of "emptying" by "filling" has been a healing process for me. For the artist, filling is emptying and emptying is filling. Moreover, like the expression 'less is more', minimum abstract shapes can allow audience to find a purpose by themselves and awaken their sensitivity. ■ Yoonjin Jung

What is an Artist ● What words would these works, filled with countless but delicate pencil lines within an unadorned and utmost simple form, give permission to a critic? My first thought when I encountered Yoonjin Jung's drawing works was a feeling of sharp pain in a seemingly peaceful image, which strongly appealed to a writer's heart like mine but I was at a complete loss of how to express it. Yoonjin Jung's works for this exhibition is at an extreme end. After plane works using various medium and large-scale installation works, the artist, this time, chose drawing works, the most basic method in art. And the fact that she went through a difficult journey as an artist reaching a kind of end points adds to the extremity. ● Drawings of Yoonjin Jung can also be regarded as extreme from a critic's point of view. Excluding the mature handiwork of an artist with ten years behind her, I feel like I am left with nothing that I can write about. Rather than writing about the drawing which is the starting point and basics of her works or the basic elements of moulding, or saying something about the meaningful point of the artist's life journey which gave birth to the most natural form of works, I would just like to tacitly consent. Therefore, the same question that the artist faced came around to me, a writer reviewing her works. What is the work of a critic? What meaning does reviewing an art work possess? Why not simply rely on the common wisdom that simpler the better. I must ensure that the charm of a good work is carefully conveyed to the audience, and in order to achieve this, I must not add or subtract but create language that is not so obvious. ● The exhibition title, "Fullness and Emptiness", describes a point when many visual artists worldwide experience joy as they pour their hearts into their works. Being able to enter this state of emotion when working, this alone can be the justification of an artist. Experiencing the joy of emptying oneself is a special privilege for any visual artists, which a writer like me cannot possess (writing involves a lot more of making space full rather than emptying), and because of this joy, the artists can create works overflowing with joy even midst of the most painful moment. It's a moment when a paradox is realised. ● I also like the light and honest charm found in Yoonjin Jung's works. The lines of Yoonjin Jung are laid appropriately on a place where they should be. The drawn line itself does not present uniqueness or strong motion but it logically exists within the composition of a picture and the visual production. Forms that are circular, angular, flat, gradually disappearing or gradually becoming sharp do not have specific meanings, but they give impression that they will slowly change into different forms and present extensibility or possibility. Not only the direction in which the lines are laid and various inner pictures possessed by the lines form harmony with the shapes, but they also in their individual situations display brilliant acting. ● On one wall of the exhibition hall, there are twenty black circles, and it is not necessary to say that all of them are different. In one stroke of a hand, there cannot be two lines, so even if she tries, different works come out of her hands each time as she draws. As some poet said, there is no twice. There cannot be two of the same lines, two of the same planes or two of the same points. Here is why going back to the beginning, when the artist first started out, and working on drawings again is a good reason. Here is why it is good to work consistently in the same direction for many years. ■ Yoon Hee Jung

Vol.20160628d | 정윤진展 / JUNGYOONJIN / 鄭允珍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