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거리는 좌표들 Waiting for a Sign

천창환展 / CHUNCHANGHWAN / 千昌煥 / painting   2016_0805 ▶︎ 2016_0831

천창환_Fig.(Cass)_광목에 아크릴채색_95.3×12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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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805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세움 아트스페이스 SEUM ART SPACE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소격동 73번지) Tel. +82.2.733.1943 www.seumartspace.com

천창환이 보여주는 '그 사이의 시간' 은 무겁고 혼란스럽다. 원형의 실체와 부서져있는 파편의 이미지들 사이의 경계는 간극적 긴장감이 가득하다. 작가는 고정적 이미지와 관념의 해체 또는 변화를 통해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하였는데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조각나있고 의도적으로 시선을 사방으로 흩트려 놓으며, 이는 해체되었다는 느낌보다 무작위로 깨뜨리고 퍼뜨려 놓은 듯 보여 지고 반항적 또는 파괴적이기까지 하여 익숙한 사물들의 기존 이미지나 인식들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여기서 본래의(해체되기 전) 사물들은 일상에서 쓰여 지거나 보여 지는 것들로 작가의 사적인 경험이나 사건들을 통해 채택된 것으로서 사물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듯하다. 일부 작품들은 색상이나 텍스트를 그대로 유지한 채 해체되어 있어 관람객에게 모호한 경계의 관점과 사유의 시간을 선사하고 있는데 이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에까지 침투하여 다양한 관점의 존중과 인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본 전시에서 보여 지는 대부분의 작업들은 우연적 해체를 통해 의도적 집중력을 불러일으키는데 마치 영화의 디졸브(Dissolve) 적 효과를 연상케 한다.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알고 있던 이미지 또는 익숙한 하나의 장면에서 디졸브 현상이 일어난 듯 갑자기 해체되거나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는데 우리는 여기서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과정'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다. 이 같은 '과정'과 '흐름'에 집중하다 보면 확신하던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지각 경험에 의심을 하게 되고 무뎌지기 쉬운 주변의 대상들을 보다 의식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네 개의 공간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각각의 다섯 개의 작업 시리즈는 조금씩 내용을 달리하고 있으나 작업 외적으로 발생하는 작가의 삶의 긴밀한 관계와 인간의 시선의 한계를 말하는 점으로 보았을 때 맥락은 같다 할 수 있겠다. ● 「Cass」시리즈는 작가가 실제로 1년간 먹은 특정 맥주의 라벨을 모아 진행된 작품들이다. 작가가 술자리에서 습관적으로 먹던 특정 맥주를 부정하는 지인의 사소한 말 한마디로 시작된 이 작품은 타인이 바라보고 인식하며 고정화한 지점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하였는데, 일 년간 특정 맥주를 먹으며 모았던 라벨을 통해 자신의 의식의 변화나 의지(내가 마시는 이것이 과연 그런 것 인지)를 실험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작가는 그러한 부분들을 다시 해체하며, 텍스트를 재조합(언어유희 적 형태) 하는 방식을 통해 인식의 차이 또는 다양한 관점으로의 재배치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천창환_그린 별_학습지에 수성잉크_26×20.5cm_2016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살아간다. 정작 나조차도 종종 밤하늘의 달이나 별을 보고 소원을 빌거나 다짐을 했던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지 오래된 것 같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복잡다단하고 규율적이며,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현대사회에서 하늘을 쳐다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별 연작」은 작가가 한밤중이 되어 작업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날 하늘을 쳐다보며 시작된 작업으로 방향을 설정하지 않은 채 '시험지', '학습지'에 별표를 치며 공부를 하는 학생들, 밤하늘 보다 밝은 유흥가의 간판과 '술 박스'에 그려진 별들에 이끌려 테이블에 고개 숙인 사람들, 이른 아침 '시험지'와 '술 박스'를 고개 숙인 채 줍는 어르신들처럼 '밑'만 쳐다보고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각각의 오브제들을 통해 작가만의 방식으로 삭제하고 재조합하여 보여주고 있다.

천창환_작업실에 온 일수(1월)_광목에 일수명함 가루_69.5×49.5cm_2016
천창환_작업실에 온 일수(1월)_일수명함_각 5.4×8.8cm_2016

일자를 나타내는 '일수(日數)' 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일수(日收)명함'의 언어적 동음이의는 작가의 「작업실에 온 일수」에서 모순적으로 같은 의미를 '동반'하고 있다. 작가는 현재의 작업실을 30만원의 월세를 쓰고 사용하고 있다.(매일 만원의 작업실 대여료) =이와 같이 매일 노크하듯 대문에 부딪혀 소리를 내는 일수 명함(위험한 대출이라는 기존의 인식과는 다르게 명함에는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그림이나 텍스트가 대부분)의 관계나 상황이 모순적이고 아이러니 한 것에 착안하여 일수명함을 수집하고 명함의 일부 그림과 텍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작가의 의도와 상관없거나 상반적 내용)을 긁어내어 가루로 만듦으로 안료로 사용하고 '작업실에 온 일수(日數)'를 달력 안에 채색해 채워 넣는다. 또한 텍스트와 그림만이 남아 있는 일수 명함을 같이 제시하며 이를 통해 작가의 유의미한 실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천창환_Fig. 1_광목에 아크릴채색_50×50cm_2016

구겨낸 캔버스 위에 이미지를 그려내고 펼쳐 이를 퍼뜨려나가는 작가의 방식은 「집에서 작업실까지 마주하는 나의 미래와 세계화」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데 이처럼 의도적 우연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일련의 작업들은 관객에게 호기심과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본래의 이미지를 생각하게 한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특정 텍스트나 간판들은 고정된 인식의 기억으로 우리의 뇌리에 저장되어 있다가 이내 시각의 관심도에서 제외되며, 이미지의 규격화 가 진행되곤 하는데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예쁜 색감의 '담배' 간판도 이에 속한다. 작가가 집에서 작업실까지의 거리 1.5km 내에 마주하는 다수의 담배 간판 들 과 습관적으로 문 담배. 여기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요소들은 작가에게 실험적/사유적 매개로서 다뤄진다.

천창환_30 추락주의_광목에 아크릴채색_150×150cm_2016

올해 만 서른 살이 된 작가는 30이라는 숫자에 대해 자의적이든 타의적으로든지 간에 적잖이 의미 부여를 받은 것으로 보여 진다. 특별할 것 없는 30이라는 숫자가 어느 순간 특별한 숫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의 생활동선에서 마주하는 '제한속도 30'을 나타내는 표지판은 주로 보조 표지판과 함께 제시되고 있는데 '천천히','추락주의'같은 대부분 조심하라는 의미의 것으로서 작가 또는 30세의 사람들의 삶과 반영되어 「30 연작」으로 보여주고 있다. ● 우리의 삶의 동선에는 많은 것 들이 숨겨져 있다. 단지 보려 하지 않았고 주목하지 않았던 것뿐이며 너무나 익숙하여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다. 또는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에 익숙하여 주변을 돌아볼 수 없었음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의도된 우연적 자극/조각난 이미지 들은 타인이나 집단이 이야기하고 규정지었던 사회적/문화적 관습이 아닌 자신이 보고 체험하며 축적되었던 생각의 이미지나 스스로의 내면적인 부분 같은 근본적 문제까지 다루게 되면서 견고했던 고정적 표상들에 균열을 내며 다양한 관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는 어른거리는 좌표들로 명확한 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작가는 단지 그것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해독되어 개별성과 방향성을 갖길 바라고 있거나 혹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삶의 모습들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오주현

Vol.20160805f | 천창환展 / CHUNCHANGHWAN / 千昌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