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Tile 타일 이후의 타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展 Ⅱ   2016_0809 ▶︎ 2016_1225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네이튼 클레이븐(미국)_모함메드 도미리(이란) 몰리 해치(미국)_수잔 베이너(미국) 김혜경_이경민_김희영_이은주_박성욱

주최,주관 / (재)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 후원 / 주한미국대사관_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

관람료 / 성인 2,000원 / 중고등학생,군인 1,000원 / 초등학생 5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CLAYARCH GIMHAE MUSEUM 경남 김해시 진례면 진례로 275-51 돔하우스 전관 Tel. +82.55.340.7000 www.clayarch.org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2006년 개관 이래 건축과 도자의 만남을 지향하며 이 두 명제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탐구하여 왔다. 특히 올해는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상반기에 개최된 『건축도자-EARTH』展을 이어 또다시 건축도자에 오롯이 집중한 전시가 개최된다. 오는 8월 9일부터 개최되는 『Post-Tile 타일 이후의 타일』展은 건축재로서의 타일이 아닌, 예술적 영감의 원천, 동시대 미술의 산실로써 타일을 바라보고, 타일에 내재된 다양한 속성이 오늘날 예술가에 의해 어떻게 구현되고, 창조되며 미술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전시이다. ● 이미 예술은 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소위 다원주의, 혼합주의, 절충주의, 복고주의 등의 경향을 띄는데 이러한 문화 예술 전반의 특징적 현상을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부른다. 모더니즘이 쇠퇴하며 나타났기에 '모더니즘 이후의 새로운 예술적 양상' 또는 '그에 대한 반발'이란 두 가지의 견해를 가지며, 현재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정확하게 개념을 정립하기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모더니스트들이 전통과의 단절, 이성적 논리, 미적 자율성을 추구했다면 동시대 예술가는 전통에 기반을 둔 창조, 장르간의 통합, 미적 상대성 등을 추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경계, 장르의 폐쇄성이 허물어지고, 전통과 새로움이 함께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은 타일의 속성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첫째, 타일은 19세기말부터 영역간의 융합이 이루어졌다. 타일은 예술, 건축, 디자인, 공학, 산업 등의 장르에 폭 넓게 분포하며 각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 통합하며 성장하여 왔다. 둘째, 타일은 미술의 어느 매체보다 다양한 표현성을 지닌다. 타일의 평평한 단면은 캔버스와 같아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점토를 덧붙이거나 깎아내며 입체감을 부여할 수 있다. 구조물의 표면이나 공간을 입히며 공공미술로 나타날 수 있으며, 유닛의 조합과 배열을 통해 디자인될 수도 있다. 셋째, 타일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 타일은 오천 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니며 전통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시각적, 학술적 아카이브를 형성하는 동시에 최신 기술로 현대인의 미의식을 반영하며 생활 속의 예술을 실천하고 있다. 넷째, 타일은 몰드와 전사기법을 이용하여 하나의 원형을 무한히 복제할 수 있는데, 현대미술에서의 사진과 같이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파괴하고 모방과 변형을 허용한다. ● 타일의 독특한 속성을 간파한 오늘날 미술가들은 동시대 예술을 대변하는 매체로 타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에서의 차용, 변형, 모방, 해체 등의 방식을 통해 종래 형식과 범주를 벗어나 타일을 새롭게 분화,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경향의 작품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접두사 '포스트'를 빌려와, '포스트-타일'로 명명하고, '타일 이후의 새로운 예술적 경향'이란 의미를 부여한다.

네이튼 클레이븐_Ellipse_세라믹, 조명_104×180×14cm_2013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개관 10주년 두 번째 기획전 『Post-Tile 타일 이후의 타일』은 한국, 미국, 이란 등 3개국 9명 작가가 참여하여 다채로운 세라믹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타일과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라믹을 주재료로 하고, 타일의 역사성, 회화성, 입체성, 장식성 등을 작품에 차용하며, 유닛의 반복과 조합을 통해 건축의 바닥과 벽면을 변화시킨다. ● 중앙 홀에 자리한 네이튼 클레이븐 Nathan Craven (1976년생, 미국)은 다채로운 형태와 색감을 가지는 작은 유닛을 기본으로 쌓고, 조합하며 벽체와 바닥을 변화시킨다. 파손의 위험이 높은 세라믹에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스쳐가던 공간에 예술성을 부여하며 타일의 기능과 의미를 확장시킨다.

모함메드 도미리_나시르 알 물크 모스크 파노라마 Nasir al-mulk-mosque Panorama
김혜경_Media 'Rak(樂, Joyful)_도자기에 프로젝션 팹핑_2014

갤러리 1에서는 모함메드 도미리 Mohammad Reza Domiri Ganji (1990년생, 이란)와 김혜경 Kim Hyegyung (1974년생, 한국)이 현대매체를 대표하는 사진과 미디어를 이용하여 중동과 아시아의 유구한 타일의 역사를 재해석한다. 이란의 찬란하였던 타일문화는 도미리의 건축사진을 통해 재탄생하고, 한국 타일의 기원인 기와와 전돌은 김혜경의 스크린과 영상이 되어 박제된 전통에 숨을 불어넣는다. ● 갤러리 2에는 타일의 회화적 속성을 접시에 구현하고, 단순한 기교로 취급받았던 장식미술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몰리 해치 Molly Hatch (1978년생, 미국)의 작업과 풍성한 양감과 입체감을 가지는 타일로 현대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생태계 파괴를 비판하는 수잔 베이너 Susan Beiner (1962년생, 미국)의 작품을 소개한다.

몰리 해치_Fragonard_Quand on Aime, Tout Est Plaisir_세라믹_114×330×5cm_2016 ⓒ Todd Merrill Studio
수잔 베이너_Hive_세라믹_304×335cm_2016

이어서 유럽의 장식타일과 패턴을 떠올리게 하는 김희영 Kim Heeyoung (1986년생, 한국)은 오늘날의 소비문화를 꼬집고, 표피 마감재라는 단편적인 타일의 속성을 넘어 빛과 소리, 움직임을 가지고 이은주 Lee Eunjoo (1977년생, 한국)의 작업은 타일의 진화를 엿보게 한다. 이경민 Lee Kyungmin (1983년생, 한국)은 일률적 생산이란 슬립 캐스팅의 고정관념을 깨며, 고정된 표면에 움직임과 조형미를 부여하는 타일을, 박성욱 Park Sungwook (1972년생, 한국)은 분청의 덤벙기법으로 작은 도자 편에 레이어를 입히고 이를 반복, 나열시켜 우리 전통의 미를 현대적으로 표현한다.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개관 10주년 기획전 『Post-Tile 타일 이후의 타일』 출품작품들은 '타일'이란 연결고리 안에서 파생되는 작가마다의 다양한 해석과 작업방식으로 '타일'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가치를 부여하며 동시대 미술의 저변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한나씨는 "현대미술의 다원주의를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지만, 타일이 오천 여년의 역사 동안 인류의 삶 전반에 뿌리내려 삶을 윤택하게 하여왔던 것처럼 다양성 속에 피어나는 내적 성숙함은 예술을 사회로 환원시키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영_Wallpaper_세라믹_320×940×1.5cm_2015
이은주_Weaving_사운드, 세라믹, 조명_가변설치_2014

Post Script ● 타일은 라틴어 '테큘라(Tegular)'에서 유래하였고, "덮는다, 씌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두께가 얇고, 견고한 타일은 건축물의 표면을 마감, 장식하는 건축재로 약 5천년이 넘게 사용되어 왔다. 타일이 일찍이 발달한 곳은 이집트의 나일 강과 메소포타미아의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강 유역으로 현재의 중근동 지역이다.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 사막과 산악지대로 둘러싸인 중근동 지역은 건축에 사용할 돌과 나무를 구하기 힘들었고 대신 강 주변에 풍부하였던 점토와 갈대, 모래를 건축재로 사용하였는데 이는 도자요업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아시아에서는 기와와 전(塼)의 형태에서 타일의 기원을 엿볼 수 있고, 유럽은 로마시대에 테라코타 타일이 널리 애용되었으나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은 711년 이슬람의 무어인이 이베리아반도 남부에 상륙하여 현재의 스페인을 800년간 지배하면서부터 이루어졌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일은 고대 이집트 왕 죠셀(Pharaoh Djoser 재위 B.C.2668~2649년)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푸른 파이앙스 타일로 BC 2,600년경에 제작되었으리라 추정된다. ● 오늘날 흔하고 일상적인 것이 타일이지만 18세기 이전까지만 하여도, 타일은 매우 진귀하고 값비싸 왕궁, 귀족의 대저택, 모스크나 교회 등지에서만 볼 수 있었다. 타일은 권위와 부의 상징이었고, 종교적 신비를 더하였다. 이슬람 사원을 뒤덮고 있는 경이로운 모자이크 타일과 유럽 궁전 곳곳을 호화롭게 장식하는 바로크, 로코코 풍의 타일 등을 떠올려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18세기 중엽에 발생한 산업혁명은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영국에서 동판을 이용한 타일전사기법과 분체압축을 이용한 타일의 습, 건식제조 기술이 개발되었다. 기차가 질 좋은 흙을 퍼다 날랐으며 값싼 석탄 가마 공장이 들어섰다. 타일의 기계생산은 마을과 도시를 번영하게 하였고, 이는 다시 타일의 수요를 불러왔다. 타일은 일반 가정집에서부터 식당, 학교, 병원, 교회, 극장, 기차역 등지에 부착되었고 이로써 타일의 보편화가 이루어졌다.

이경민_Rotation_타일, 세라믹_2008

한편, 타일의 예술적 탐구는 고대부터 행해져왔으나 건축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품으로써 예술적 발현을 시도한 것은 19세기부터이다. 근대로 접어들며 건축은 단순하고, 기능적인 미를 추구하게 되었는데 근대건축의 선구자인 르 코르비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건축을 규격화된 단위의 모듈로 만들고자 하였다. 건축에서 타일의 장식적, 조각적 사용은 배제되었고, 이를 대신하여 근대성을 상징하는 금속과 유리를 건축에 사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는데,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장식과 공예는 노동과 기술에 의한 기계적인 것으로 피상적이고 수준이 낮은 것이라 비하하였다. 당시 사회는 공예와 장식을 하위예술로 분류하였고, 동시에 기계화, 산업화는 타일의 품질과 예술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문제를 느낀 윌리엄 모리스(1834-1896)를 비롯하여 몇몇 예술가의 주도하에 '미술과 공예운동', '아르누보', '아르데코' 등이 일어났고, 이는 유럽 전역과 미국으로 확대되었다. 윌리엄 모리스는 노동은 즐거운 행위인 동시에 예술행위로, 기계가 이를 대처할 경우 자본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 경고하였다. 또한 그는 상류층만이 독점하는 예술이 아닌, 노동자가 스스로 만들어낸 생활 예술품을 추구하였고, 이를 위해 타일, 벽지, 가구 등을 직접 디자인하였다. 이 시기에는 미와 쓰임에 대한 탐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 결과 공예에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예술적 움직임으로 예술과 기능을 결합한 디자인적인 경향과 심미성과 조형성을 강조하는 순수 미술적 경향이 나타났다. 다른 한편, 순수미술계에서도 새로움 움직임이 감지되는데 모더니스트들의 점토작업이다. 피카소, 미로, 샤갈 등의 작가들은 점토, 도자기, 타일을 실험적인 작업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행보는 곧 이어지는 포스터모더니즘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박성욱_Landscape 달과 탑_세라믹_30×30cm_2016

현대로 진입하며, 예술의 다원화가 시작되었다. 예술 간의 위계가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옮겨오게 되었고, 장르간의 경계와 구분이 사라졌다. 현대의 세라믹 타일은 새로운 예술적 경향과 건축 환경에 따라 보다 확장된 영역에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세라믹이 공예에서 현대도예로 분화, 확장되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타일은 건축과의 공생관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활로를 개척하듯 현대미술과, 현대도예 범주에서 다채롭게 변모하고 있다. 타일의 혁신과 진화는 예술계에서 뿐 아니라 건축과 산업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3D 프린팅 공법을 이용한 타일 제조, 다채로운 색상을 지닌 세라믹 파사드 건설 그리고 나무, 메탈과 같은 타 재료의 완벽한 재현 등이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 시각예술에서 타일은 매우 다재다능한 매체로 예술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불과의 만남은 타일의 물성 자체를 바꾸는데 이 단계를 거친 타일은 풍화, 부식되거나, 색이 바래지 않고, 영구적인 예술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불에 의한 우연성이 개입되며,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타일은 평면인 동시에 입체로 회화적, 조각적 표현이 가능하다. 평평한 단면은 캔버스와 같아 유약과 안료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점토를 깎고 덧붙이며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전사지를 이용하여 대량 복제할 수 있으며, 유닛의 조합을 달리하며 다양한 패턴과 디자인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타일의 독특한 매체적 특성은 현대미술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타일은 공간과 환경을 아우르는 공공미술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개념미술로, 입체감을 가지는 부조로, 색의 향연을 담아내는 회화로,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다채로운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Vol.20160809a | Post-Tile 타일 이후의 타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