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도리 Duty of Faith

조현익展 / CHOHYUNIK / 趙鉉翼 / painting.installation   2016_0810 ▶︎ 2016_0821

조현익_믿음의 도리-우편함_철판에 유채 및 혼합재료, 나무패널, 스크래치_122×122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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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익 홈페이지_http://chohyunik.com           블로그_http://artisthi.blog.me

초대일시 / 2016_0810_수요일_05:00pm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6:00pm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B동 Tel. +82.32.760.1000 www.inartplatform.kr

우연히 아파트 입구의 우편함에 수없이 꽂혀있는 '믿음의 도리'라 적혀 있는 한 교회의 홍보 전단을 목격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전단들은 금방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혹시나 해서 재활용 종이 쓰레기통을 뒤져보니 그 안에 모조리 들어가 있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그저 이 전단들이 성가신 모양이다. 아니면 입주자들로 하여금 지저분한 전단을 목격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치워야 한다는 암묵적이고 강박적인 실천적 직업의식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경비아저씨는 그것을 성스러운 믿음의 도리로 받아들였다기보다는 그저 도리를 지키지 않는 이 성스러울법한 전단에 상스러움을 느낀 것 같다. 이 전단을 아파트의 모든 우편함에 가득 투입한 어떤 절실한 종교인은 분명히 믿음의 도리를 다한다는 믿음 즉 하늘(신)의 뜻에 부합하는 신념으로 조심스레 전단을 삽입했을지도 모른다. 그 종교인에게는 이 전단마저 신성한 매개물일 것이다. 이처럼 우편함에 가득 꽂힌 특정 종교의 전단을 매개로 믿음의 도리라는 글귀의 개념에 관한 진지한 사유가 시작되었다.

조현익_믿음의 도리-납골함_철판에 유채 및 혼합재료, 나무패널, 스크래치_122×187cm_2016
조현익_믿음의 도리展_인천아트플랫폼_2016
조현익_믿음의 도리_철판에 유채 및 혼합재료, 나무패널, 스크래치_488×700cm_2016
조현익_믿음의 도리-봉황_철판에 유채 및 혼합재료, 나무패널, 스크래치_244×244cm_2016
조현익_믿음의 도리展_인천아트플랫폼_2016
조현익_믿음의 도리-탄생 II_황동판에 유채 및 혼합재료, 나무패널, 스크래치_300×180cm_2016

'믿음의 도리'라는 글귀의 '도리'란 단어는 국어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 정도로 상당히 강제성을 띠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사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의무' 혹은 '임무', '직무' 등으로 대체될 수 있는 'Duty'가 적당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도리란 짧은 단어에 주어진 개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무겁고 강압적이라 느껴질 정도이다. ● 전단은 믿는다면 도리를 지키라 하고 있다. 무교인 일반인 입장에서 이 글귀는 더욱 강압적으로 생각되어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현관 문 앞에 광고물 부착금지라 써 붙여 놓았어도 어느 새 또 붙여진 여느 광고 전단의 질긴 인연처럼이나 짜증스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는 순간이라 여겨진다. 심지어는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전단에 붙어있는 사탕 한 개와 인스턴트커피 한 봉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결국 전단은 휴지조각이 되어 쓰레기통으로 향할 운명이겠지만, 세상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도리를 지키며 사느라 이 시간도 애를 쓰고 있다.

조현익_엄마와 나-기도_쇠그릇, 놋그릇, 숟가락, 고무줄, 감속모터, 나무, 벽지, 전선_가변설치_2016
조현익_믿음의 도리展_인천아트플랫폼_2016
조현익_수호천사_철판에 유채 및 혼합재료, 나무패널, 스크래치_244×122cm_2016

이렇게 우연한 순간 마주하게 된 이 한 종교의 전단에서 비롯된 도리란 단어는 과연 오늘날의 시대적, 사회적, 개인적 상황이 도리를 다하고 있는 것인가란 물음에 당면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그 도리란 참으로 무거운 동시에 가벼울 수 있는 대상이다. 혹자에게는 성스러운 말씀 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자에게는 공허한 울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때때로 종교는 근본적 성격으로 성스러움과 신앙 이면에 세속적인 삶 자체가 주는 고단함과 버거움 속에서 이율배반적인 작용을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성스럽고도 세속적인 종교라는 형식을 빌려 작업을 진행하면서 종교 혹은 사회적 이념 등의 위상과 허상을 알 수 있게 되었다. ● 세상의 어떤 같은 사물이나 이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언제나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듯이 말이다. 믿음의 도리란 단어가 적힌 전단이 내게 수많은 생각이 들게 했듯, 현 시대 상황에 맞는 이러한 공통되지만 다른 가치를 지닌 대상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 조현익

Vol.20160810b | 조현익展 / CHOHYUNIK / 趙鉉翼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