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 What Caterpillars Taught Me

장욱희展 / JANGUKHEE / 張旭希 / installation   2016_0810 ▶︎ 2016_0819 / 월요일 휴관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플라스틱 필름_가변설치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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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81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화~토_10:00am~06:00pm / 일요일_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성북구 성북로 49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 뒤에 붙어있는 작은 벌레의 시각에는 어떤 풍경이 비춰질까? 나뭇잎의 잎맥, 그것은 혈관과 도로처럼 하나의 기관이나 조직 그리고 세계를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의 통로이다. 나는 나뭇잎에 붙어서 그것을 갉아먹는 애벌레의 모습에서 내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내가 조성한 인공의 숲, 혹은 나뭇잎 세포 사이, 아니 다른 어떤 곳을 상상해도 좋다. 걷는 인간의 행위만 있으면 된다. 잎사귀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의 운동 행위와 인간의 걷는 행위에는 별다를 게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자연을 영위하는 인간과 벌레의 생태적 태도에 우월과 열등이 존재하지 않는'동등함'의 개념이 지배한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거울을 설치한 이유는 작품가운데 있는 본인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작품과 함께 자기 자신을 함께 비추어 보는 장치인 것이다. 결국 걷고, 보고, 겪는다는 행위는 작품 제작의 과정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진정으로 합류하는 경건한 의식이며, 대상을 향한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인식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겐 내면의 경험을 발견하는 사색의 공간으로 거듭 나기를 소망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저마다 제 역할을 하면서 상호의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은 주인공이고 무엇은 엑스트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 주인공이다. 의인화는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인간중심적인 시각인 것 같다. 나는 의충화해 보기로 한다.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플라스틱필름_가변설치_2016

생태계 내에서의 인간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생태학적 체계에는 각 부분이나 존재 사이의 계층적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생태적 사유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인간 고유의 인성이 있으며, 동식물들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사물의 존재와 실체보다는 그 관계를 중시하는 관계적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자연히 그 사유가 흐름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순환적 세계관과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순환적 세계관은 모든 존재와 사물들의 고정된 좌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하나의 실체로서 존재한다기보다는 흐름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혹은 자연물로서의 인간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 필름, LED, 아크릴_35×50cm_2016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필름, LED, 아크릴_48×50cm_2016
장욱희_애벌레가 내게 가르쳐 준 것_ 필름, LED, 아크릴_48×50cm_2016

외부를 향해 다섯 방향으로 뻗은 모양은 별의 오래된 상징이다. 나는 이 다섯 방향의 끝단에 씨앗을 상징하는 둥근 형태를 더했다. 이 둥근 형태는 별과별을 연결하는 장치이다. 씨앗과 별은 생명과 가능성, 그리고 상호 의존적 생태계, 혹은 그것의 원형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동일하다. 그래서 별들을 다른 연결물 없이 상호 의존적으로 끼워지도록 구성하고, 생명의 시원인 씨앗과 세상을 품고 있는 별을 등치시켜서 표현하였다. 별은 내 유년 시절의 상념, 즉 '별은 하늘나라의 땅 속에 심어 놓은 씨앗'이라는 상상이 현실 속에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씨앗=별'이라는'동등함'의 상상은 씨앗과 별의 생김새에서 유래되었는데 별의 모양이'☆'이 아니라 동그란'○'모양이기 때문이었다. 하늘에 별을 심어 놓으면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별 속에 약속해 둔 세계, 즉 생명이 화려하게 땅 위에 펼쳐질 것이라 믿었던 유년의 기억이 씨앗=별이라는 등치개념을 낳은 것이다. 이렇게 구현된 별은 자연이 지닌 유기적인 질서인 생성, 변화, 소멸의 과정을 상징하며 미술적 관념의 순환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이다. ● 나의 초기작품이 현실의 자연 대상을 매체에 끌어옴으로써 생태론적 주장에 집중했다면, 최근의 작품은 매체 내부에서 자연을 암시하게 함으로써 그 주장을 대상화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연과 인공, 생태와 매체, 그리고 재생과 파괴와 같은 생태론적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들과 일관된 철학을 갖는다. ■ 장욱희

Vol.20160810g | 장욱희展 / JANGUKHEE / 張旭希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