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소리

이미경_최현희_하이경展   2016_0815 ▶︎ 2016_1015 / 일,공휴일 휴관

이미경_이현리에서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스페이스 D 개관기념 전시

기획 / 양은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D SPACE D 서울 강남구 선릉로108길 31-1 로프트 D B1 Tel. +82.2.6494.1000/+82.2.508.8400 www.spacedelco.com

오래된 악기 풍금은 그 울림이 크지 않고 묵직하게 감성을 건드린다. 풍금소리처럼 이미지도 마치 오래된 기억의 흔적처럼 다가와 심금을 울린다. 이 전시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서 잊혀 지거나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시골집 풍경, 익숙한 사물들, 가까운 풍경의 편린 등--을 포착하는 작가 3인의 시각을 소개한다. ● 이미경은 그동안 산업화의 속도 이면에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오래된 동네, 집과 가게를 그려왔다. 섬세한 드로잉처럼 그린 그림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고, 그래서인지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리고 아크릴로 칠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펜의 섬세한 선으로 가게와 집의 거의 모든 디테일을 잡아내며 마치 꿈속에서 다시 찾아간 고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 충북 제천 출신이며 시골 여행을 즐기는 이미경 작가는 그림의 소재를 찾고자 카메라를 들고 산업화 이전의 모습을 간직한 동네를 돌아다닌다. 우체통, 평상, 간판, 개집 등 작은 디테일도 카메라에 포착된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재결합되어 이미경이 쓰는 서정시로 변한다. 한때 신문화의 척도였던 슬레이트 지붕의 집은 낡고 빛이 바랜 채 마치 은발의 시골 노인처럼 단아하게 서있고, 가게 앞에는 어디선가 보았던 사물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으며, 거리의 나무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시원하게 위로 뻗어있다. 마치 세밀화처럼 나뭇잎 하나하나 정성껏 그려서인지 마치 빛바랜 추억의 사진처럼 가슴을 울린다.

최현희_Collection of the Mind_2014

최현희는 정물화에 일가견이 있다. 정지된 물건을 그린다는 의미의 정물화는 역사적으로 그 시대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해 왔다. 바로크 시대 유럽에서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의 산물이었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세잔느의 사과, 피카소의 악기가 작가의 형식적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되었다. 앤디 워홀의 코카콜라 병 역시 현대적 정물화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최현희의 정물은 일상적인 물건을 쓴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정물화와 유사하나 그 물건 간의 상관관계는 익숙함을 거부한다. 브로컬리와 봉투, 꽃가지와 책, 주전자와 가방, 시계와 화분 등 익숙한 사물들이 약간 낯설게 조합을 이룬다. 이런 사물들의 배경에는 나무와 녹음이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아우라를 풍긴다. 일관되게 사용하는 '마음의 수집(collection of the mind)'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외풍이나 유행, 골칫거리에서 벗어나 조용히 작가와 사물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 상태에서 여과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하이경_늦기 전에(Before it's too late)_2015

하이경은 일상의 풍경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데 뛰어나다. 나무와 건물, 실내와 실외, 길바닥과 횡단보도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장면을 캔버스에 그리는데 정밀하게 그리는 극사실주의도 아니고, 간단한 인상을 그리는 인상주의도 아니다. 어느 정도의 인상주의적 시각과 함께 캔버스에 붓의 움직임, 붓이 남기는 흔적에 공을 들인다. 작가의 주관을 붓 자국에 담아내며 한 공간 안에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게 만든다. 작품의 제목은 하이경의 작업을 이해하는 실마리이다. 「늦기 전에」 (2015)에서 잘 나타나듯이 비 내리는 날 바삐 걷던 경험을 포착하면서도 언덕 위 목적지보다는 길바닥에 퍼진 빗물에 주목하고 있다. 마음은 걸음을 재촉하지만 눈은 빗물이 퍼지는 장면과 길 위에 반사된 가로수 그림자에 머물며, 시간의 흐름에 갇힌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 양은희

Vol.20160815d | 풍금소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