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at Never Sleeps On The Roof 지붕 위의 고양이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김병직展 / KIMBYOUNGJIG / 金炳直 / painting   2016_0819 ▶ 2016_0825 / 월요일 휴관

김병직_Bastet In Korea_디지털 페인팅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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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81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뮤온 예술공간 Muon gallery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18 203호 artmuon.blog.me

경계에 서서 ● 그들은 항상 경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 약 1만 년 전 스스로 야생에서 인간의 공간으로 이주한 5마리의 길들여진 아프리카들고양이의 자손들은 Pet(애완) 또는 Companion(반려) 동물이란 이름으로 인간에게 불러져왔다. 하지만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매일매일 집(Domestic)과 야생(Wild)의 경계를 넘나들던 9500년 전 사이프러스 섬의 인간과 함께 매장된 고양이처럼 오늘도 육식동물의 날카로운 발톱을 감춘 앞발을 핥으며 가르릉 거리고 있다.

김병직_5 Kittens_디지털 페인팅_2016
김병직_Let It Be_디지털 페인팅_2016

나에게는 3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첫 번째 고양이는 일본식 2층집의 어두침침한 긴 복도와 다다미와 작게 나뉜 많은 방들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신의 왕국과 그 왕국을 열심히 가꾸고 가사노동 하는 인간들을 거느린 나비라는 고양이였다. 그 당시 인간들 속에서 유행하던 흔하디흔한 엘리자베스 1세, 엘리자베스 2세 등의 이름처럼 그녀는 집사들로부터 나비라는 고양이계의 전설적인 이름으로 불렸다.

김병직_Red B_디지털 페인팅_2016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나의 방이었다. 아래층 온돌방과는 달리 나의 방은 다다미가 깔려져 있어서 야생의 풀냄새가 그녀의 코끝과 레이더 같은 수염을 자극했을 것이다. 언제든지 13시간의 그녀의 수면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커다란 ㄱ자 소파와 일본인들이 차를 마시던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는 다실은 그녀가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즐겨 찾던 곳이었다. 또한 나의 방에는 그녀와 나만의 비밀스런 창문이 있었다. 다다미 바닥으로부터 1.7미터 높이에 자그마한 환기용 창문을 통해 여왕은 안과 밖, 야생과 펫의 경계를 인간들 모르게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었다. 나비는 1.7미터의 높이를 김연아의 3회전 점프보다도 더 우아하고 가볍게 뛰어올라 창문 밖 바로 아래의 기와지붕을 통해 그녀의 야생 왕국으로 사라지곤 했다. 그렇게 하루 혹은 2~3일 또는 1주일 이상의 긴 여정 후에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나의 다리에 살며시 다가와 그녀의 몸을 스치듯 비비며 "너 잘 지냈니? 난 좀 바빴어. 아무 일 없지? 그래 많이 컸구나." 등의 그녀만의 신체접촉 혹은 "야옹~" 또는 가르릉거림으로 여왕이 없는 동안 열심히 자신의 비밀과 왕국을 지켜준 어린 집사에 대한 보상으로 나의 청소년 시절 감수성을 어루만져 주곤 하였다. 그중 백미는 자고 있는 나의 얼굴을 사포 같은 그녀의 혓바닥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그녀는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집트 여신 바스트(Bastet, 바스테트)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오곤 하였다.

김병직_Video Ⅱ 나는 본다 Ⅱ_디지털 페인팅_2016

온몸에 파란 페인트를 칠하고 블루 스크린 속으로 사라진지 꼬박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꼭 10년만의 개인전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나의 시간에서는 3년 정도로 인식되었던 기간이었다. 아무리 인간의 속도와 맞추어보아도 6년 정도로 밖에 느낄 수 없었던 10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지나 있었다. 그사이 나는 그녀의 습성처럼 하루 종일 뒹굴 기도하고 어슬렁거리며 졸린 눈으로 멍하니 있거나 호기심에 몇 년씩 구름을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누구도 내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작은 창문을 통해 집으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익숙하고 착한 지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그들의 다리사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김병직_Walking In The Air_디지털 페인팅_2016

나비는 약 한 달간의 여행 후 창 밖에서 스스로의 몸을 혀로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미안해하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녀에게 창문을 열어주었다. 또 그리고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새벽녘 깊은 신음 소리의 끝자락에 5마리의 작은 고양이가 태어났다. 새끼들은 나의 책상과 TV가 놀이동산이나 물놀이 공원인 듯 타고 뛰어넘으며 지냈다. 하루는 나비가 창문 밖 기와에서 방안의 새끼 고양이들을 불러 모았다. 새끼들의 야옹거림과 나비의 간절한 눈빛에 나는 5마리의 새끼를 창문 밖으로 올려 주었다. 그렇게 나는 새끼들과 예정된 이별을 하였고 간혹 새끼들은 담장 위나 남의 집 장독대 그리고 어스름한 골목 귀퉁이에서 눈인사만 하고 지나갔다. 그렇게 14년간의 동거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여왕은 무거운 몸짓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온몸으로 스치고 지나다닌다. 나의 발등과 손등을 아이를 세수시키듯 정성스레 닦은 후 한참을 발밑에서 잠을 잔 후 그녀의 창문으로 나간다. 그렇게 또 한 참을 기와위에 앉아 안과 밖을 살핀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에겐 그 후로 몇 년 동안 주변을 기웃거리며 그녀의 모습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김병직_나비야, 너 어디가니?_디지털 페인팅_2016

몇 년 전 문득 나는 나에게서 그녀를 발견하였다. 매일 밤 창문을 통해 집과 야생의 경계를 넘나들던 살가움도 없고 사랑표현이 익숙하지도 않으며,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두 곳의 경계를 살아갔던 그녀가 어느 날 나에게서 느껴진다. 그리고 또 나는 아파트 주차장의 바닥에 누워있거나 자동차 바퀴 뒤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그녀를 만난다. 공원 울타리 아래서 1만 년 전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경계에서 살고 있는 그들 속의 나를 만난다. ■ 김병직

* 작품 보는 법 1. See (맨 눈으로 그냥 본다.) 2. Look (맨 눈 보기가 지루해지면 집에 돌아다니거나 문방구에서 파는 적청 입체안경을 쓰고 본다.) 3. Watch (적청 안경을 벗고 보고나 쓰고 보다가 한쪽 눈을 번갈아 가며 감아 보며 즐긴다.)

Vol.20160819f | 김병직展 / KIMBYOUNGJIG / 金炳直 / painting

Gwangju 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