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6_0820_토요일_06:00pm
한 여름밤의 옥상 토크 / 2016_0820_토요일_07:00pm~8:30pm 이다은(작가)×최연하(독립큐레이터) & 심동수(작가)×임종은(독립큐레이터)
대안예술공간 이포 신진작가지원展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예술공간 이포 ALTERNATIVE ART SPACE IPO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6길 9(문래동 3가 54-37번지) Tel. +82.2.2631.7731 www.facebook.com/spaceipo
심동수는 이번 개인전 Lovers를 통해 자신이 직접 촬영하거나 출처가 다양한 영상 이미지 즉, 영화, 애니메이션, 역사 기록물 등을 재구성하고 편집하며 자신의 관심사와 주제의식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시에 출품한 세 개의 영상은 그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알게 된 현실 세계와 또 다른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영상이미지 다루면서 천작하게 된 매체 자체를 작가의 비평적 사고를 통해 중첩시켜보고자 시도한 것이다.
작업 「거북이 수프,2016」는 멀지 않은 과거인 냉전 시대에 있었던 이념 경쟁이 국제 스포츠 이벤트로 표출됐던 에피소드를 다루며 시작된다. 중국 육상 팀의 괄목할만한 성과는 서구인들에게 일종의 충격을 주었는데, 그 원인으로 선수들의 독특한 주법走法외에도 전통음료인 거북의 피로 만든 스프가 주목받게 된다. 신비한 불로장생음료처럼 느껴지는 거북이 스프는 마치 승리의 비법인 것처럼 포장되었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불법 약물을 사용해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증대시키고자 했던 숨겨진 진실이 있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희생된 선수들의 괴로움과 회환을 토로하는 내용을 다루며 운동 경기의 치열함과 교차시키고 연이은 자막으로 서술한다. 이 사건을 엿볼수 있는 기록 영상과 상상력을 일으킬만한 자료를 편집하여, 불법 약물의 사용을 신비한 영역의 고대 연금술로 비유하며 내러티브를 구성했다. 과열된 이념 경쟁이 스포츠로 번지고, 인간 몸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약물 남용으로 치달으며 무자비하게 실천되었음을 보여준다. ● 이는 고대로부터 변하지 않는 인간 욕망의 어떤 지점을 언급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인용되는 이미지들은 스포츠 경기에 한정되지 않은 각종 이미지를 모아 상업화된 제약기술과 산업까지의 발전을 언급하며 흘러간다. 스포츠 경기와 현대 의학과 과학을 통해 표출된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고자 했다. 인간 고양이라는 미명 아래 고대 주술과 과학을 넘나들며 인간성(인간의 몸)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어떤 망설임 없이 욕망을 실현하고자하는 계기인 파편 즉, 이념, 경제논리 등을 이미지 파편으로 소환하고 재구성해 보여준다.
이국적인 소재와 특정 사건이 부각된 「거북이 수프,2016」와는 달리 「단역들,2015」은 우리 나라에서 열린 국가적인 대규모 행사라는 정도의 상황을 짐작할 수는 있는 배경에 특정 주인공이 아닌 대규모 군중이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작업에 주된 장면이다. 그리고 이 이미지를 배경으로 소리와 자막으로 처리된 영어 연설이 서사의 중심 줄거리처럼 흘러간다. 이것을 따라서 작업의 내용을 읽다보면 '한미군사동맹기념마라톤대회'의 영상 기록임을 알아 차릴 수는 있다. 작업에서 나오는 연설조의 강한 어투는 멀리서부터 크게 확성되어 들리지만 시선 높이로 근접 촬영된 평범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소 산만한 시선과 행동과 대비된다. 카메라의 시선은 행사에 참가한 단역 역할을 하는 듯하다. 군집된 사람들도 자세히 보면 다른 종류의 국가 행사와 종교단체의 집회까지 참여한 것으로 서사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섞여 편집되어 있다. 그리고 좀 더 이질적인 이미지들, 한미군사동맹의 역사적인 사건과 느슨하게 연관된 몇 장면들이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 이러한 연출은 연설문의 소리와 자막을 통해 관객들은 근현대사와 분단이라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에서 영상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상관없는 여러 행사와 이질적인 영상 아카이브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순조롭게 읽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은 보는이에게 호기심을 유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분절적인 재구성 방식은 작가가 직접 한미군사동맹기념마라톤행사를 목격하고 촬영하며 스스로 불편하게 느꼈던 이념 속에서 생겨난 것과 동시에 지워지는 것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60년대 건전가요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세 번째 작업 「결핵없는 내일, 2015」은 「단역들,2015」에서 보여준 정체가 뚜렷하지 않은 집단과 행사가 그들의 익명성으로 출발하여 하나로 수렴되기도 하고 흩어지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던 것과 비교해서 봐도 좋을 것 같다. 「결핵없는 내일, 2015」은 복고풍으로 편집된 뮤직비디오와 과거의 국가영상홍보물의 두 가지 분위기가 동시에 드러내며 혼동을 준다. 노래가사, 멜로디 그리고 편집된 영상은 배경음악 박자에 맞게 편집되었지만, 결국 부조화를 느끼게 한다. 박자나 분위기를 맞추어 구성하는 뮤직비디오라는 틀을 비교적 잘 모방했지만 국가발전과 전체의 안녕에 대한 강박적 노랫말과 대한뉴스, 서울올림픽 개막식, 군사 퍼레이드 등의 스펙타클한 장면이 주는 정서와 뮤직비디오라는 형식이 주는 분위기와 충돌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한국사회에 이와같은 과거의 건전가요가 아직도 유효하고, 그 증거인 이미지들이 지금도 도처에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 심동수의 작업은 영상이미지와 현실의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며 더욱 공고해지는 것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이미 현실을 가득 채운 있는 영상 아카이브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범람하는 영상 이미지가 추동해왔던 인간 고양의 욕망이나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오히려 이용해서 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자신의 시선과 태도를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최근 작가들에게 이러한 작업 방식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수 있고, 편집된 영상의 주제나 표현이 실험적인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촬영한 이미지가 생생한 현장성이 있거나 선정적으로 눈길을 끄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자신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을 조금 더 냉철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와 관점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더욱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문제의식을 항상 의심하는 작가의 태도는 향후 많은 가능성을 내다볼수 있게 한다. ■ 임종은
이번 전시에 상영하는 작품들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관련 있는, 서로의 거리가 먼 것 같지만 가까운, 상호보완적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관계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작품화하는 데 중요한 시작점이 되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건에 매혹되는 지점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 대상에 매혹된다는 것은 현실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물리적 실재와 상승하는 수치가 중요해 보인다. 모두가 하나의 시각에 발맞춰 살고 있으며 동일한 과제를 직면하고 숙명처럼 이고 가는 삶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실체 없는 거대함을 쫓아간다. 내면에서 생성된 이미지는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에 봉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미지에 다시 의존한다. ● 나는 이러한 견고함에 조그만 틈을 내는 것이 예술이 가진 가능성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미지가 가진 속성 —증거로서의 기능— 을 제거하고 이면을 번역하면, 거대한 삶과 흐름이 서로 어떻게 관여하고 교차하는지 인식한다면, 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 이를 바탕으로 직접 촬영한 영상과 과거에 생산되었던 영상기록물과 문헌, 신문기사와 음성을 모아 재구성했다. 스펙터클함에 매혹된 시선들의 움직임을 조명하고, 소소한 이야기에서 파생된 조각에서 뻗어 나가는 허구적 연대기를 구성했다. 이러한 시도가 유효한 이유는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에 협력하는 (비)가시적인 이미지들의 이면에 풍부한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상기시키고 재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시 곱씹어 볼 수 있다. ● 정리하자면, 'Lovers'에서 상영하는 작품들은 위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양상을 단지 움직이는 이미지로 재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현실 속에서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미지들의 이면을 실로 꿰듯 옮기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의식적 대안 제시가 아닌 선택에 의해 조합된 몽타주들의 움직임에서 현실 속에 가려져 있던 맥락의 의미를 담담하게 제시하며 천천히 곱씹어 보는 것이다. ● 만일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의 굳건함에 조그만 틈을 내는것이 가능하고 그것을 증인으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가능성에서 발견할 수 있느냐'에 대해 발언할 수 있고 재매개가 가능함이 예술이 가진 가능성이라 전제하고, 그 가능성이 현실에서 이미지의 증거로서의 의미를 제거하고 비판점을 공시적인 시간으로 번역하여 시대의 흐름과 개인의 미시적인 삶의 양태가 어떻게 서로에게 상관하고 교차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면 조그마한 틈과 변화의 가능성을 인식할수 있을지 모른다. ● 정리하자면, 'Lovers'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위에 밝힌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그 양상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옮기고, 그것을 적나라하게 그리는 것이 목표가 아닌 그 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와 이면의 이야기들을 실로 꿰듯 옮기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어떠한 강력한 대안 제시가 목표가 아니며 작가의 선택에 의해 수집된 이미지들과 촬영한 이미지들의 조합된 몽타주들의 움직임 속에서 현실 속에서 가려져왔던 비가시적인 맥락들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것이다. Turtle Soup, 거북이 수프 ● 1990년대 후반 세계 중장거리 육상계를 휩쓸었던 마군단이 복용했다는 중국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거북이 수프 일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었다. 인간의 향상심을 충족하기 위하여 사용된 여러 약물들이 은밀히 사용된 역사적 흔적을 살피고 연대기로 구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의 안녕에 대한 환상과 그 이면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이면의 이야기에 접근한다. Bit Part actors, 단역들 ● 대형 이벤트 속 군중이 일정한 방향을 주시한다. 동시에 미국 사령관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의 연설은 국가 간의 희망적인 관계와 번영을 약속하며 끝맺는 말로'같이 갑시다'라는 문장으로 외친다. 작품은 현 지배체제 안에서 개인이 올바르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어, 개인이 사회의 내제된 이데올로기에 의해 이동되는 풍경을 드러낸다. 결핵없는 내일 ● 1967년 57명의 미국 평화봉사단은 그 당시 한국에 만연했던 결핵 퇴치 켐페인을 위해 '결핵없는 내일'이라는 제목의 건전가요를 발표했다. 이 노래를 바탕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적 사건에 관련된 이미지를 이용하여 병치시키고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하였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미지를 파편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아이러니한 음악과 함께 풍자한다. ■ 심동수
Vol.20160820e | 심동수展 / SHIMDONGSU / 沁動水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