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ECO

김보경_박병현 2인展   2016_0822 ▶︎ 2016_1211

박병현_선물 시리즈_패널에 아크릴채색_130.3×130.3cm×3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서민정

관람시간 / 10:30am~10:00pm

커피리브레+오월의 종 Café Libre+Maybell Bakery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15(영등포동4가 442번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Tel. +82.(0)2.2635.0615 www.coffeelibre.kr

"Dis moi ce que tu manges, Je te dirai ce qui tu es" 네가 무엇을 먹는지 말해 주면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 해 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미식예찬』을 쓴 Brillat-Savarin의 이야기다. 먹는 음식을 통해 한 개인의 기호는 물론 정체성과 가치, 생활과 삶의 행태에 대해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지리적, 문화적 유전자의 범위로까지 그 의미를 확장하여 사용 할 수 있는, 이제는 꽤나 보편적이고 그래서 이따금 고루한 인용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인용을 끌어온 데에는 이번 전시의 두 작가, 김보경과 박병현의 작업에서 '무엇을 먹는지' 대신 '무엇을 입는지'를 대입했을 때 이 것이 그대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 해 줄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인용이 되기 때문이다. ● 김보경, 박병현 두 작가의 작품에서 근간이 되는 모티프는 옷이다. 입는 것, 걸치는 것을 통해 무엇을 먹는지 만큼 중요한,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도구로 해석하여 그것을 벗는 찰나의 형태로, 그리고 벗어 놓은 그것을 다시 손수 모양을 잡아 그리는 것으로 두 작가는 각자가 생각하는 자아와 자아들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김보경_탈아_캔버스에 유채_160×98cm×4_2015
김보경_탈아 Series01_캔버스에 유채_160×98cm_2015
김보경_탈아 Series05_캔버스에 유채_160×98cm_2015
김보경_탈아 Series06_캔버스에 유채_160×98cm_2015
김보경_paradise_캔버스에 유채_50×160cm_2016

김보경 작가의 「탈아」 시리즈에 등장하는 '누드로 향하는' 제스처의 인물들은 옷을 벗음으로써 날것의 육체에 가깝게 다가선다. 작가는 육체를 다른 수식 없이 그저 '덩어리'라 부르며 이것이 '자신'에 가장 가까운 자아라 여긴다. 정신과 철학 그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일체 배제하고 그저 육체적 어미로부터 나온 덩어리가 최초의 순수한 모습이라 말한다. 이 덩어리를 감싸는 도구로서의 옷의 기능을 생각한다면, 작가에게 옷이란 착용한 이의 본 모습(순수한 자아)을 가린다는 데에 1차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개인의 외적, 사회적 정체성, 특히 사회적 지위, 직업,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개인들의 정체성이 옷을 통해 드러나고 이때의 옷은 이미 자신의 순수한 자아와 달리 '사회적 자아'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작품을 통해 언급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입고, 벗고, 바꾸고, 변형할 수 있다는 옷의 특징은 사회적 자아가 얼마나 가변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옷을 벗어 다시 덩어리로 가는 찰나는 타인이 만들어 놓은 허상과 사회적 자아를 벗는 순간이 되며 어떤 재단된 시선과 통념에 의한 판단 없이 말 그대로 벌거숭이 덩어리들이 된다. 그 세계는 작가가 이상향이라 생각하는 순수한 덩어리들의 공간, 바로 탕, 작품에서는 「paradise」로 연이어 지는 것이다. 어쩌면 탈의는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찰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아프락삭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할지 모른다.

박병현_흔적_패널에 아크릴채색_91×91cm_2011
박병현_흔적(걸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15
박병현_기대다_패널에 아크릴채색_91×91cm_2012
박병현_관계_패널에 아크릴채색_97×162.1cm_2014

옷이 누군가의 일부나 혹은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박병현 작가의 생각은 옷을 사회적 자아로 병치 시키는 김보경 작가의 생각과 맞닿는 지점이 있다. 박병현 작가는 누군가 벗어놓은 옷, 특히 상의의 모습에 집중한다. 작업의 시작에는 유년의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는 아버지와 생활의 시간이 달라 자주 마주할 수 없었고 아버지의 체취가 묻어있는 옷에서 아버지의 부재와 존재를 동시에 느끼곤 했다. 그 유년시절의 기억은 작가에게 옷이 누군가의 일부, 혹은 전부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고 작가는 특별히 '줄무늬 셔츠'(아마 당시 아버지의 셔츠)를 선택하여 화면에 옮겼다. 그것은 그저 셔츠를 덩그러니 그린 것이 아닌 아버지를 그린 인물화가 된 「흔적」시리즈다. 아버지의 부재로부터 시작되어 그의 흔적을 담아내는 작업 과정을 지나 이후 셔츠는 곧잘 익명의 인물을 대변하게 된다. 줄무늬 셔츠가 아버지의 표상이었던 것과 달리 다양한 셔츠는 더 이상 특정 인물을 상징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무수한 익명의 인물들, 즉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의미 짓기 시작하면서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표현하게 되는 무리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직접적인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관계」는 더 이상 개인의 추억과 사적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시스템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은유하고 있다. 소외와 폭력의 경험이 되기도 하고 위안과 자위의 경험으로 연상되기도 한다. 「관계」시리즈에서 다소 네거티브의 감정을 유발하고 있으면서도 「선물」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일종의 유희적이고 양지의 성격을 띤 자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는 마치 성인이 된 자신의 일부를 유년의 기억 속 아버지께 선물(꽃송이)을 보내는 것처럼 느껴지며 무수한 익명의 자아들과 이들의 흔적, 또한 이들간의 관계에 내비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인 것이다. ● 사회적 통념과 잣대에 의해 판단되고 재단되는 자아 그리고 인물의 흔적, 개인들 간의 관계를 추적하는 작업이 옷이라는 대상을 시작으로 김보경, 박병현 작가는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 서민정

Vol.20160822f | NAKED ECO-김보경_박병현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