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서다

이지영展 / LEEJIYOUNG / 李芝英 / photography   2016_0824 ▶︎ 2016_0913 / 일,월요일 휴관

이지영_김녕성세기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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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824_화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문화공간 양 CULTURE SPACE YANG 제주 제주시 거로남6길 13 Tel. +82.64.755.2018 culturespaceyang.com

낯섦, 균열의 장소 ● '낯설게 하기'는 이제 현대미술의 주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들이 보여주는 낯선 풍경, 사물, 상황 등은 감상자로 하여금 세상을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치를 의심하게 한다. 이지영은 개발/재개발이 진행되는 장소를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낯선 풍경으로 바꾸었다. 이지영의 사진 속 낯선 모습은 개발/재개발이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개발/재개발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거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흔든다.

이지영_강정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9.5×150cm_2016

개발/재개발을 주제로 한 이지영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2008년 진행된 『기억의 리모델링』이다. 작가는 재개발 현장에 버려져 있던 물건들을 곧 철거될 거실과 방 안에 재배치한 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그곳은 사람들이 떠나버린 장소지만 방금 전 무슨 일인가 일어났던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잠시 옆방에 간 듯도 하다. 철거될 장소에 연출된 이러한 상황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작가는 이 작업을 "사라질 공간에 다시 한 번 온기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차디찬 집에 다시 불어넣은 온기는 서로 충돌하여 낯선 풍경을 낳는다. 낯선 상황을 마주하며 관람자들은 사람들의 기억과 삶이 층층이 쌓여있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가를 되묻게 된다.

이지영_황우치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이지영_행원포구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개발/재개발을 향한 작가의 시선이 미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2015년 두 번째 프로젝트 『유영』에서부터 작가는 바다에 있어야 할 테트라포드(tetrapod)를 투명 비닐로 만들어 재개발 현장에 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테트라포드는 원래 방파제를 이루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전혀 다른 재료로 만들어져 다른 질감과 질량을 갖게 되고 원래의 자리에서 벗어나면서 테트라포드는 낯선 사물이 된다. 맥락 없이 현장에 놓인 낯선 사물이 만들어내는 '낯섦'은 개발/재개발의 문제를 관람자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게 한다. 『기억의 리모델링』에서 감상자는 재개발의 현장을 카메라의 렌즈와 같은 위치에서 바라본다. 즉 사진 속 상황과 거리를 두고 있는 관찰자의 위치다. 반면 『유영』에서는 관람객의 위치는 카메라 렌즈와 테트라포드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테트라포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작품의 주인공인 테트라포드를 의인화하여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했다가 다시 빠져나오기를 반복한다.

이지영_사계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이지영_표선해비치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테트라포드는 이번 작업인 『바람에 서다』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테트라포드의 존재감은 『유영』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유영』과 『바람에 서다』에서 테트라포드는 투명하여 주변을 반영한다. 그러나 『유영』에서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사물이라는 이질성 때문에 공간에 스며들지 못하고 침입자처럼 보이지만, 『바람에 서다』에서 테트라포드는 자신이 있을 새로운 자리를 찾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존재감이 강해졌다. 그러나 개발/재개발의 문제의식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제주도에서 촬영한 작업들은 개발 현장이 직접 담겨있지 않고 저 멀리 배경으로 보이기 때문에, 강정의 해군기지나 가속화되고 있는 해안가 개발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그저 제주도 풍경사진으로 보인다. 그래서 테트라포드로 인해 풍경은 낯설지만 오히려 그럴 듯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테트라포드는 무엇 때문에 그곳에 놓여있는가?

이지영_하도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이지영_이호테우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유영』에서 집의 담장 안에 있던 테트라포드는 『바람에 서다』에서 철거될 집의 바깥으로 나왔다. 테트라포드가 개인 공간에서 벗어나 사회 공간으로 나오면서 개발/재개발은 개인을 넘어 사회 체계의 문제로 확장된다. 더 이상 감상자는 카메라 렌즈와 테트라포드 사이를 방황하지 않는다. 자신이 놓여있는 장소의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는 주체가 된다. 그러나 하나의 정답을 가지고 있는 주체가 아니다. 투명한 비닐 테트라포드처럼 주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그런 유연한 주체다.

이지영_종달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이지영_곽지과물해변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7×130cm_2016

개발/재개발이 이루어진 후의 모습만을 보는 우리는 철거될 것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즉 개발/재개발로 얻게 될 것만을 보았지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작가가 사진 작업으로 사라질 것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것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을 놓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함께 한 장소에 담긴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기억이, 기억이 전해져 구전되는 작은 역사가, 그 역사를 상기시키는 공간 등이 과연 사라져도 되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면 쉽게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이지영의 작업 과정은 개발/재개발이 난무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게 하고, 개발/재개발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하며, 개인을 넘어 사회의 문제로 이해시키는 과정이다. 또한 낯설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 또는 사회 내부에 뿌리박힌 하나의 신념 덩어리를 흔들어 균열을 내고 다양한 덩어리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 김연주

Vol.20160824h | 이지영展 / LEEJIYOUNG / 李芝英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