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부작 石附作 Solidification

권용주展 / KWONYONGJU / 權容柱 / mixed media   2016_0829 ▶︎ 2016_1002 / 월요일 휴관

권용주_석부작 2016_난, 시멘트, 대걸레, 빗자루 등_121×168×41.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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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829_월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풀 ART SPACE POOL 서울 종로구 세검정로9길 91-5 Tel. +82.2.396.4805 www.altpool.org www.facebook.com/artspacepoolpage

인공절경의 미학: 석부작 ● 권용주의 작품에서 '석'(石)은 본질적으로 견고한 상태가 아니라 이것저것을 조합한 후 그 위에 시멘트를 부어 '경화의 과정'(solidification)을 거쳐 단단해진 결과적인 상태의 돌이다. 이 돌에 식물을 '부'(附)착하여 뿌리 내리도록 가꾸며 돌보는 과정, 즉 인공재료와 인공자연을 조합하는 과정과 창'작'(作)이 이번 권용주 개인전 작품의 제목이자 주제어이다. '석부작'은 즉흥적이고 임시적이며 진행하고 변화하는 상태를 견고한 작업으로 만드는 작가의 작업 방식과 태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작가 스스로 정체되고 단단해졌다고 느끼는 작업에 대한 반성적 차원도 언급한다. ● 권용주는 자연을 닮은 돌에 이끼, 풍란, 야생초 등 식물을 이식해 가꿈으로써 축소된 유사 자연과 교감하는 취미를 일컫는 석부작을 자신의 작업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시멘트 파편, 계란판, 폐지, 대걸레, 빗자루 상단에 시멘트를 바르고 분무기를 이용해 기암절벽의 형상을 만든 후, 절벽 같은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풍란을 붙여 뿌리내리도록 가꾸는 작업으로, 일, 취미, 유희 등을 결합한 작업이다. 대걸레와 빗자루의 실무더기 위에 살포시 덮인 시멘트산, 대강 엮어 늘어뜨린 전선들 위에 볼록 솟은 시멘트산, 그리고 재활용 폐지 등을 노끈으로 얼기설기 묶고 한쪽 면만을 시멘트로 덮어 만든 우스꽝스러운 기암절벽의 형상과 거기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풍란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그 꼭대기 너머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이것이 작가가 말한 "소풍경이 상상 속에서나마 절경(환상-낙원)에 이를 수 있는 포탈(portal)의 기능"인 듯하다. 『석부작』(2016)은 권용주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예술과 생활이 만나는 작업들을 다른 차원으로 풀어내고 작가의 정체된 고민을 해결해주는 중심 작업이 된다.

권용주_연경 2013_단채널영상, 컬러, 사운드, 염색사, 황동, 자카드 프린트, 실크, 형광등_00:27:00, 가변크기_2016

권용주는 2000년대 후반에 작업을 시작해 10여 년 동안 예술작업과 일을 병행하며 그 둘의 줄다리기 속에서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대부분의 경우 의도적으로 예술노동 혹은 예술가의 노동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가의 몸에 거의 부착되어 있는 노동자, 만드는 사람, 전시 기술자로서의 정체성을 다양한 층위로 발현하고 심화하는 과정이다. 권용주가 삶을 지탱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온갖 일에서 체득한 기술은 그가 굳이 미술창작에 적용하지 않으려고 해도 적용될 수밖에 없는 체화된 무엇이 되었다. 그 경험은 그의 사고에도 깊은 영향을 미쳐 작가는 가끔 '일꾼'의 태도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한다. 이번 권용주의 개인전은 작가가 경험하고 마주했던 삶과 생활의 면면에서 불거져나온 작업들을 느슨하게 잇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의 결을 따라가는 전시다. ● 그는 매끈한 표면으로 감춰야 할 것(들키지 않아야 할 속임수), 혹은 매끈한 표면 아래로 숨어야 할 것(잡다한 폐기물과 건설 자재들)을 끄집어내어 조형을 만든다. 어떤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위해 존재하고 사라질 것들, 버려지거나 버려질 것들에서 우연히 생성된 그의 조각 설치 작품들은 도시 서민들의 임시적인 생활을 형상화하고 나아가서 불완전한 우리의 현재를 말한다. 전시장 한켠에는 분화구 형상의 시멘트산이 중심에 놓이고, 그 뒤로 백두산 사진, 기념사진, 동네 구석의 풍경사진 등이 벽에 걸려 있는 『우리 정상에서 만나요』(2009)가 있다.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를 개기 위해 만들어놓은 물웅덩이의 모습에서 백두산의 분화구를 떠올린 것에 대해 작가는 "당시 일년 내내 시멘트 조각을 만드는 일을 했어요. 그때 매일 시멘트 웅덩이를 만들다보니 그 재료와 형상을 작업에 적용하게 되었어요."라고 밝힌다. 그런데 작품의 제목이 아이러니하다. "우리 정상에서 만나요"라고 하지만, 그가 만든 시멘트산의 분화구는 발을 딛을 수 없이 축축하고 이것이 상징하는 백두산 정상 역시 물리적으로나 이데올로기적으로나 다다르기 어려운 곳이다. 허세 가득한 젊은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종종하는 말 "나중에 정상에서 만납시다"의 공허함처럼 이 제목은 실제 작품과 만나면서 공허하게 떠다닌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2009)도 주재료는 시멘트인데, 이 작품에서 작가는 시멘트 가루가 아니라 완성된 시멘트 블록을 사용했다. 시멘트 블록에 정자체로 새긴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와 그것의 영어 제목인 "죽은 영웅보다 살아있는 겁쟁이가 낫다(Better a Live Coward than a Dead Hero)"는 말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자체의 고민과 더 나아가 삶의 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드러난다.

권용주_우리 정상에서 만나요_시멘트, 주워온 액자, 컬러 프린트_가변크기_2009

『석부작』, 『우리 정상에서 만나요』,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소개하지 않은 작품 중 스티로폼으로 제작한 가짜 바위, 비석, 현판 등에 글귀를 새긴 작업 등이 작가가 직접 경험한 노동에서 도출된 작업이라면, 『연경』(2013/2016)은 약간의 객관적인 거리를 둔 현실 노동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옆 전시공간으로 이동하면 마치 가내수공업 공장처럼 낡은 공간의 형광등 아래 염색사 설치물이 있고, 그 뒤로 젊은 시절 방직공장에서 일했던 작가 어머니의 담담한 어조와 현재의 태국 공장 노동자의 인터뷰가 교차하는 영상이 시공간을 가로지른다. 풀 전시공간의 낡은 정서가 어머니의 기억 속 방직공장을 연상시키는 한편, 영상에 흐르는 현재의 무인공장의 기계의 반복적 움직임을 재생한다. 영상에서 전자동 기계가 짜낸 실크천이 한 벽면에 드리워져 있는데, 천에 새겨진 "자갈밭에 끌어다 놔도 살아날 거고, 모래밭에 가서도 주춧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살 인간"이라는 문구는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의 머뭇거리는 삶의 의지보다 끈질기고 강렬하다. 전시장 한쪽의 작은 방에 설치된 『지하봉제 무지개』는 『연경』의 염색실 설치에서 느껴지는 서정과 향수를 극대화하여 환상의 지점까지 나아간다. 물이 담긴 그릇, 유리 조각, 거울 등이 벽을 투과하는 빛과 만나 무지개를 만드는 이 작업은 애환 깃든 삶에 찾아온 한 줄기 빛처럼 다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권용주_지하봉제 무지개_유리, 그릇, 대야, 거울_가변크기_2010
권용주_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_시멘트 블럭에 음각 새김_150×45×20cm_2009
권용주_만능벽_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_00:06:00_2014
권용주_폭포_방수포, 포장천막, 수중 펌프, 목재, 주워온 화분, 테이블, 고무끈_260×420×450cm_2016(2011)

옆 건물 지하에는 공사장 풍경과 도심의 인공폭포의 광경이 혼재된 듯한 『폭포』(2016)가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2011년 문래예술공장에서 개인전으로 선보였던 『폭포_생존의 구조』부터 최근까지 6-7개의 다른 『폭포』를 제작했다. 아트 스페이스 풀의 지하 중정에 들어선 『폭포』는 작가가 처음 『폭포』 작업을 구상하면서 상상 속의 도심 위락시설을 그린 드로잉에 가깝게 기본적인 요소만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 폭포는 재활용품, 폐자재들 등 각종 오브제들을 쌓아올려 물성을 극대화한 구조에 물이 콸콸 쏟아져내리며 그 물성을 무화하는 이전의 폭포들과 다른 결을 가진다. 마치 드로잉의 2차원 평면성을 재현하듯 여러 개의 나무판에 밑그림을 그려 재단하여 두 세겹 벽처럼 세우고, 그것들을 파란색 방수천으로 덮은 후 공업용 고무줄로 단단히 동여맸다. 흡사 공사장 한켠에 쌓아놓은 자재들을 보호하거나 트럭에 가득 실은 물건을 덮고 흘러내리지 않게 잡아 매주는 모습처럼 말이다. 이전의 『폭포』들이 천막 아래 있을 법한 물건들을 마구 꺼내놓은 것이라면, 이 작업은 그것들을 감싸고 덮으며 『석부작』 작업들과 유사하게 산과 절벽의 능선 같은 인공절경의 미학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공사장 풍경을 연상시키는 이 광경이 주는 익숙함 때문인지 권용주의 인공폭포는 실제로 자연 절경을 흉내낸 도심의 인공폭포보다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 폭포 앞에 놓인 탁자 위의 작은 스크린에는 이전 『폭포』 작업들에서 물이 쏟아지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들이 흘러간다. ● 작가가 『석부작』을 통해 제시한 포탈의 개념, 즉 상상 속에서나마 도달하고자 했던 절경(환상-낙원)은 결국 파란색 인공폭포의 익숙한 낯설음과 작은 화면의 영상들이 보여주는 현실적 인공풍경으로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지하 휴식 공간인 중정에 설치된 인공폭포 앞에 잠시 머물며 작가가 만들어낸 포탈(현실과 낙원, 가짜와 상상, 자연과 인공, 날것과 정제, 단단해짐과 유동성)을 만나보길 권한다. 운이 좋으면 중정에 내리쬐는 햇빛의 줄기와 윤기 나는 파란색 천이 부딪히며 눈부시게 빛나는 광희의 장면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 이성희

Vol.20160829a | 권용주展 / KWONYONGJU / 權容柱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