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의 깊이 / 깊이의 표면

조이경展 / CHOYIKYUNG / 趙利瓊 / photography   2016_0831 ▶︎ 2016_0913

조이경_The Good, The Bad And The Queen_C 프린트_150×15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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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경 홈페이지_bluecho5.wixsite.com/yikyungcho

초대일시 / 2016_083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스페이스몸미술관 제3전시장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 Tel. +82.43.236.6622 www.spacemom.org

우리는 늘 수없이 많은 이미지를 본다. 그리고 세상에는 보이는 것, 아는 것들이 많다. 현대철학자인 자끄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에 따르면, 예술은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고 그 이미지는 어떤 간극, 비-유사성을 산출하는 조작이다. 예술의 재현적 체계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볼 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의 관계들이 이루는 어떤 체계의 체제"다. 이미지를 본다는 것, 그리고 이미지의 실체는 예로부터 늘 많은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회화 이미지가 동시대에 보여지는 다양한 방식을 생각해보면, 컴퓨터 화면으로 혹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는 회화 이미지는 안료를 넘어서서 빛과 픽셀로 이루어진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들의 이미지들은 우리의 시간과 기억으로 단단한 세상을 열어 보이거나, 혹은 어설픈 의미 연결보다 표면 그대로의 '보기'을 요청한다. 조이경은 이미지의 실체에 주목한다.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빛이 있어 가능하다. 조이경은 주로 가시적인 빛을 실험하여 빛에 따라 다르게 포착되는 이미지를 여과 없이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식의 작업을 해온 미디어작가다. 작가는 독일에서 공부하였고, 영상 및 사진작업은 물론 꾸준히 회화 이미지를 고찰해오고 있다.

조이경_Josephine_C 프린트_150×150cm_2016
조이경_The World Politics_C 프린트_120×80cm_2016
조이경_The Wedding Bouquet- a Model_90×60cm_2016

"회화란 본질적으로 사각의 캔버스 위에 칠해져 존재하는 피그먼트들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캔버스 위에 재현된 이미지에서 의미를 찾는 것보다 공간의 벽에 걸린 사각의 프레임과 그 위에 존재하는 피그먼트들에 반응하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조이경)

조이경_Eine Weisse Vase_C 프린트_60×40cm_2015
조이경_The Wedding Bouquet_60×40cm_2016

작가는 회화의 전통적 미디엄인 안료를 현실공간에 프로젝션하여 빛으로 바꾸거나 이를 다시 사진으로 대체하여 안료를 올리거나 한다. 회화적 이미지를 현대의 다른 미디엄으로 변환, 재생산하려는 이와 같은 시도는 동시대에서의 회화 이미지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즉, 회화 평면의 2차원적 공간에서부터 현실공간에 투영된 빛으로 빚어내는 3차원적 이미지, 다시 사진으로 픽셀화되어 조합된 새로운 이미지의 경험이다. 시간에 따른 변화된 이미지들이 겹쳐서 탄생한 「Still Life」, 이들 정물화가 보여주는 것은 더 이상 정지-still-된 사물이 아니다. 곧 이은 「Life in Light」 연작 역시 시간이 겹겹이 중첩되며 빛의 양에 따라 보여지는 그대로를, 작가의 말대로 "보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가상과 현실 공간의 애매한 경계를 구현하는 영화 이미지들의 콜라주 작업에 이어 신작으로 나온 사진 연작 「찍을 수 있었던 사진 / 찍을 수 없었던 사진」은 오늘날 떠도는 이미지 유희의 대표적 경향인 SNS에서 선택된 불연속적인 이미지들의 조합물이다.

조이경_Video-Drawing_C 프린트_23×20cm_2015

조이경의 작업에 있어서 빛이라는 비물질성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이미지가 가리키는 것은 실제의 모호한 영역이자 허망한 현존에 다름 아니다. 또한 새로운 이질적 공간으로 나타나는 이미지는 무매개적으로 충돌하는 것들의 몽타주로서, -하지만 이러한 양립 불가능한 것들의 마주침은 폭로하고 충돌하면서 결국 다른 질서를 드러내는 등 서로 공통의 세계를 창출해나간다- 그 불안정한 세계의 소환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과 알고 있는 것들의 실체를 때로는 명료하게 혹은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게 만든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들이 조작되고 전복된 이미지들, 우리의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되며 우리는 그것들에서 애초부터 잉태된 본질적 위태로움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러한 깊이를 가지지 않는 표면 그 자체를, 의식하기보다 그냥 원초적 '보기'를 우리에게 권유하고 있는 듯 하다. 마치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가 자신의 영화에서 '보는 것'이 '생각하는 것'에 앞설 때 비로소 진실한 세상과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전시를 통하여, 보이지 않은 것들의 단단함, 오히려 우리에게 명멸하며 불연속적으로 쏟아지는 보이는 것들의 한없는 나약함이 아이러니할 지도 모른다. ■ 강주연

Vol.20160829c | 조이경展 / CHOYIKYUNG / 趙利瓊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