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이지유展 / LEEJIYU / 李誌洧 / painting   2016_0831 ▶︎ 2016_0913 / 월요일 휴관

이지유_Untitled_종이에 수채_91×116.8cm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812h | 이지유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2.733.0440 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sarubiadabang

SO.S는 사루비아다방이 2015년부터 새롭게 시도하는 중장기 작가지원 프로그램이다. 작품, 전시와 같은 창작의 결과물 이면에 감춰진 작가들의 수많은 시간과 노력, 과정 속에 큐레이터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그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창작의 조력자이자, 작가의 고유한 언어를 복원시켜주는 매개자로서 사루비아는 대안의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 작년 6월 공모를 통해 ABC 그룹 총 6명의 작가를 선정하였고, 2년간의 진행 과정을 전시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피드백을 구하는 자리이다.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유 작가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SO.S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지유_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6
이지유_Untitled_종이에 수채_60.5×70cm_2014

이지유가 그려내는 침묵의 서사 ● 처음 이지유의 작품들을 일별하면 그것이 풍경이든 인물이든 대개의 경우 어떤 이야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대체로 그의 화면은, 시간이 많이 흘러 또렷하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마음 깊이 남아 있는 오래된 기억의 흐릿한 영상 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이미 지나버린 누군가의 시간들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들이 가진 특성은 일차적으로는 서사성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이야기를 전달하면서도 전혀 수다스럽지 않다. 오히려 모든 이미지들이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실제적인 이야기의 전달이라는 목적은 작품의 저 안쪽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러한 느낌은 그가 이미지를 선택하는 방식에 그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대개 서사가 있는 작품들의 경우, 흐르는 이야기들 가운데 가장 강렬한 순간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나의 장면이 이야기 전체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상징성을 띠고 있을 때 내용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지유의 화면들은 어느 서사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앞뒤의 구체적인 맥락을 전달하기보다는 의문을 던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이지유_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6
이지유_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6

그가 재현하는 이미지들은 실로 매우 평범하다. 그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들판의 풍경, 흔한 기념비, 옛 사진이나 영화의 한 장면들을 그리는데, 두 번 눈길이 가지도 않을 것 같은 이 대상들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던지는 의문은 이렇게 평범한 이미지들 안에 숨겨진 어두컴컴한 그 무엇에 관한 것이다. 검은 현무암 사이로 난 바닷길, 세계의 오벨리스크들, 들판에 쌓인 나무 장작들, 외국인 해녀,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 이지유가 지속적으로 그려내는, 서로 별 관계없어 보이는 이 이미지들은 모두 실제적인 장소와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와 연관되어 있다. 장소는 제주도, 시간은 제주도의 현재와 과거를 모두 포함한다.

이지유_해 解 Deliverance_종이에 수채_114×75cm_2015

제주도는 외지인의 눈에는 야자수와 귤나무가 가로수로 자라는 이국적인 비일상의 장소이다. 제주도의 역사라고 해 보아야 한국전쟁 직전 4·3사건이 있었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지만,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제주의 역사를 떠올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조성된 편의시설에 머무르며 해변과 산책로를 즐기면서 제주는 쉽게 소비된다. 그러나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지유는 표면적 아름다움 이면에 있는 삶의 장소로서의 제주를 바라본다. 그것이 과거의 어떤 장면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든, 현재의 풍경이나 인물을 재현하는 것이든, 그 속에는 길고 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지유_SO.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6
이지유_사람들 Peopl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cm_2005

그의 작품은 분명 제주의 역사와 관계된 여러 장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기존의 역사화 같은 방식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그의 작품은 서사적이지만 아무것도 설명하지는 않는 태도를 취한다. 그가 그려내는 서사의 전말을 전혀 알지 못해도 어떤 경우에는 슬픔이, 어떤 경우에는 섬뜩함이 전달되는데, 바로 그러한 지점이 이지유 작품의 힘이자 누구와도 다른 독특한 지점이라 생각된다. 모든 것을 다 설명하기 위해 시끄럽게 떠드는 방식이 아니라, 조용한 침묵의 태도로 전달하는 이야기야 말로 그의 작품을 오래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특성인 것이다. ■ 이윤희

Vol.20160829d | 이지유展 / LEEJIYU / 李誌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