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언어

손문일展 / SONMUNIL / 孙文一 / painting   2016_0901 ▶ 2016_0928 / 일,공휴일 휴관

손문일_Relationship 18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5cm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토요일_10:00am~05: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폼 GALLERY FORM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520번지 롯데갤러리움 E동 309호 Tel. +82.51.747.5301 www.galleryform.com

나의 작업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하여 실체화 된다. 나는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왜 표현하려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질문을 낳는다. 단테는 ‘행위는 자아의 현시’라고 말한다. 그렇게 따지면 작업은 작가의 존재방식이 드러나는 행위이다. 작업을 통하여 ‘나’의 존재를 증명하며 이를 통해 자기를 점점 확고한 방향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인식 과정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가?’

손문일_Relationship 18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5cm_2015_부분
손문일_Relationship 13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5cm_2015
손문일_Relationship 13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5cm_2015

인간의 사고와 그에 따른 세계를 바라보는 능력은 시대에 따라 변모한다. 어떠한 물질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생각과 관념을 가진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일궈낸 세계와 물질에 대한 해석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생각이나 관념은 의식체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러나 물질은 그 자체로 실존한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인식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지점에 물질의 실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즉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것의 실체는 인간이 생각과 경험을 갖기 이전의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문일_Relationship 13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5cm_2015_부분

나는 작업에서 물질 그 자체를 드러내고 싶다. ‘내가 바라보고 해석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닌, 오롯이 존재하는 물질 말이다. 나는 이러한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작업에 대한 유물론적 태도를 취한다. 인간은 눈이라는 지각요소를 통해 대상을 해석하기 때문에 순수한 대상의 면모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변성을 지닌 개인적인 태도보다는 좀 더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보편적 질서나 유기적 구조체 같은 정리된 사고체계를 추구하게 되었다. 즉 나는 대상의 실존을 상대적으로 더 보편적일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의 개인적인 느낌보다는 어떠한 기준에 의해 선택 되어진 요소들을 가지고 일률적 체계(분류, 해체, 합성 등)를 대입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여태껏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정신 작용을 이끌어 내는 행위를 끌어내고 싶다.

손문일_Relationship 12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6cm_2014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일부를 작업에 직접 부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대상을 그대로 그린 그림보다 더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고, 그리하여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오브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작업에 사용할 오브제로 실제의 옷감과 나무결을 얇게 썬 무늬목을 재료로 택했다. 그리고 표면에 에어브러쉬로 명암과 그림자를 표현하였다. 이러한 표현방식을 통해 대상의 재현을 전제로 한 환영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극사실주의 혹은 대상의 새로운 절대적 객관화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렇듯 실제 사물의 일부를 작품의 한 요소로써 배치를 한다면 표현할 대상과 내가 사용할 재료의 동일성으로 인해 내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나는 대상과 작업재료와의 불일치를 발견하게 된다. 즉, 아무리 내가 양복을 입은 신사의 그림에 실제 양복천을 사용하고 그 위에 명암을 넣는다해도 이는 실제 양복과는 다른 것이다.

손문일_Relationship 11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8cm_2014

그렇다면, 순수한 물질 그 자체를 표현한다는 것은 가능한 것이기는 한 걸까? 표현할 대상의 본질을 밝히려는 나의 집요한 성향은 ‘일반성을 향한 갈망’ 같은 인간의 내적 본능이 아닐까? 인간은 여태껏 보지 못한 현상이나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일반화하려고 하는 내적 본능을 지니고 있다. 시각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시각은 사물을 단순화해서 인지한다. 이러한 시각 요소들의 단순화 과정은 무의식 속에서 굉장히 빠른 순간에 진행된다.

손문일_Relationship 11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90×55cm_2014_부분

나는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표현할 대상의 시각적 요소에서 찾을 수 있는 형태들의 최대한 일반화된 요소를 작품에 대입하기로 하였다. 즉 점, 선, 면으로 구성된 기본적인 기하학적 요소들을 작업에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인체’ 시리즈에서 나타나는 직선적인 요소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 형태(완벽한 직선)와 눈으로 지각된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요소들을 작품에 함께 배치한 것이다.

손문일_Relationship 10_알루미늄 패널에 천, 아크릴채색_188×52cm_2014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한 작품 안에 유물론적인 사상과 관념론적인 사상 이 두개가 함께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을 토대로 작가와 작가가 표현한 대상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작품이라 하는 것은 작가와 대상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도출된 실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과정의 지속으로 인한 생각과 사고 또는 개념들의 탄생성이 내가 추구하는 작업행위의 순환 고리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손문일

Vol.20160904f | 손문일展 / SONMUNIL / 孙文一 / pa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