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의 밤 Night of IRI

황연주展 / HWANGYUNJU / 黃娟珠 / mixed media   2016_0905 ▶ 2016_0924 / 9월14,15일 휴관

황연주_이리의 밤_유리에 시트지_255×54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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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주 홈페이지_www.artrescape.com/itsyunju

초대일시 / 2016_090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9월14,15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카페 보스토크 1층 Tel. +82.(0)2.337.5805 www.facebook.com/cafevostok

지금, 여기 환기의 밤 ● 1977년 11월11일, 오후 9시15분, 이리역(현 전라북도 익산시 소재)에서 대형열차 폭발사고가 있었다. 원인은 고성능 폭발물을 실은 화약열차가 이리역의 수송지연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그 사이 음주한 호송원의 부주의로 화차에 불이 붙었고, 곧 화약상자에 옮겨 붙어 대형 폭발사고가 났다. 전라북도가 집계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59명, 중상자 185명, 경상자 1,158명 등으로 총 1,402명에 달한다. 피해 가옥 동수는 전파가 811동, 반파가 780동, 소파가 6,042동, 공공시설물을 포함한 재산피해 총액이 61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 수만도 1,674세대 7,873명이나 되었다. 이후 이리는 익산과 통합(1995년 5월10일)에 되어 지역명도 사라지고, 서서히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및 기사내용 참조) ● 황연주 작가는 오래 전 이리역에서 일어났던 참담한 대형열차폭발사고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가변설치, 비디오, 시 등 작가만의 예술실천을 통해 추적하고, 상상하며, 위령(慰靈)의 개입을 시도한다. 이리참사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반복되는 이러한 대형참사들은 우리에게 정신적 충격과 함께 영원한 상흔으로 남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황연주 작가는 어긋난 상황, 행위 속에서 유명을 달리한 사건 희생자들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공동의 기억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황연주_차가운 불-눈, 바람, 안개 freezing memory-snow, wind, mist_단채널 영상_00:09:08_2016
황연주_차가운 불-눈, 바람, 안개 freezing memory-snow, wind, mist_단채널 영상_00:09:08_2016

이번 전시에서 비디오는 2편의 일상 같지 않은 일상을 담고 있다. 20대 친구들끼리 귀신목격담을 나누는 상황, 그리고 '차가운 불' 영상 안에 눈 내리는 대나무 숲, 미세한 움직임만 존재하는 불탄 폐가내부, 일렁이는 바다안개로 구성되어 있다. 귀신이라는 초월적 존재가 무의식적 죄책감의 실재화이자 동시에 잡담으로 흐지부지되어버리는 상황에서, 그리고 영겁의 시간이 존재할듯한 반복적 눈 내림과 움직임 없는 무존재의 흉가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보이던 것이 일렁이는 바다로 확인되는 미묘하게 어긋나고 낯선 상황에서 충격적 기억의 상흔을 발견할지 모른다. 또한 이리 참사를 기억하는 익명의 인터뷰에서 흘러나오는 귀신목격담의 격앙된 목소리와는 다르게, 대나무가 있는 생경한 가변공간은 스산한 바람 속으로 이러한 인간적 격한 감정을 삭이고 날려버리려는 듯하다. 이렇게 작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시를 쓰고, 뜻 모르게 깜박이는 붉은 불빛으로 위로 아닌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작가에게 이번 작업은 일종의 위령제이자 우리사회가 남긴 정신적 상흔에 대처하는 자기 위로일지 모른다.

황연주_대나무숲 이야기 bamboo tales_단채널 영상설치_00:09:16_2016
황연주_대나무숲 이야기 bamboo tales_단채널 영상설치_00:09:16_2016
황연주_대나무숲 이야기 bamboo tales_단채널 영상설치_00:09:16_2016

다수이건 소수이건 무고한 희생자들을 남긴 사건사고들은 반목과 불화의 최고정점인 전쟁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우리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고, 직간접적으로 그 소식들을 접할 수 있다. 이리의 폭발사고도 부주의나 시스템부재가 원인이었고, 피해자 조사가 정확하지 않았으며,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1977년 11월19일 '새이리 건설계획'이 발표, 판자촌 및 홍등가가 정리, 아파트촌이 들어섰다. 결국은 1995년에는 이리는 익산으로 지역명칭도 바뀌었다. "산 자의 부수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건들은 수습되어갔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급격히 잊혀졌다. 이후 암묵적으로 끄집어 얘기하기도 뭣하고, 고의적으로 쉬쉬하며 잊었을 법한 이 곳은 수십 년의 기다림을 보상해줄 소위 "휴식과 축제의 문화상징거리"가 조성되었다. 이렇게 2014년 세월호 참사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의혹만 남긴 채 반복되고 수습되어 왔다. 즉, 발생은 반복되고 상황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동안 많은 동시대 작가들은 이러한 사회문제에 반응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왔다.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 황연주 작가도 이러한 반복 아닌 반복을 기시감으로 표현하면서 사후처리에 대한 불만과 함께 냉소를 드러낸다. "[유사한 대형참사의 반복은]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도무지 마르지 않는 상처의 근원이기도 하다... 익산시의 사람들은 이리역 사고에 대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나는 우연히 구도심에 위치한 익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에 입주했던 작가들을 통해 간혹 귀신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놀라울 것은 없었다." 이 귀신은 유곽에서 일하던 신원미상의 여성 혼령이 폭발로 "악의 지역"을 쓸어간 이 결과를 다행이라 여기는 사람들의 "합리화"에 분노하여 눈을 못 감고 이승을 떠도는 것일지 모른다. 죽어야 사는 귀신의 존재는 지금, 여기에 찜찜한 공동양심을 대신하는 형상으로 환기되어 잘못을 인정해야 부활하는 호환의 기재로 등장한다.

황연주_untitled(die young)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05
황연주_untitled(19771111)_실크스크린_72×52.5cm_2016

작가는 오랫동안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작년(2015년) '타인의 삶'(박수근미술관, 양구)전시에서 고인이 된 학도병의 이름을 붉은 글씨로 벽에 써서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고유성과 보편성 그리고 이것이 사건을 어떻게 환기하는지 실험하였고, '기억하는 사물들(2011-2014)'에서는 사물에 덧입혀진 사적-공적 기억과 사연들에 대해,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순교자들Martyrs'(Westbourne church art space, England) 전시에서는 작품 '얼어붙은 기억'을 통해 낯선 상황 속에서 기억이 가지는 정서적 스펙트럼을 탐색했다. 이번 전시도 기억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겠다. 하지만 사적-공적 기억의 교차 속에서 모호함과 미묘한 정서를 드러내며 미학적 의미를 추구해오던 작가가, 2015년부터는 신자유주의의 희생양으로 잊혀진 타자와, 동시대인들의 상흔에 더 집중한다. 특히 '타인의 삶'에서 붉은 색 이름들이나 이번 전시의 붉은 창은 이전과는 다른 감정선과 함께 다중적 의미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 작가의 말을 빌면 - 전시가 일종의 '굿'같다고 한다. 강력한 시각적, 충격과 함께 행위적, 상징적 측면이 강한 우리의 굿은 아닐지라도, 이는 구천을 떠도는 영(靈)과 함께 반복된 피로사회에 지친 우리의 정신을 환기하고 위로하는 것에는 다를 바 없다. ■ 오세원

Vol.20160906f | 황연주展 / HWANGYUNJU / 黃娟珠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