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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90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10:00am~06:00pm / 일,월,법정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2.588.5642 www.hanwon.org
양가적 삶의 모습, 그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 ● 에스트라공: 이리 오기로 돼 있는데. / 블라디미르: 딱히 오겠다고 말한 건 아니잖아. / 에스트라공: 만일 안 온다면? / 블라디미르: 내일 다시 와야지. / 에스트라공: 그리고 또 모레도. / 블라디미르: 그래야겠지. / 에스트라공: 그 뒤에도 죽. / 블라디미르: 결국… / 에스트라공: 그 자가 올 때까지. / 침묵 / 블라디미르: 그럼 갈까? / 에스트라공: 가자. /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의 한 장면이다. 극은 어느 한적하고 황량한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방랑자가 고도라는 인물이 나타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기다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고도가 누구인지, 언제 오는지 아무런 기약도 확신도 없지만 그들은 하염없이,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하며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 인생에서의 고도를 기다리는 일. 우리는 어쩌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처럼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모르는 까마득한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도가 오면 기다림은 끝이 나겠지만 분명한건 고도가 온다는 사실이 아닌,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삶 속에서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무언가를 깨닫고자 삶이 던져준 혼란을 예술로써 승화시키는 사람들, 윤정원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러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윤정원은 200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 문제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의 변화, 나아가 인간의 보편적 내면 심리를 다루는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작가는 예고를 졸업하고 유수의 미술 대학에 진학하여 석사, 박사에 이르기까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어찌 보면 큰 굴곡 없이 정석대로 걸어온 전업 작가로서의 삶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정은 때로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상처를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들과 갈등 상황에 놓일 때마다 좌절보다는 희망을 찾으려 했고, 상처를 예술로써 승화하여 사회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보편적인 어휘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한 편의 성장일기와 같은 윤정원의 작업세계는 몇 가지 중요한 흐름을 지니고 있다. 작업의 시초는 추상 작업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2007년까지 '비상'을 주제로 하늘을 향한 인류의 보편적 욕망을 담아냈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묵의 농담과 다양한 선을 통해 우주의 공간감을, 비상의 흔적을 표현하고자 했다. 현실을 초월하는 상징적 존재로서의 '하늘'은 작가가 일관되게 관심을 부여한 소재이자 이후 작업을 확장시키는 근간이 된다.
작업은 2008년을 기점으로 국화를 소재로 한 구상적 회화표현이라는 첫 번째 변화를 겪는다. 국화를 그림의 주 소재로 삼게 된 것은 국화가 지닌 동양적 사유에 근거한 상징성과 작가 개인의 사적인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국화는 흔히 인내와 지조를 지키는 군자의 상징으로 일컬어져왔다. 그러나 작가는 국화 고유의 메타포(metaphor)를 전복시켜 오히려 인간 내면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는 소재로 삼았다.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국화에 '인간 존재'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현실과 세속을 벗어나 자유를 꿈꾸며 보다 나은 삶의 희망을 추구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다. ● 국화 도상이 등장한 초기부터 일관된 특징은 풍성한 국화를 매우 극사실적으로 치밀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다른 꽃에 비해 잎의 수가 현저히 많은 국화 이파리 하나하나를 묘사하는 과정에서 인간 객체들이 모여 군집을 이루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맺음을 연상시킬 수 있다. 헌데 「n-개의 별」(2008~2009)에서 「Sublime」(2009~2011) 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실재하는 꽃의 형상이 아닌 새나 날개, 별 도상과 결합 또는 해체되어 기이한 형상을 띈 변형된 주체로서의 존재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상에 뿌리내리는 꽃이 곧 인간을 대변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공중 부양하는 새(날개), 하늘에 떠있는 별과 같은 기호에 대입시켜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후 시리즈인 「아름다운 날들」(2011~2014)에서는 더욱 그로테스크하게 변형된 국화와 이를 뚫고 새싹이 돋아나거나 새로운 꽃이 뒤엉키는 형상을 선보인다. 이전까지의 시리즈가 국화에 보편적 인간 존재를 대입시켰다면 그것이 자기 자신으로 구체화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로 관심을 확장시켜나간 결과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매 순간 깨지고 다쳐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의 유기체적 요소에 대입시켜 표현한 것이다. 형상의 세밀한 묘사는 더욱 고도의 치밀함을 동반하는데 특히 외곽선을 강조해서 그리고 선을 따라 안료를 쌓듯이 채색하여 두껍고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선이 만져질 듯이 튀어나오는 화면은 눈으로 더듬듯이 보는, 시각의 촉지적(haptique) 기능을 가능케 한다.('촉지적'이란 시각이 촉각의 기능을 갖는 것, 다시 말해 눈이 보는 행위뿐만 아니라 만지는 행위를 동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찬웅, 「들뢰즈의 회화론, 감각의 논리란 무엇인가?」, 『美學』, 제71집, 2012, pp. 128-129 참조.)
2013년 이후 작가는 불이라는 매재(medium)를 활용하여 또 한 번의 변화를 선보인다. 「잃어버린 하늘」(2014~ )시리즈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노동집약적으로 그려진 형상을 인두, 향, 초를 이용하여 태워 없애거나 없어져버린 것처럼 그려 형태를 파괴하는 것이다. 정교하면서도 화려하고 생생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꽃이 불에 의해 소멸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는 것이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먼저 조형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작가는 비단에 전통방식의 채색재료와 기법을 이용하여 그린다. 비단은 고유의 특성상 연약하고 투명한 성질을 지닌다. 전통채색기법은 안료의 활용에 따라 다양한 질감 표현이 가능한데 전작에서 살펴본 것처럼 작가는 안료층을 여러 번 쌓아올려 형상의 윤곽선을 강조하는 두터운 채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작업에서는 안료 입자가 큰 석채를 주로 사용하여 이러한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기에 이른다. 만져질 듯 입체감 있는 형상은 씨실과 날실이 다 보일만큼 얇게 표면처리를 한 비단과 대비되어 더욱 독특한 질감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화면 일부를 불에 태워 생성된 구멍이나 흔적은 작품의 입체적 요소와 대비되어 빈 공간의 부재가 더욱 극명하게 다가온다. 이와 같이 얇은 비단, 두꺼운 안료, 태워서 만든 공간 등 한 화면에 여러 물성을 대조시킴으로써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관람객의 즉각적인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감각을 극대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조형적 측면은 주제적 측면과도 직결된다. 불은 곧 삶에서의 시련이자 고통이다. 작가는 이를 억압하거나 감추지 않고 작품 속에 의도적으로 드러내어 강조하였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주체가 순식간에 불타 일부가 없어진 흔적을 마주할 때, 관람자는 더욱 강한 상흔(傷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작품에서의 불은 단순히 소멸시키는 존재가 아닌, 파괴를 거쳐 정화 혹은 승화로의 단계를 상징한다. 따라서 소멸되고 남은 빈 공간은 새로운 차원으로의 가능성을 낳는 정화된 상태이다. 이는 상처를 겉으로 표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 것이며, 고통과 그것의 치유는 삶 속에 함께 공존함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개인전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은 우리 삶의 이러한 양가적 속성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 대립되는 요소들을 엮어냄으로써 우리 삶 속에 뒤엉킨 복잡한 요소들, 삶의 고통들, 갈등 등을 녹여내고자 하였다. 현실 초월을 소망했던 초기의 작업은 오히려 현실을 응시하고 인간 내면의 부정적인 면까지도 포용하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으로 구체화된다. 과거의 자신을 감싸고 있던 알을 깨고 나와 보다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여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이 욕망을 작가는 개인의 이야기에서 나아가 회화로써 보편적 감정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 완벽하지 않음을 감싸 안고 더욱 성장한 자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 윤정원의 작품은 곧 작가 정체성의 핵심이면서 우리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의 과정인 것이다. ■ 이지나
□ 전시연계행사
그림 읽는 수요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문화가 있는 날 특별 프로그램 시리즈1_ 큐레이터의 프리미엄 전시해설 프로그램 대상_ 성인, 5인 이상 예약 시 운영 참가비_ 무료 시리즈2_ 큐레이터의 전시해설+작가 윤정원과 함께하는 창의체험 프로그램 대상_ 초·중학생, 5인 이상 예약 시 운영 참가비_ 무료
신청 및 문의_ 전화를 통한 사전 예약(02-588-5642)
서초구 속 미술관 문화체험 (재)한원미술관과 서초구청이 함께 주최하는 지역주민 대상의 문화체험 프로그램 시리즈1_ 서초구민과 아티스트의 만남 작가 윤정원이 전시작업을 직접 소개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시간 대상_ 미술애호가, 일반인 선착순 30명 일시_ 2016_0909_수요일 03:00pm-05:00pm 참가비_ 무료 시리즈2_ 색은 채우고 나는 비우자Ⅱ 어른들을 위한 힐링체험(큐레이터의 전시해설+윤정원 작품 컬러링 체험) 대상_ 성인 18명(회차별) 일시_ 2016_0908/0922/1006/1020_총 4회 10:00am-11:30am 참가비_ 무료 시리즈3_ 아름다운 날들 가족이 함께하는 창의체험(큐레이터의 전시해설+작가의 재료와 기법으로 3D입체카드 만들기) 대상_ 학부모와 자녀(초등생 4-6학년) 18명(회차별) 일시_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10:00am-12:00am 참가비_ 15,000원(가족 당, 1가족 당 1작품 제작을 원칙으로 하며 추가 작품 제작을 원할 시 별도 요금 부과)
신청 및 문의_ 전화를 통한 사전 예약 (재)한원미술관 02-588-5642 서초구청 교육협력과 평생교육팀 02-2155-8827, 8828, 8829
Vol.20160907f | 윤정원展 / YOONJUNGWON / 尹晶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