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일기 Journal de deuil

홍의영展 / HONGEUIYOUNG / 洪宜英 / painting   2016_0902 ▶ 2016_1002 / 월요일 휴관

홍의영_Untilted_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6

초대일시 / 2016_0901_목요일_05:00pm

성남청년작가展 4

주최 / 성남문화재단 기획 /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진행 / 민재홍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성남아트센터 반달갤러리 SEONGNAM ARTS CENTER BANDAL gallery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808 (야탑동 757번지) 큐브미술관 입구 Tel. +82.31.783.8144 www.snart.or.kr

상실의 시대 ● 지난해 말 큐브미술관은 성남의 청년작가를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한 '아트마켓-아트로드' 사업의 파일럿 전시로 『성남청년작가: 블루 in 성남』展을 진행하였다. 두 차례의 파일럿 전시 참여작가 중 6명을 선정하여 2016년 개인전 형태로 성남청년작가전을 선보인다. ● 그 네 번째 전시인 『홍의영: 애도일기』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2년간 집필한 에세이 『애도일기』에서 만난 롤랑 바르트의 삶의 흔적과 사유를 작업에 중첩시킨다.

홍의영_Untilted_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8×91cm_2016
홍의영_Untilted_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8×91cm_2016

롤랑 바르트의 글쓰기는 흥미롭다. 『애도일기』는 작가의 다른 저서들과는 다르게 그 자신이 느끼고 사유했던 감정들로 채워져 있다. 마치 눈앞에서 그가 보냈던 하루의 감정과 그의 표정 또한 읽을 수 있을 것 같이 진실되다. 이성의 베일에 가려졌던 그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살갗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그의 전부였던 존재에 대한 상실을 경험하면서 그가 느낀 감정은 이러했을 것이다. ● 존재에 대한 상실을 경험하며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깊은 내면의 감정, 또는 이해받을 수 없다고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공유를 텍스트를 통해 위로 받는 느낌이다. 우리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속에서 떠다니는 상실에 대한 감정의 잔존들이 어떻게 흘러가며 정의될 수 있는지, 완벽하게 위로 받아 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지만, 홍의영의 작품 속에서 그의 텍스트는 위로로 다가오고 있다.

홍의영_Untilted_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16
홍의영_Untilted_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16

홍의영의 작업에서는 상실에서 비롯한 어떠한 부정이나 분노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마치 고요한 무의식의 세계와 같다. 작품 속 등장하는 'Compassion : 연민', 'Attente : 기다림' 등의 단어들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서 인용한 문구들로 이들은 홍의영의 작품 속에서 암호화, 기호화 되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이 자신의 내면을 타인에게 내보인다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청년작가에게 자신을 대중에게 온전히 내보인다는 것이 낯설은 경험일 것이다. ● 상실이라는 이름의 편린(片鱗)들은 작가의 내면에서 부유하듯 떠다니며 부딪힌다. 일상 속에서 마주해야만 하는 잔재들과 긴장감 또는 공허함 안에서 발견되는 실체가 무엇인지 조차 모른 채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마치 자신을 애도하듯 다독이며 나아간다. 색 바랜 느낌의 옅은 색상과 조금은 지쳐보이는 듯한 붓터치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허전함과 공허함만을 남긴다.

홍의영_Untilted_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6
홍의영_Untilted_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6

"모든 상실 속에서 나는 깨어나고, 보고, 취하고 약간의 경이로움 그리고 결함들이 존재함을 느낀다. 매일 마주해야만 하는 상실에 대한 잔재들과 그것들을 분류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익숙해져야만 하는 부재들 그리고 도망쳐야만 했던, 때론 견딜 수 없는 감정들을 경험한다." (홍의영) ● 작품 속 애도는 죽음에 대한 것만이 아닌 작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존재에 대한 상실 또는 부재에 대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상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에게 작가의 감정을 전이시킨다. 그러므로 작품을 감상한 대부분의 관람객은 결코 유쾌한 감정을 가지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마치 인생의 진리인 것처럼 '지금 힘들어도 노력한다면 미래에는 보상이 따를 것이다.'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라왔으며,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자녀에게 또 이야기하고 있다.

홍의영_Untilted_1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6
홍의영_Untilted_1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6

과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가? 최근 이런저런 인터넷 공간에서 청년세대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신조어로 '헬조선', '노답', '금수저', '흙수저' 등의 말들이 자주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금수저는 자본을 바탕으로 더욱 부자가 되고, 흙수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구조를 빗대고 있으며,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지옥에 사는 것이라는 뜻으로 '헬조선'이라 표현하고 있다. ● 극단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이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청년세대들이 느끼는 정서로 공정한 기회를 획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일자리 구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 일전 폐막한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선수들이 체격이 월등한 해외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땀과 노력에 박수를 쳤던 기억이 있다.

홍의영_Untilted_1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6

올림픽 펜싱종목 결승전 4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이였다. 마지막 3세트를 앞둔 휴시시간 승리는 힘들어 보였다. TV방송을 맡은 해설위원도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잘해 나가면 된다"라는 멘트를 할 때 쯤 TV영상 속 선수는 자기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혼잣말로 되뇌이고 있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이 지극히 상투적이고 특별할 것 없는 그의 말이 마지막 세트에서 기적과 같은 역전을 만들어 냈다. 그래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 주저앉기에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 애도는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는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상실도 마치 성장통을 앓는 아이처럼 상실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진정한 치유란 없었던 일처럼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나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야 한다. ■ 민재홍

Vol.20160911a | 홍의영展 / HONGEUIYOUNG / 洪宜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