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침묵

김한나展 / KIMHANNA / 金한나 / painting   2016_0910 ▶ 2016_1015 / 일요일 휴관

김한나_순환_캔버스에 유채_126×97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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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910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소피스갤러리 SOPHIS GALLERY 서울 강남구 역삼로 218(역삼동 770-6번지) 재승빌딩 B1 Tel. +82.2.555.7706 www.sophisgallery.com

감각의 기쁨: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작가 김한나는 일상의 풍경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2005 『도시와 형상』, 2012 『흐르는 도시』, 2013 『위대한 고요』와 같은 일련의 시리즈들에는 현대인들의 일상성, 고독과 상실에 관한 성찰의 존재론적 가치들이 혼재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의 경험들을 사진으로 담고 다시 회화로 재현한다. 따라서 현대인의 초상들은 위에서 아래로, 전체에서 부분으로의 시각적 탐구에서 재현된 풍경들이다. 작가의 시선은 다양한 시각적 변주에서 기인한 기하학적 풍경으로써 정지와 침묵, 고요의 정신적 경험을 함축한다. 이러한 풍경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 표면에서 심연으로, 사물(현재)에서 본질(기원)로 나아가는 정신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작가는 구체적 인간군상들의 현대성을 넘어서는 본질적인 세계로의 관찰과 감수성을 보여준다. 화면을 구성하는 인간과 자연, 사물 들은 감수성과 정신성으로 변환된다. 이는 세상의 모든 것은 아름답다라는 작가고유의 시선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탕을 몇 가지의 변주된 맑은 색면으로 정리하고 그 위에 풍경의 재현으로 화면을 마무리한다. 그 화면은 투명해서 수채화를 경험케 하는데, 오일 회화에서 경험하는 일정부분의 두께감과 무게감을 개방시키고 확고한 세계에서 열려진 세계로의 빗장을 열어주는 듯 하다. 그 위에 지워진 형상과 구체화된 자연의 이분법적인 조형언어 사이에는 매혹적인 종교적인 체험과 경이로운 자연에로의 시선이 공존한다.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산재하는 고도의 감각화된 색면의 변주는 시각을 넘어서는 기술적으로 강화된 색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산재하고 요동치는 색면은 무의식적이고 우주적이며 종교적인 작가 고유의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중세의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투과한 빛의 밝고 맑음에서 어느 곳에도 산재하는 신의 성스러운 표정처럼 말이다.

김한나_파문_캔버스에 유채_170×148cm_2016
김한나_흔들린 대화_캔버스에 유채_155×129cm_2016
김한나_엑스터시_캔버스에 유채_185×140cm_2016
김한나_저명한 산책_캔버스에 유채_158×106cm_2016

이 색면들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에는 작가의 화석화된 정신적 경험을 볼 수 있다. 이는 유년기적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버님의 오래된 책으로 가득 찬 서고와 그 서고에서 넘기던 유럽의 그림책들이나 문학서적들의 감동적인 내용일 것이다. 이들의 이미지들은 기억의 층위에 빼곡히 쌓이고, 흐려지고 선명해 짐으로써 작가의 작품세계를 유지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특정한 공간과 시간에서 형성된 아니마(anima)로서의 평온, 안락, 모성과 같은 정신분석학적, 심리학적 경험들이 현대적이고 회화적인 변용으로 탄생되고 있다. 그것의 재현들에서 추출된 강회된 색면들의 조화와 움직임들은 다채롭고 신비하다. 이는 초월, 황홀경(ecstasy), 무아(無我), 합일(合一)과 같은 정신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표현성은 근작 『파문』, 『엑스터시』, 『여름의 끝』, 『저명한 산책』와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즉, 작가의 세계에 관한 섬세한 관찰과 정신적, 철학적 표출, 영혼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관하여 라이프니츠는 "모든 순간 우리에게 무한히 많은 지각들이 존재한다는 수 많은 증거들이 있다. 물론 영혼에서의 변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히 많은 지각들에는 이런 인상들이 너무 미세하고 많아서 혹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충분히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한다.(라이프니츠, 『신, 인간, 오성론』)

김한나_조우_캔버스에 유채_93×86cm_2016
김한나_심연의 숲_캔버스에 유채_100×161cm_2015
김한나_심연의 숲 II_캔버스에 유채_100×161cm_2015

그리고 그 위에 포착된 자연과 인간의 모습들은 영원이 순간으로 포착되어 길고 이완된 호흡의 흔적들로 변환된다. 그 화면은 순간적인 일상의 포착과 평면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는 일정부분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나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예술성과 무관하지 않는, 동시대 미술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작가의 작품에는 사진의 순간성이 회화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오래된 시간의 영원성이 내재되어 있다. 영혼의 시각적 추적이 순간으로, 다시 순간은 영원으로 환원되고 순환되고 있다. 곧 순간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영원한 것임을 뜻한다. 그 과정에서 획득된 가치중립적인 대상의 평면성과 기원적 색의 춤추는 흔적들은 작가가 획득한 현대회화로서의 가치이다.

김한나_소리와 침묵展_소피스 갤러리_2016
김한나_소리와 침묵展_소피스 갤러리_2016

시간과 공간이 초월된 화면에는 진공의 맑고 깊은 침묵이 흐른다. 그것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제거된 특정 대상의 스토리텔링과 같은 함축된 언어를 뛰어넘어 정지된 고요이며, 그 침묵은 작가의 사유에서 추출된 영혼의 소리이다. 이것은 바람의 소리, 꽃의 소리, 구름의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에 관한 관조적 시선으로써, 조용한 가운데 사물의 움직임을 본다는 『정중동(靜中動)』의 동양철학적 사유의 맥락이기도 하다. 이는 어쩌면 자기복제와 반복, 표면과 같은 현대성이 겪는 영혼으로 향하는 작가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 이와 같이 작가는 의미의 층위들을 추적하고 다시 감각의 층위들을 사유한다. 그리고 사진과 회화에서의 아우라와 같은 이미지의 고유한 권위성의 문제, 평면성이 점유하는 색면의 정신적 문제, 화가와 사회가 관계하는 시선의 역할과 같은 동시대 미술의 쟁점들을 넓고 깊게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의 실존의 문제와 미술에서의 정신적 문제로 향하는 작가의 연구성과들이 향후 기대가 된다 하겠다. (2016. 8) ■ 박옥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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