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를 탐닉하다

이강우展 / LEEGANGWOO / 李康雨 / photography   2016_1006 ▶ 2016_1101 / 월요일 휴관

이강우_기린 Giraffe_피그먼트 프린트_180×120cm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828a | 이강우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트렁크갤러리 TRUN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6(소격동 128-3번지) Tel. +82.2.3210.1233 www.trunkgallery.com

사진은 현실의대체물로 간주될 만큼 탁월한 유사적 재현성을 갖췄다. 그러나 사진이 그처럼 진실에 상응하는 측면을 지녔다고 해도, 그 환영이 품은 가짜(fake)로서의 속성까지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특유의 힘으로 그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인류 삶에 널리 퍼지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모조도 세상에 실재하는 진짜(real)를 본뜬 가짜(fake)이다. 그러나 모조 역시 자신의 그런 처지를 넘어서서 물리적인 존재성과 이미지적인 생명력을 표출하는 독특한 사물이다. 게다가 일순간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하기야 평소 우리는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모호한 정황들을 자주 목격하며, 오히려 가짜가 진짜보다 더 생생할 때도 빈번함을 실감하지 않던가? 즉 가짜가 원형의 존재적 위상과 아우라를 초월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짜로서의 숙명을 서슴없이 거스르는 모조를 사회와 문화를 탐구하는 주요한 소재요 키워드로 삼기로 하였다.

이강우_마리스 Marie's_피그먼트 프린트_165×105cm_2016
이강우_하이에나 Hyena_피그먼트 프린트_159×106cm_2016
이강우_코끼리 Elephant_피그먼트 프린트_159×106cm_2016

조화를 살펴보다가 가게주인에게 물었다. "이 꽃이 정말로 이렇게 생겼나요? : 세상에 없는 것은 만들지 않아요. 있는 것만을 그대로 본뜨죠." 그의 간명한 답변에서 어떤 의미심장함이 묻어나왔다...(이강우 2009) ● 창작의 기본원리인 모방과 재현은 예술의 오랜 화두이자 이슈이다. 그런데 모조가 내게 그것을 새삼 일깨움은 무슨 까닭일까?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예술과 모조가 그 원리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조를 접할 때마다 '모조는 그저 단순한 모방체일 뿐일까? 그 원리로 만들어진 예술작품과 모조를 가르는 차이는?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탈 경계와 통섭이 대세인 현시점에서도 그 구분이 유효한가? 재현물인 모조를 사진으로 재현하면 어떤 의미를 견인할 수 있을까? 실재를 모방한 사물이상으로 모조의 개념과 범주를 넓힐 수 없을까? 더구나 모조는 언제든 우리의 눈과 의식을 포섭하려하는 상품이지 않은가?'라는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한편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예술이 기록을 추구하건 표현을 지향하건 인공적 산물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더구나 예술행위는 주체의 상상력, 의지, 개념 등에 의거하지 않던가? 그런 측면에서 예술은 시뮬라크르(simulacra)와도 잇닿아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시뮬라크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이나 그 의미'를 가리키는 개념일터, 많은 예술행위와 그 결과물로서의 작품은 그러하기를 주저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적 인공물을 대하는 사람들도 그것을 생생한 실체로 여기거나 독자적인 세계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공적 산물인 모조도, 비록 거기에 실재의 모사품이라는 굴레가 덧씌워지긴 하나, 바로 그런 측면의 결을 함유한 것 같다. 어쨌든 모조가, 진짜를 본뜬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생기를 갖춘 3차원적 실체임은 분명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거기에서 출발하여 특유의 생명력과 확장성으로 다방면에 걸쳐 의미와 맥락을 폭넓게 끌어들이는 모조를 연관 어와 그 개념들로 아래처럼 풀어보련다.

이강우_코뿔소 Rhinoceros_피그먼트 프린트_159×106cm_2016
이강우_하마 Hippopotamus_피그먼트 프린트_159×106cm_2016
이강우_래브라도 리트리버 Labrador Retriever(상), 연꽃 Lotus(하)_라이트젯 프린트_120×158cm×2_2009

"모조는 세상에 실제로 있는 것을 그대로 본뜬(모방·재현·사진·이미지) 인공적 사물(물질·조각·존재)이고, 그 실재를 대체하는 지시체(언어·기호)이며, 다량으로 유통(생산·복제·소비)되는 기성품(레디메이드·오브제)이다." ● 오랜만에 모조 시리즈 작업을 재개한다. 종전에는 꽃과 과일모조가 주 소재였으나, 이번에는 동물모조를 중심소재로 다룬다. 그 이유는 동물모조에 어우러진 정형적(typical)이고 상투적인(stereotyped) 시선·표정·신체·동세 등의 외양적 요소가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것이 소재와 주제의식의 시각화·상징화·개념화 강도를 끌어올림에 유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물모조가 표출하는 그런 특징적 요소의 포착과 활용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이를 사진·언어·디자인의 접목에 인용·패러디·행위·미장센 어법 등을 가미하여 작업의 지형을 넓혀나가기 위한 전단계로 삼고자한다. ■ 이강우

Vol.20161006b | 이강우展 / LEEGANGWOO / 李康雨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