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놀이시작

김용관_노해율_박혜린_양윤임_위영일_홍장오展   2016_1007 ▶ 2017_0225 / 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1007_금요일_05:00pm

주최,주관 / 헬로우뮤지움_C_ 후원 / C__성동구

관람료 / 일반관람 5,000원 / 체험관람 20,000원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입장마감_04:30pm / 월,공휴일 휴관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 HELLO MUSEUM 서울 성동구 금호로 72 Tel. +82.2.562.4420 www.hellomuseum.com

우리가 본격적으로 놀이를 해야 하는 이유 ● 모두들 하루하루 부지런히 스펙을 쌓으며 살아가는 이 시대에 아무 목적과 이유 없이 하는 일은 얼마나 될까? 많은 현대인들은 이렇듯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하여 게으르다거나 현실감각이 없다며 비난하기도 하며, 경제관념으로 계산될 수 있는 아까운 시간을 죽이는 일이라 조바심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결과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다가 문득 그 목표가 허무하며 게다가 실체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면, 그 공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상징계(이름, 법, 정체성 등)의 모든 것들에는 사실 본래적으로 실체가 없기에, 그것에 다가가면 갈수록 우리가 궁극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은 결국 그 '실체 없음(빈 공간, 틈)'이기 때문이다. 자크 라캉에 의하면, 이러한 정체성의 공허함(빈 공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가 마침내 도달하는 곳은 우울의 세계일 뿐이다. 따라서 각박한 삶 가운데 의지적이고 자발적으로 틈(빈 공간)을 만드는 활동, 즉 '놀이'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대하도록 하며, 그 안에서 남들은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도록 한다. ● 시대적으로는 모더니즘이 종식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논리와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시기에, 성과와 목적에 개의치 않고 즐기는 놀이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자본과 성공이 중시되는 이때에 비경제적이고 비생산적인 '놀이'는 많은 이들이 도외시하는 매우 특수한 행위에 속하며, 종종 어린어린이들이 향유하는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취급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헬로우뮤지움은 이러한 때이기에 더욱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놀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을 해보고자 한다. 헬로우뮤지움 동네미술관의 대표전시 중 하나인 『놀이시작』展은 올해 3회째 개최되는 것으로, 올해의 주제는 '놀이 연구'이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는 참여 작가들의 작업은 어떻게 전시와 연결되고 있을까?

김용관_Put Together_레고를 비롯한 여러 블록 장난감_가변설치_2016

작가 김용관은 직관과 논리로 만들어낸 세계관을 간접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들에는 모종의 질서, 규칙과 더불어 허상과 교란이 존재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의 본질이 유희에 있다고 말한다. 즉 김용관의 작업은 지극히 위계적인 상징계로부터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의 일루전에 대해 말하며, 그 틈새를 관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채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태생이 다른 여러 블록들을 조합하면서 새로운 형상을 만드는 작업을 제시하였다. 굳건한 규칙 중 하나인 모듈을 기반으로 생산되고 작동되는 블록들은 본래 같은 종들끼리 엮이도록 제작되었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손을 거치면서 이러한 규칙은 '놀이'를 통해 느슨해졌으며, 관객들은 작품 앞에서 새로이 창작하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노해율_Balance-05_스펀지_가변설치_2016

노해율이 그간 보여준 키네틱 작업들 역시 계획과 설계, 제작이 삼박자를 맞추어야 완성이 되는 것들이었다. 그만큼 수치로 환원될 수 있는 예민한 메커니즘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리듬과 운동 역시 그의 작업에서 핵심을 이룬다. 하지만 작가는 필연 가운데 생겨나는 모종의 우연에 주목한다. 필연은 실패의 확률을 줄이지만, 우연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존재를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헬로우뮤지움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은 기존의 작품들처럼 차갑고 단단한 질감에서 벗어나 다소 둔탁하고 느슨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작가가 부여한 필연과 우연의 법칙이 숨어있다. 아무리 규칙적으로 쌓으려 해도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스폰지 블록들. 하지만 마음을 비우면 어느덧 당신은 생각지도 못한 신기한 형상들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이것이 작가가 놀이를 통해 관객들이 깨닫기를 원하는 것이다.

박혜린_Columns_목재, 텍스타일_가변설치_2016

박혜린은 타 존재와 함께하는 불편함과 그 원인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하여 여러 공존의 방식에 대해 제시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작가의 작업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소재의 본래 속성을 전복한다는 점이다. 이는 작가가 작업을 통해 꾸준히 말해온 '존재의 본질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와도 일견 연결된다. 이번 전시에서 박혜린은 본래의 의미와 기능을 전환하는 설치작업을 통해 관객들의 유희를 가능하게 하며, 이러한 활동과 더불어 타자의 참존재를 인식하는 방법들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경쟁을 통해 앉을 수 있는 의자 작업을 통해, 겨루지 않고 양보할 때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공존의 방식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양윤임_Collective Meal_플라스틱_18×36×36cm_2016

작가 양윤임은 우리 시대와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하여 반성하고 연구하면서 이를 상상의 음식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인류문화사에서 음식은 어느 시기와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상으로 작동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열댓 명의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가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구체화하도록 요구하였고, 그 결과물을 음식으로 답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그 다양한 음식물을 혼합하여 새로운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냈다. 이 결과물은 어린이들이 가족(추상적 개념)과 연결하여 내놓은 구체적 형상인 것이다. 추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러한 과정은 놀이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위영일_알레아토릭페인팅시리즈2_변형캔버스에 혼합재료_225×650cm_2015

'짬뽕맨 시리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위영일은 근래 우연을 매개로 하는 회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직접 제작한 페인팅 매뉴얼을 기본으로 하여 작업하는데, 본격적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작가가 하는 행위는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다.(유희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맞추어 작품을 완성한다.(현재화한다.) 고로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작가가 만든 수 배열이 지니는 총 7,776개의 가능성 중 하나로 매우 희박하고 희소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얼마 전부터 '회화는 세계를 담아내기에 한정되어 있다'는 위기설을 가뿐히 넘어서는 것으로, 고정되고 제한되어 있는 장르의 특성을 유기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치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서양의 미술사를 관통하고 조합하여 재구성한 회화 작업들과 더불어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주사위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홍장오_유에프오가구_나무_가변설치_2016

홍장오 역시 실재하는 존재와 미지의 존재를 결합하면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미확인 비행물체(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로, 이는 판타지를 자아내는 대표적인 요소이면서 또한 다른 것들보다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해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특히 이러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요소에 기묘함과 신비로움을 더하여 샤머니즘적인 신당으로 만들기도 하고, 유희의 기능을 지닌 도구로 치환하기도 한다. UFO 혹은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매우 멀리 있는 것 같지만, 한편 누구나의 유년시절부터 성인으로 살아갈 때까지 혹시나 한 번쯤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주는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면 이렇듯 멀리 있지만 또한 주변에 언제나 머물고 있는 것들은 비단 그것들뿐만이 아니다. 우리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든 타자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 자신 역시 '알고 보면' 미지의 존재이지 않은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UFO의 모티프들을 다양하게 각색하여 존재의 외연을 확장하고 펼쳐내고 있다. ● 우리가 본격적으로 놀이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고, 삶의 의미와 의미 없음을 넘나들며, 부조리와 본질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놀이는 허무와 공허를 극복하고 삶을 완성하도록 만들어준다. 예술을 감상하고, 작품에 참여하는 행위 역시 매우 비일상적이고 비생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로 그것은 어떤 측면에서 놀이의 속성과 매우 닮아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헬로우뮤지움은 관객들이 유희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한 시간은 불완전한 삶을 궁극적으로 그 자체로 완성된 것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 김지혜

Vol.20161007g | 2016 놀이시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