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MOON

한연선展 / HANYOUNSUN / 韓然善 / painting   2016_1001 ▶︎ 2016_1013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지름 90cm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0731a | 한연선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귀포 예술의 전당 주관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후원 /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_문화체육관광부

관람시간 / 11:00am~06:00pm

서귀포 예술의 전당 제주도 서귀포시 태평로 270 Tel. +64.760.3341 arts.seogwipo.go.kr

제주 평행 달로의 초대 ● 한연선 작가가 이사 갔다. 단편 정도의 기억이 남은 어릴 적 미국에서의 이사 이후, 줄 곧 서울에 살았던 작가가 제주도로 짧은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도 작가는 세상의 사물을 예삿일처럼 스쳐보지 않았다. 한여름 모기에 쫓기며 연밭에 나가 연꽃 스케치를 하던 작가가 이번에는 선인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가시달린 선인장. 가시 달리면 으레 선인장으로 불러 특별한 이름 같은 건 없으려니 했는데, 작가가 더운 날 열심히 들여다본 제주 거리의 그것은 백년초였다. 맥시코를 원산지로 하는 선인장과의 이 백년초를 작가는 이름도 모른 채, 더운 날 열심히 그렸다. 여행지에서 통성명도 없이 찌릿한 교감을 나눈 '무명'의 누군가처럼, 백년초는 작가에게 연락처 없이 헤어진 여행 동무 같았다.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60×160cm_2016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40×100cm_2016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60×160cm_2016

한연선 작가가 달에 갔다. 아니 가 보았을 것이다. 백년초와의 짧지만 강렬한 조우 못지않게, 여전히 작가의 관심을 끄는 것은 두 개의 달이다. 여백의 달 하나를 더 그리는 것은 평행 우주와 같다. 요즘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미래는 우주,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동시 다발적으로 공존하는 또 다른 우주에 대해서 말한다. 평행 우주다. 방아 찧는 토끼가 산다는 달나라는 이제 좀 유치한 상상이 되어버렸지만, 토끼 거주지 달나라는 평행 우주를 상상하던 시절의 순박한 버전이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면? 구미를 당기는 이 질문에 작가는 강렬한 태양보다 은은한 달로 대답한다. 두 개의 달은 평행 우주 버전의 평행 달이다. 두 개의 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보자.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60×160cm_2016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40×100cm_2016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40×100cm_2016

한연선 작가는 그곳에서 백년초의 이름과 습성을 매우 잘 아는 식물 박사가 되어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두 개의 달이 아닌 두 개의 태양과 두 개의 은하를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작가는 '평행 달' 연작을 마주한 손님들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좀 다른 생각을 해 보십시오. 다른 생각은 여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의식 여행입니다. 환기 안 된 우리의 의식에 문을 내고, 그 문을 활짝 열어 외계의 공기도 들이켜 봅시다. 좀 상쾌하지 않습니까?' 더운 날이다. 더운데서 선인장이 사는 법은 잎을 가시로 만들어 줄기의 수분 증발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더운 우리에게도 나만의 사는 법이 있다. 작가의 평행 달은 획일화된 이 세계에로부터 여백 있는 내 세계로의 초대다. 상상하자. 작가의 평행 달을 본 손님들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평행 달 행, 우주선으로의 탑승이다. 필수 지참물은 오로지 모험심뿐이다. 셋, 둘, 하나, 발사! ■ 김정현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지름 40cm×4_2016
한연선_ANOTHER MOON_한지에 목탄, 채색_40×40cm×4_2016

선인장과 두 개의 달 ● 걸음걸음 지나는 길에는 유독 마음에 들어오는 사물들이 있다. 가파도의 선인장이 그러했다. 해안가를 따라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선인장과 만나게 되는데, 길가에 자라고 있는 선인장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낯설어 그랬는지 모르지만, 눈길이 가게 되었다. 백년초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선인장의 상징이라 할 법한 가시가 많지 않았다. 식물원이나 화원에서 보던 잘 다듬어지고 상처받지 않은 매끈한 가시가 아니라,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받은 듯 가시가 많이 꺾이고 닳아서 없기도 하였다. 남아있는 가시들은 꽤나 강하고 단단해 보여, 시간을 견디어낸 견고한 식물의 느낌이다. 화려하고 예쁘지 않아도 그 모습 자체로 눈에 들어왔다. 꽃이 다 지고 난 후의 연꽃밭을 보았을 때의 감흥과 비슷하게 시간의 흔적을 품은 대상으로 다가왔다.

한연선_두개의 달_한지에 목탄, 채색_27.5×22cm_2015

길가의 선인장을 그려보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우리는 지금 나의 생각과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믿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을 겪으며 또다른 경험들을 통해 변해버릴 것들이다. 절대적일 것만 같던 지금의 생각들은 변화하여 움직이고 달라질 수도 있다. 생각이란 흘러가는 것이고, 고정된 진리는 없으며, 모든 것은 움직이고 변화하기 때문에 오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다. 긴 세월을 두고 보면 나의 우주는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 두 개의 달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달이 하나라는 믿음으로 인해 우리의 사고가 단정지어지는 것은 아닐까. 보다 더 여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통해 모든 것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 또한 그러고자 하는 기원을 담아 본다. ■ 한연선

Vol.20161008d | 한연선展 / HANYOUNSUN / 韓然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