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연가 南道戀歌

나경택展 / NAKYUNGTEAK / 羅庚澤 / photography   2016_1007 ▶ 2016_1102 / 10월17일 휴관

나경택_크리스마스 눈스케치, 북동성당_1979

초대일시 / 2016_1007_금요일_06:30pm

롯데갤러리 특별기획展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10월17일 휴관 * 전시 종료일 관람시간은 오후 3시까지입니다.

롯데갤러리 광주점 LOTTE GALLERY GWANGJU STORE 광주시 동구 독립로 268 롯데백화점 11층 Tel. +82.62.221.1807~8 blog.naver.com/glotteart

'가까운 옛날'의 기록과 기억예술로서의 사진 ●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진의 화두는 '기억'과 '기록', '아카이브'가 주류를 이뤘다.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모색과 더불어 기억과 기록의 예술로서, 사진의 가능성이 확장되고 있음을 도처에서 감지하게 된다. 이는 피에르노라의 언술처럼 "우리가 기억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 것은 이제 더는 기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겠다. 또한 불안정한 기억을 소환해낼 수 있는 장르 중에서 사진의 사실성과 객관성을 꼽았었는데 그 자체에 대한 회의와 반증이 일면서, 기억 예술로서의 사진이 역으로 기억의 불가능성을 재현하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제시하게 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진은 세계의 단순한 재현뿐만 아니라 세계의 해석이자,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형상화 하는 등 사진의 경향이 다채롭게 변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사진기록의 중요성도 유무형의 기록들이 소멸, 변형, 왜곡되어 가는 지금의 현실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나경택_옛 전남매일 신문사 앞 자전거 우산장수_1971
나경택_장성 섶다리_1979
나경택_카바레에서 춤바람난 부인들_1970
나경택_진도군 장도 섬마을 여선생 송경자_1971

주지하다시피 나경택은 지난 40여 년 동안 광주·전남북 지역을 중심으로, 사진의 기록적 가치와 기억예술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왔다. 특히 그의 사진-세계를 대표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기록은 한국 현대사에서 근원적인 폭력이미지이자 대항 이미지로 재전유 되어 왔다. '말할 수 없는 역사'로 존재한 광주항쟁의 기억은 나경택의 사진기록에 의해 전파되었고, 근원적 이미지로서 막중한 몫을 차지했다. 5.18 기억의 한 축을 맡아온 나경택의 낡은 앨범 속에서 발굴해 낸 또 다른 사진이 있는데, 바로 이번에 펼쳐낼 가까운 옛날 남도지역의 일상과 남도사람들이다. 이제까지 지역의,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의 소실되어 가는 사진앨범에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역사의 선명한 기억의 장소에 불려오는 일은 희박한 일이었다. 그동안 개인, 지역, 공동체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나경택은 이번 전시에서 삶과 역사를 낱낱이 기록하는 장치이자 기억예술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을 환기하고 있다.

나경택_댕기마을,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_1974
나경택_밝은 사회 이룩하자_1970
나경택_연탄파동_1970

사진이라는 매체와 기억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이 있다. 기억은 그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정 매개체에 의해 발굴되거나 반추, 소환이 더욱 용이해진다. 흔히 시간 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진이 기억의 확실한 마중물의 역할을 담당한 것도 그 시제가 언제나 과거이기 때문이고, 기계적인 복사 능력으로 기억의 보증을 확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과 손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그림과는 달리 사진은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재현방법으로 과거 사실에 대한 믿음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사진적 사실주의는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의 증거 즉 절대적 과거의 재현으로만 출현하기 때문에(…) 진술적 재현에 관련하고 그때 응시자는 재현된 대상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갖는다'1)는 이경률의 언급처럼 사진은 과거 사실의 뚜렷한 증거가 되어왔다. 또한 '그 대상이 과거적 경험일 때 사진은 기억적 재현'2)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이 기억의 메타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대상이 있어야만 촬영을 할 수 있는 분명한 지표성이 전제 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사진에서는 이 지표성이 모호해지긴 하지만, 디지털과 필름 카메라 모두 기본적으로 촬영대상의 확실한 '있음'이 필요하다. 즉 촬영 대상에 입사한 광선이 렌즈를 통하여 들어와 메모리카드나 필름에 기록되는 것이 사진 촬영의 일차적인 원리이고, 촬영이 끝나자마자 그것은 과거의 시간대로 편입된다. 그러므로 "기억은 단지 사진일 뿐이다."3)라고 말한 필립뒤부아의 명제는 기억 기술(記述)로서의 사진의 성격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잔손탁도 '사진이란(화가가 그린 그림이 하나의 이미지이듯이) 하나의 이미지, 곧 현실의 해석이기도 하지만, 발자국이나 데드마스크처럼 흔적, 곧 현실의 직접적인 형판(型板)'4)이라고 사진과 기억에 대한 상관관계를 진술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과거의 경험이 망각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무의식중에 잔존하는 것을, 사진의 네거티브 필름에 보이지는 않지만 형성되어 있는 잠상(Latent Image)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도 사진만의 고유한 지표성 때문이다. 이처럼 (특히) 아날로그 사진에서 잠상으로 머물고 있는 기억-각인(刻印)의 효과는 그동안 기억을 기술(記述)하는 사진의 위상을 견고하게 해주었다.

나경택_부부 마부, 중흥동_1978년 1월
나경택_시내버스 만원사례 안내양_1978년 12월

그런 의미에서 나경택이 지난 40여 년 동안 광주·전남북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는 민속과 문화, 인물을 기록한 사진들로 이뤄진 이 전시는 지역다큐멘터리의 귀한 업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 개인과 이웃, 마을 공동체에 대한 기록은, 우리나라처럼 과거의 자취가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우리를 이해하자면 먼 시대의 역사보다 가까운 과거의 역사, 가까운 이웃의 역사를 아는 게 필요하다. 비중이 큰 사건·사고보다, 중요한 것은 나날의 일과 삶이고, 일상적으로는 의식되지 않는 새로울 것도 없고 신기할 것도 없으며, 별로 보잘것없는 것들이 오늘과 우리를 아는 데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면, 너무나 흔해 빠져 아무 대나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어있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더욱이 중앙이 아닌 한 지역의 역사를 사진으로 발굴, 보존하고 재해석하는 일은 그 필요성에 비해 요원한 일이 되 가고 있다. 특히 나경택의 작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삶의 터전과 일터가 같으니 늘 보고, 항상 보고, 깊이 보고, 부지런히 다니며 누구보다 지역을 이해하는 사진지평이 탄탄하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사진매체에 대한 성찰과 사진 실천의 고투는 방대한 작업에서 자칫 놓치기 쉬울 내용의 깊이나 주제의 한계를 검증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재촬영하는 사진가로서의 미덕으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나경택의 사진작업은 작가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저장소이기도 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기억 창고로 확대되며 보편적인 가치와 도덕을 체현해내는 특징이 있다. 남도지역 곳곳의 소소하고 (지금 보면 진귀한) 간단없는 일상들이 점점 묘연해질 즈음, 그의 사진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보편적인 향수와 기억을 회생시키는 강력한 매개가 된다. 대상을 향한 존중과 기다림으로 시작하여, 단순 기록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기대고 있는 사진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최연하

Vol.20161009b | 나경택展 / NAKYUNGTEAK / 羅庚澤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