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이후

차우희展 / CHAOUHI / 車又姬 / painting   2016_1011 ▶ 2016_1023 / 월요일 휴관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1_캔버스에 혼합재료_90.9×116.7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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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011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2.720.6167 www.gallerygrida.com

나의 작업을 돌이켜 보면 90년대 초의 「오딧세이의 배」 이후 주로 90년대 후반에 집중된 「Stray Thought on Sails」, 그리고 2000년대 진행한 「Sail as Wing」, 덧붙여 2010년 진행한 설치 작업 「La Boîte de la mémoire」등이 우선 떠오른다. 오브제와 드로잉에서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위의 회화작업중 「오딧세이의 배」가 큰 맥의 가장 윗줄기가 아닌가 싶다. 「오딧세이의 배」에서 시작된 항해는 작업 속에서 끊임없이 확장되었고 이후의 다른 작업들로 진화하여 미지의 영역으로 나를 내몰았다. 여행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무척 길었다. 작업은 작가의 의지로 시작되지만 어느 사이엔가 작가에게 의지를 강제한다. 마치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처럼.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2_캔버스에 혼합재료_90.9×116.7cm_2016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3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7×90.9cm_2016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4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7×90.9cm_2016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5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7×90.9cm_2016

작업 속에서 기호는 이미 80년대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황망한 기호들을 화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어딘지 마음에 내켰던 이유는 항해 속에서 깨닫게 되었다. 캔버스 천은 망망한 대해를 위해 펼쳐진 돛이기도 하고 원하는 곳을 찾기 위한 지도이기도 하다. 쉴새없이 줄달음쳐가며 찾아 헤메는 지도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이다. 어린 시절 내가 살아온 동네를 지도로 그려 본다. 이곳엔 정미소가 있고 이 골목에서 꺾어지면 구멍가게가 있고, 그렇다. 이쯤 어디인 것 같은데 어린 시절의 내 집은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사이엔가 이제는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가까스로 기운을 내서 지도의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지도는 조금씩 덧붙여 그려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완성될 것이다. 오딧세우스가 마침내 이타카에 도달한 것처럼 나 역시 기억의 지도를 완성하고 그 집을 찾을 것이다.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6_캔버스에 혼합재료_116.7×90.9cm_2016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7_캔버스에 혼합재료_60.6×72.7cm_2016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 08_캔버스에 혼합재료_60.6×72.7cm_2016
차우희_오딧세이 이후-드로잉_종이에 혼합재료_157×216cm_2016

마침내 지도가 완성될 것이라 믿지만, 닻은 내려져야 한다. 항해는 너무 오래 계속되었고 돛은 해풍에 삭아 너덜거린다. 이렇게 내 안에서 길고 긴 오딧세이의 항해는 끝났다. 그럼에도 끝나지 않는 여정은 무엇인가. 차곡차곡 쌓인 기억을 더듬어 가며 그려가는 유년의 지도들은 반은 상상으로, 반은 기호로 화면 속에 나타난다. 내 뜻과는 다른 낯익고도 낯설은 공간으로 안내하여 새삼 이타카에서의 길찾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 차우희

Vol.20161011e | 차우희展 / CHAOUHI / 車又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