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공간 Sief-Crating Space

이승희展 / LEESEUNGHEE / 李承禧 / painting   2016_1014 ▶︎ 2016_1020 / 월요일 휴관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5

초대일시 / 2016_101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뮤온 예술공간 Muon gallery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18 203호 artmuon.blog.me

이승희 작업은 환하다. 화면 가득 무지개빛 스펙트럼의 띠가 고요히 진동하고, 도시에는 빛이 고르게 퍼지며, 그 기후는 온화하다. 색면 띠들은 그러나 완전히 접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저 이웃해 있거나 연접해 있을 뿐이거나 어긋나 있다. 흐르듯 왜상적으로 굴곡진 흐름 안에 도시가 비친다. 이승희가 생각하는 미래 도시이다. 애초에 그의 작업은 반영, 즉 「리플렉션 Reflection」 연작에서 출발했다. 그야말로 가상적 허상을 그린 「리플렉션」 작업은 비록 정물적 소재를 다루었지만 오로지 허상을 다루기에 어딘가 리처드 에스테스(Richard Esthes)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어서 그는 「촛불Candlelight」에서 거울에 비친 초의 불빛을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그려내었다. ● 「자생공간Self-Creating Space」은 배아(embryo) 형태 같기도 한, 메탈릭하며 바이오모르픽한 곡면의 형상들의 거울상적 이중화(doubling)가 주제이다. 나로서는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Grammatology)』(1952)에서 공간의 사이내기(spacing) 논지가 떠올랐다. 전반적으로 「자생공간」은 거울상 공간과도 같다. 은은하게 빛이 흐르는듯 색면 처리된 배경에, 색면 띠 혹은 배아적 형태가 쌍둥이처럼 태어난다.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4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5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5

이승희 작가는 자신의 작품론으로서 보드리야르의 하이퍼-리얼리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리플렉션 Reflection」「촛불Candlelight」에서부터 시작된 허상, 즉 시뮬라크르적 가상성에 대한 또렷한 의식을 지니고 있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로서, 1981년 『시뮬라크르와 시뮬레이션(Simulacra et Simulation)』을 통해,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 시뮬라크르(simulacre)를 문제삼는다. 플라톤은 현실세계를 이데아의 모방으로 보았고, 그 모방의 모방인 시뮬라크르는 한단계 더 낮은 차원의 모방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은 시뮬라크르 개념을 통해 '원본없는 이미지'와 시뮬레이션으로 생성되는 실재를 사유했다. 보드리야르는 교환가치가 사용가치를 잠식하고 대체하고, 시뮬라크르는 동사형으로 시뮬레이트되고, 또는 기호 또는 이미지가 되어 실재(reality)를 대체하며 가상이 가상을 낳는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를 생산한다고 보았다. 이 개념은 이후 이미지의 디지털화로 인한 '증강현실'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고 이승희 작가는 추상적 색면을 포스트모던의 혼성적 공간의 기호화로 주장하는 만큼 보드리야르가 제기했던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진형형이라 여기며, 그러한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접근하고 있다. ● 그가 시뮬라크라의 가상성(virtuality)이라는 하이퍼-리얼리티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도시공간을 화두로 하여 반영되고 추상화되는 이미지 자체를 대상으로 함으로써이다. 그 이미지는 인터넷 공간에 떠다니는 쉬운 카피들처럼 얇고 부박한 디지털 패스티쉬(pastische)의 측면을 담보하면서도, 김지훈 교수의 「차원적 이미지의 미디어 고고학: 전-영화적 테크놀로지, 비디오, 디지털」(2014)에서 언급되고 있는 수많은 공간적으로 불연속적인 '이산적(discrete) 이미지들'의 경우에서처럼 소위 '차원적 이미지(dimensional image)'라 할만한 것으로서, 디지털 3차원 영화가 채택하는 지각 인터페이스인 입체경(stereoscopy) 모델에 기반한 광학적 체험의 시각화 경향들을 말한다. 그러한 경향들의 대두는 그간 축적된 비디오 아트및 컴퓨터 아트의 실험 결과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디지털적 기법으로 하이퍼-대상으로서 이미지를 다루는 기술에 더해 영화 이후의 영화인 포스트-필름 매체적 변화가 시지각에 미친 변화상들이 은연중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비디오와 컴퓨터는 기존 이미지들을 여러 형상들로 뒤틀고 2-3차원을 넘나들며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끔 했고, 그 결과 디지털화된 즉 절단된 정보의 띠들로 이루어진 불연속적 이미지들이 일종의 합성적 공간(synthetic space)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종류의 합성적 공간의 대면은 웹 환경의 확대로 이제 일상에서도 빈번히 이루어지게 되었지만, 그 기법들 하나하나는 김 교수의 연구가 밝히듯 19세기부터 시작된 혁명적인 광학적 시각적 실험의 결과들이다.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5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16

이승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디지털을 지향하고 포스트모던하며, 아날로그적이지 않다고 언명한다. 그것은 즉 짐짓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물과의 닮음(resemblance)이라거나 유비(analogy), 유사성과 상사(similitude)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며 추상인 코드화를 지향한다는 것이고 무지개빛 빛의 스펙트럼은 그로부터 연역되어 나온 것이다. 의식적으로 코드화된 디지털 하이퍼-이미지를 지향하는 이승희 작가의 얇고 옵티컬한 추상적 평면은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라 이론에 기대면서도 또한 그 이론이 나왔던 시점과는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디지털적 기술들로 인해 건축적으로 변위되고(parallaxed) 변조된(modullated) 차원적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현 시대의 변화를 드러낸다. 그것은 부유하는 도시, 모바일 이미지(floating city, mobile image)라는 화두에 걸맞는다. ● 실재의 사상(死喪)에로 이르는 보드리야르의 견해는 당시 소비사회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라는 긍정성을 담보하면서도, 한편 가상이 실재를 대체해버린다고 단정지었다는 점에서 묵시적이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포한 것으로서 평가되어왔다. 그러나 시뮬라크라적 반영속에 도시를 세우는 이승희는 공룡화된 현대 메트로폴리스에 대해 비판적이며 생물형태학적인(biomorphic) 새로운 픽션(fiction)을 제안한다. 작가는 포스트모던 그 이후의 자본주의 도시공간과 사회속 공간이 포식자의 약육강식과 같은 생물학적 유기체의 생몰과정과 유사한 변화를 겪는다고 여긴다. 하여 그는 「자생공간」연작에서 빅뱅이나 자궁 속 같은 탄생의 근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서 도시공간의 유선형적 변환과 생성 발전을 그려보려 했다고 술회하였다. 또한 갤러리 뮤온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바와도 같은 초 미세시간, 양자물리학적 시간을 상상해보고, 그것을 공간의 왜곡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하여,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근원을 관통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나 자하 하디드(Zaha Hadid)와 같은 작가들의 건축이 그의 작업에 영감을 주었다. 자하 하디드의 언급, 건축과의 결부라든지 내외부가 굳이 구분되지 않으며 이삼차원을 오가며 때로 내부로 굴절되는 공간적 지향, 도시와 유기체를 연결짓는 생물학적이며 배아적 형태로 인해 연상되는 페미니즘적 함의(implication)에 있어서는 로지 브라이도티(Rosy Braidohtti)라든지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와 같은 이론가들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2.7cm_2012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5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6

「자생공간」은 2011년부터 해온 작업이다. 『색면과 도시풍경을 이용한 디지털 공간해석에 대한 연구』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미래도시 연작이다. 작가는 왜상적 공간(anamorphic space)으로 미래도시들을 그려내었다. 나비처럼 노란 띠가 들어간 2012년 제작된 「자생공간」의 마노의 단면과 같은 흐르는듯한 마감은 알프레드 슈니트케(Alfred Schnittke)의 추상적 음악 또는 슬릿-스캔(slit-scan) 비디오 기법 그리고 지그문트 바우만(Zigmund Bauman)의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2000) 『리퀴드 러브(Liquid Love)』(2003)를 상기시킨다. 이승희의 무지개빛 도시공간에서 확산되고 수렴되는 액체적 흐름은 현대 도시의 유동성과 순환성 그리고 속도를 표현한다. ● 왜상, 즉 아나모르포시스(anamorphosis)는 현 상징계 질서를 구조화하는 조건이 되면서 필연적으로 부재해야만 하는, 즉 그 밖으로 치워지는 라캉적 의미에서의 실재(the Real)를 포괄하는 의미가 있다. 왜상은 퍼스펙티브를 달리 해서 보면 정상적 시점에서 보았을 때의 균형잡혀 보이던 모든 것들을 얼룩으로 만들어버린다. 라캉과 지젝이 거듭 분석하듯 왜상은 관점에 따라 현재의 모든 것을 그저 얼룩으로 만들어버리는, 전적으로 다른 종류의 질서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이음매가 닿지 않는 색면띠들은 그런 어긋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다른 방향을 향하는 빛의 띠들의 스펙트럼은 얼룩이라기보다는 고요한 빛의 전율과 같다. 이승희 작가의 작업은 어떤 의미에서건 오점이나 그림자가 없이 오로지 빛으로만 가득하다는 점에서 차갑고 음악적이며 매력적이다. ● 최근작들에서 배아를 연상시키던 이원화된 유선형적 곡면 형태들은 좌우반구의 뇌 또는 자궁을 연상시키는 호두처럼 둥그스럼한 모호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또한 2012-2015년까지의 다소 불투명한 배경색들은 보다 투명한 공기와 같은 무지개빛을 뿜어낸다. 작가가 그의 미래도시 기획에 있어 '내 자신'이라 말하지 않고 '우리 자신'이라 언급한 것은 그의 삶의 태도를 말해주는 것으로, 가장 소중한 면모가 아닐까 싶다. 그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70회에 가까운 단체전을 해왔고 올해에도 『흐름』(2016 봄), 수채화 모임인 『아쿠아-C』『허공회상虛空 回想』을 비롯 이미 4회의 단체전을 했고 11월 문래 사진축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작년 2015년 11월 그는 충북문화재단 지원으로 청주 복합예술공간 경유 우따라얀(Uttarayan) 레지던시 초청 인도 바도라(Vadora)에 다녀왔고 앞으로 뮤온에서 인도 작가들과 교류전을 준비중이기도 하다. 올해 조르지나 매독스(Georgina Maddox)씨 초청 아페자이 수렌드라(Appejay Surrendra) 그룹 주최로 아페자이 아트 미술관(Appejay Art 뉴델리 바다푸르(Badapur 2016. 8. 05- )에서 『붉은 달노래 Red Moon Songs』展에서 28명의 젊은 인도 작가 및 여타 해외작가들과 함께 전시하기도 했다. ● 이승희의 「자생공간」은 미래도시를 보여주는 프리즘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공간속 왜상의 시점에서뿐 아니라 시간적 왜상으로부터 혹은 빛의 스펙트럼으로부터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 도래할 미래 공간을 앞당기는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승희_자생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1cm_2011

한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개체는 따로이다. 나는 내생각 하고, 너는 네 생각 하고, 그럴 때, 각자 엇갈린다. 같은 공간에 있다 해도 말이다. 연대한다 해도, 각자 공간은 따로 있다. 그러면서, 내 맘대로 또다른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발전한다. 도시 전체를 보며, 도시 찍어서..자잘한 거에서 시작한다. 도시공간 전체로 확대한다. 도시 전체의 변화 과정들도 생각하고 있다. 건물들에 관심있다. 건물들의 변화 과정이라든지, 휘었던 것들..정육면체, 프랭겔 동독 건축 기사 프랭겔 가족은 한국전쟁 직후 피해 복구를 위해 북한에 많은 기술자를 파견, 잿더미만 남았던 북한 도시들을 55년부터 약 10년간 지원했다. 프랭겔 가족은 자신들이 찍은 필름을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고 한다. , 자하 하디드, 건축물. 유선형으로 생물학적인 듯 변화되는 모습들. 건물들도 진화되는 모습들 갖고 있다. ■ 최정은

Vol.20161013k | 이승희展 / LEESEUNGHEE / 李承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