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생각하기

이택근展 / LEETAEKKEUN / 李澤根 / sculpture.installation   2016_1014 ▶ 2016_1119 / 일,공휴일 휴관

이택근_무제_스티로폼, 톱밥, 먹물, 스테인_80×330×93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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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014_금요일_06:00pm

후원 / (주)코리아센터닷컴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Makeshop Art Space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209 (문발동 500-14번지) Tel. 070.7596.2500 www.makeartspace.com blog.naver.com/makeartspace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일관된 주제로 사물의 인식에 대해 탐구해 온 작가 이택근의 개인전이 오는 10월 14일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공간을 실제 크기의 조각과 설치로 정밀하게 재현하여 우리가 '대상과 세계를 인식하는 틀'을 실험해 온 작가는 본 전시에서 용도 폐기된 사물을 대상으로 삼아 작업을 이어간다. ● 관람자가 전시장에 들어서서 마주하는 콘크리트, 대리석 조각과 같은 돌덩이나 녹슨 철판의 질감을 모사한 오브제는 사실 스티로폼, 종이, 톱밥과 같은 재료로 제작된 모형이다. 이러한 작품의 재료와 작품이 참조하는 사물이 가진 특성의 대비는 보는 이에게 이질적인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는 관습적인 사물의 인식과 그에 어긋나는 지각의 불일치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물의 내재적 관념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본래의 용도를 잃고 떨어져 나온 덩어리를 유추하게 하는 조형물로 만들어 내어 그것이 본래 가진 속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전시의 부제인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이 속성을 지시하고 있는데, 작품들은 폐기되어 파편화된 사물로서 콘크리트, 철판과 같은 재료의 이름 말고는 달리 부를 이름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재료의 모습조차 가짜로 만들어진 이중으로 '아무 것도 아닌' 스티로폼, 종이 조각들은 외양의 모사를 넘어 사물의 용도와 속성, 성립 요건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전시장에서 작품의 감상을 시작으로 일상의 인습적인 감각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이택근_무제_스티로폼, 톱밥, 종이, 먹물_36×45×25cm_2016
이택근_무제_스티로폼, 톱밥, 먹물_16×54×9cm_2016
이택근_무제_스티로폼, 톱밥, 스테인_90×90.5×5cm_2016

당신이 보는 것이 얼마나 진실할까요? ●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일까? 우리는 성장기의 언제부터인가 '보는 것'에 대해 높은 신뢰감을 가지게 되었다. 일상에서 '시각'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종종 착각을 경험하면서도 말이다. 혹 우리가 '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믿기 때문은 아닐까? ● '다르게 생각하기'라는 타이틀로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실재와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하고 있는 작가 이택근은 인간의 불완전한 '지각'에 의문을 품고 습성화된 인지과정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흔들어 놓는다. 2002년 독일에서의 전시에서 복제된 사물들-나뭇가지, 자갈, 모레, 문, 바위 등-을 선보였던 그는 귀국 후 가졌던 개인전들을 거치며 '존재'와 '인식'에 관한 문제들을 좀 더 심도 있게 탐구하고 사물의 표상과 그 사물이 내포하고 있는 내적 특성-중력, 강도 등-을,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사물들이 존재하는 공간으로까지 확장시키며 허구로 만들어진 사물과 공간 속에서 관람객 스스로가 일상의 관념에 대해 자문(自問)하는 전시를 진행해오고 있다. ● 인간은 시감각(視感覺)에만 의존하여 사물을 인지할 때 대상의 표피만을 보게 됨으로 사물의 진정한 본질에 다가서지 못한다. 올리비아 로렌스의 실화에 등장하는 아랍인들처럼 단순히 호텔 수도꼭지를 떼어 고국으로 가져가면 사막 한가운데에서 마음껏 목욕을 할 수 있을거란 착각처럼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 보는 것에 대한 높은 신뢰로 섣불리 판단하여 내면의 진실을 종종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우리의 지각력, 특히 시각을 통한 지각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게 하는, 그래서 관념적 사고에 대한 재고라는 화두를 충실하게 재현된 사물로 던져 진정한 진실에 다가서게 하기 위함이다.

이택근_무제_종이, 먹물, 스테인_50.5×90×10.5cm_2015
이택근_무제_스티로폼, 톱밥, 종이, 먹물_24×32×9.5cm, 34×12×5cm_2016
이택근_무제_스티로폼, 종이, 먹물_36×32×5cm_2016

이러한 일관된 주제 가운데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바라보는 그의 작품의 변화가 있다. 그것은 최근의 전시에서 보여지고 있는 감정의 이입 부분이다. 기존의 작품제작방식이나 특히 대상의 선택 면에서 그가 철저하게 제 3자 혹은 방관자적 위치를 취하고 있었다면, 2012년의 개인전(다르게 생각하기, 쿤스트독)을 거치면서 시점의 변화가 감지된다. 당시 천장고가 높은 1층의 전시장에는 일상 속에서 마주칠 법한 외부 공간이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옮겨진 것처럼 완벽히 재현되고 있었다. 여기에 사용되어진 보도블럭, 대리석과 일방통행의 아스팔트 차도 등은 기존의 제작방식과 동일하게 종이와 톱밥, 스테인, 먹물 그리고 MDF판넬을 이용하여 그가 직접 제작한 것들로서 기존의 전시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각각의 오브제가 부조 혹은 조각물처럼 벽면에 걸리거나 바닥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재현된 오브제들이 모여 허상의 공간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선 순간 내려다 보이는 광경은 관람자를 이내 혼란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하였다. 전망대와도 같은 2층 난간에서의 광경은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에 등장하는 시청자의 시점을 경험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짜의 벽면과 창문, 파이프 그리고 도로 이 모든 것들은 익숙한 사물들과 공간들이지만, 이러한 광경을 바라보았던 작가 자신의 시점과 심적 시각을 드러내며 관람객과 거리를 좁히는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현된 허상의 세계와 거리를 두고 내려다 보게 하는 전시구성은 관람자에게 바쁘게 살아왔던 그간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까지 선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와 연계하여 생각해볼 때, 이번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에서의 전시에서는 부제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재현된 사물과 자아의 감정이 융합∙동일화되고 있는 상태로 짐작되어진다. 작가의 현재 현실적인 상황과 감정상태를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기존의 재현된 사물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완벽한 형태를 갖춘 사물이 아닌 용도 폐기 될 뜯겨져 나간 아스팔트 덩어리와 거기에 붙어 있는 흙무더기, 그리고 재사용 불가해 보이는 대리석판 등 이것을 바라보며 그가 느꼈을 왠지 모를 우울함, 쓸쓸함, 공허함이 묻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기 그의 작업에서 느껴지던 차가운 방관자적 시점이 사람냄새 나지 않는 관념적 독백의 소리였다면, 최근 그의 작업은 '예술의욕(Kunstwollen)은 인간과 인간의 감각을 통해 인지하게 되는 대상 사이의 관계를 정리한다'라는 리글(Alois Riegl)의 말처럼 작가 이택근 그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래서 자기만족을 향해 있는 창조적인 예술의욕(Kunstwollen)으로 보여진다. 그렇기에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다 작가의 메시지를 읽고자 작품에 집중하며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라는 자문(自問)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김동섭

Vol.20161014b | 이택근展 / LEETAEKKEUN / 李澤根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