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 Drawing

권남득_김승주_고산금_황혜선展   2016_1013 ▶︎ 2017_0108 / 월요일 휴관

Steel Drawing展_포항시립미술관_2016

초대일시 / 2016_1013_목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10월_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2전시실 Tel. +82.54.250.6000 www.poma.kr

『Steel Drawing』은 포항시립미술관의 특성화 방향인 'Steel Art Museum'을 가시화하기 위한 기획전으로 드로잉이 가진 재현의 형식뿐만 아니라 본래의 탐구적 기능이라는 가치에 주목하여, 철을 매개로한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철이 가진 물성과 스틸아트(Steel Art)의 형식적 한계에서 벗어나 동시대미술의 맥락에서 스틸아트의 현재를 바라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 일반적으로 드로잉이란 표면에 선을 긋는 행위의 결과로, 선이 지배적인 에스키스, 습작, 스케치 등은 회화작업을 위한 전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드로잉의 기능은 미술의 그것과 함께해 오면서 그 형식과 개념이 변화되고 확장되어왔다. 20세기에 들어 미술은 그리는 기법이나 기술적인 부분보다 작품의 의도와 내적인 의미가 중요하게 되면서 드로잉과 회화의 경계는 불분명해졌고, 구분하는 의미조차 사라졌다. 오히려 드로잉은 재현적 표현 수단보다는 작가의 정신세계, 아이디어, 개념을 드러내기 위한 역할로 더 큰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 드로잉(Drawing)에서 드로우(Draw)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그리다', '끌어당기다', '뽑아내다', '도출해 내다'는 뜻으로, 어떠한 것의 정수(essence)를 뽑아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드로잉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과정부터 그 아이디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구현하기까지의 과정 전체로 볼 수 있다. 결국 시대와 장르를 넘어 예술가들의 공통적 '탐구'의 정신은 드로잉을 필연적으로 개념적 표현활동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드로잉은 '의도'를 포함하여 작품을 만들어가는 일련의 프로세스 그 자체이며, 예술가들의 공통된 시각언어이자 예술작품의 본질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또한 동시대미술의 형식적, 개념적 확장과 함께 드로잉은 장르적 경계 없이 매체와 기술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예술적 가능성들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 드로잉에 관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한 가운데, 여기 『Steel Drawing』은 선을 위주로 한 '그리는 행위'로서의 형식을 보여줌과 동시에 작품 내적으로는 철을 주재료로 창조와 연구, 실험의 발현으로서 존재하는 드로잉 작품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에 전시에 참여하는 고산금, 권남득, 김승주, 황혜선 등과 같은 4인의 작가들은 평면, 조각, 설치, 영상 미디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철 드로잉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작품들은 철을 주재료로 다양한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드로잉으로 탐구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제시한다. 각각의 작업이 담아내는 철은, 철이 가진 차갑고, 견고하며, 무겁고 정적인 물성의 고정관념에서 드로잉적 요소를 빌어 따뜻하고, 유연하며, 가볍고, 동적인 철로 그 관념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철 조각의 역사적인 의미와 조형적 모색을 이어가는 동시에 스틸아트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우리 삶을 구축해온 철의 의미, 그리고 창조적 생명을 가진 예술작품으로서 삶에 새롭게 다가온 철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알아봄과 동시에 우리 삶에 펼쳐 질 수 있는 예술을 통한 다양한 삶의 가능성도 함께 논해보고자 한다.

권남득_검은 바다_철가루, 네오디늄자석, 아두이노, 모터, 기계장치, 센서, LED_240×240×50cm_2016_부분 권남득_철의 호흡_2채널 영상, LED TV_00:05:46_가변설치_2007

권남득은 철을 주재료로 사진, 영상,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조형적 실험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자신의 예술적 상상력을 철의 물질적 조형성과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설치작품 「검은 바다」(2016)는 거대한 화면 위에 철가루와 자력 그리고 견고한 메커니즘을 이용해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도록 고안된 드로잉 장치다. 가루가 된 작은 단위의 철은 점과 선 그리고 면을 이루며 깊은 바다의 울렁임을 드로잉 한다. 일시적이면서 동시에 지속적인 이 실험적 드로잉 작업은 시간과 공간성을 함축하고, 회화적, 가상적 결과물을 도출해낸다. 영상작업 「철의 호흡」(2007)은 현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가 인간의 눈을 피해 은밀한 곳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살아 숨 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되었다. 권남득의 작업은 이렇듯 기존 철이 가지고 있던 특성과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철을 바라보고, 산업과 건축의 주재료로서 다른 어떤 물질보다 '인공'적인 요소가 강한 매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여정을 통해 철의 물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김승주_Rubota H_스틸, 분체도장, 알루미늄_130.9×173.4×173.4cm_2016

자(Ruler)를 모티브로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김승주는 절대 기준을 상징하는 자를 여러 형태로 변형하여 그 의미를 해체함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인식을 확장하도록 유도한다. Ruboto 시리즈는 자신의 기준대로 상대를 재단하는 능력을 가진 로봇을 연상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작품 제목 'Ruboto'는 자를 뜻하는 Ruler와 Robot(로봇)의 합성어로 '로봇 자'를 의미한다. 여기에 통치자, 지배자 혹은 자를 뜻하는 Ruler의 이중적 의미를 결합함으로써 지배하고 통제하는, 지배받고 통제받는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줄자(Tapeline)는 다양한 색과 크기의 조각설치로 마치 하얀 스케치북 위에 드로잉 된 것처럼 전시 공간에 3차원 드로잉을 남긴다. 공간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작업은 유연한 곡선과 경쾌한 컬러감으로 철이 가진 견고하고, 차갑고, 무겁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특히 일반적인 자의 크기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의 작업은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인 측량의 단위인 1cm에서 크게 벗어나게 함으로써 '자'가 가진 정확성, 규칙성을 상실하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사회의 절대적 규범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볼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고산금_독백탄(박경리/토지 소설 일부)_블랙스테인리스에 스테인리스 구슬_94×130×1cm_2011

고산금은 소설, 시, 법전, 신문 등 자신이 읽은 다양한 텍스트를 문자로서의 기능을 제거하고, 진주알, 철 구슬 등 작은 단위의 개체로 변형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녀는 단어와 단어, 단어 사이의 공간을 하나의 추상적인 덩어리로 표현함으로써 언어적인 구조를 해체한다. 하나의 단어는 의미가 지워져 하나의 숫자가 되고, 숫자는 작은 철 구슬이 되어 문자가 있던 자리에 고스란히 얹힌다. 이러한 과정으로 언어구조는 해체되고, 언어라는 한정된 의미에 갇힌 모든 것들은 확장되며, 세계가 가진 모호함처럼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혹은 표현되지 않은 무수한 것들에 대한 드로잉이 이뤄진다. 드로잉은 그 단어가 시사하듯이 남겨진 행위의 흔적 또는 행위 그 자체를 함축하기도 한다. 작가는 블랙스틸미러판 위에 작은 철 구슬들이 촘촘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노동을 한다. 스틸미러판은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데, 이 과정은 노동을 동반한 자신과의 대화이자 수양인 셈이다. 바로 여기에 작가가 스틸을 작업에 반영하게 된 계기가 존재한다. 스틸은 단단하면서 섬세한 물성의 매력뿐만 아니라, 이렇듯 작업하는 동안 자신의 모습이 작업에 비춰질 때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작업에 온전히 반영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황혜선_풍선들_스테인리스 스틸, LED라이트_180×122×3cm_2012

황혜선의 작업은 과거와 현재, 존재와 부재의 간극에 위치하며,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조형적 실험을 거듭해왔다. 이번에 전시한 드로잉-조각(drawing-sculpture)은 작가가 이전에 보여줬던 세밀한 드로잉 작업들을 조각적으로 보여준다. 회화와 조각 사이의 경계에 있는 듯한 작업은 전시공간에 그려진 드로잉 같기도 하고 공간에 '스틸 선'을 새겨 넣은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유원지나, 놀이공원에서 봤을법한 이미지인 「풍선들」(2012)과 「풍선을 든 아이」(2012)는 작가의 경험 속 일상의 단편이다. 또한 철 드로잉과 크리스털 조각으로 이루어진 작업 「그 여름날의 기억」(2012)은 아련한 기억 저편의 시간과 공간을 불러들여 마치 한편의 시처럼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가 작업에 선택한 형상들은 모두 대단하거나 의미심장한 것들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는 일상의 풍경들을 붙잡아 견고한 철의 힘을 빌려 기록하려는 것이다. 조각된 개인의 기억을 지켜보는 관람객은 그 역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이로써 작품은 공통의 기억을 호출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는 작품과 언어와의 관계 그리고 작품이 소통되는 방식에 주목하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 최옥경

Vol.20161015j | Steel Draw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