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연 사이

필 갤러리 개관기념展   2016_1018 ▶︎ 2016_1221 / 일요일 휴관

1부 초대일시 / 2016_1018_화요일_05:00pm 2부 초대일시 / 2016_1122_화요일_05:00pm

1부_서양화 / 2016_1018 ▶︎ 2016_1117 참여작가 / 권여현_김태호_오원배_윤동천 이석주_이종구_정용일_주태석_황주리

2부_한국화 / 2016_1122 ▶︎ 2016_1221 참여작가 / 김선두_문봉선_신하순 유근택_이인_이종목_이주원_정종미_조환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필 갤러리 FILL GALLERY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24(한남동 271-5번지) Tel. +82.2.795.0046

감각의 틈, 관점의 차이 ● 한남동 유엔 빌리지 내에 필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개관기념전으로 『연과 연 사이』展을 마련했다. 행간 내지는 사이, 간격을 뜻하는 의미에서의 '연'이다. 이 전시가 일종의 쉼터, 여유와 호흡의 칸으로 작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진 수사인 듯 하다. 갤러리 측에 따르면 "역량 있는 중견 작가 18명을 초대"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50대 중반에서 60대 초중반 연령대의 작가이자 한국화와 서양화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한국 화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군에 속하는 이들이다. 그로인해 이들의 작업은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의 중심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으며 동· 서양화 장르의 보편적인 스타일을 주조해나가고 있다. 이번 개관기념전은 전시에 참여한 개별적인 주체들 저마다의 감각과 세계관, 기호와 취향, 그리고 자신들의 미술에 대한 신념이 담긴 작품을 일별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들이 미술을 보는,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음미해보는 시간 또한 될 것이다.

권여현_Rhizome forest_캔버스에 유채_91×116.5cm_2016
김태호_moonvalley2016-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5cm, 20×20cm_2016
오원배_무제2_종이에 콜라주_77×107cm_2016

현대미술이란 동시대의 보편적인 미술개념을 회의하고 불식시키는가 하면 미술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현대라는 것은 역사적 연대기 상의 고정된 한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되려는 노력의 표현' 을 지칭한다. 따라서 과거의 미술에서 벗어나 미술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전개하려는 시도를 일컬어 현대미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것은 기존의 미술 개념과는 다른 식으로 미술을 사유하는 방식이자 관행화된 방법론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런가하면 진정한 현대미술이란 현재의 삶과 문화에 대응해 그것에 대한 올바른 사유에 바탕을 둔 미술적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단지 동시대라는 시기에 국한되어 있는 미술행위를 일컫는 말은 아니다. 진정한 현대미술은 "현대라는 시기의 삶이 생각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들에 미술이 밀착하고 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윤동천-깊은 생각 (熟考)_캔버스에 혼합재료_45×180cm_2009
이석주_사유적 공간_캔버스에 유채_50×91cm_2015
이종구_달마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90cm_2016

궁극적으로 미술이란 '미술이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일'이다. 미술이라 불리는 개념을 문제시하고 동시대의 시각 환경을 이루는 이미지들을 독해하면서 나를 둘러싼 사물과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일상의 사물과 세계를 새롭고 낯설게 보여주는 것이자 상투적인 사고를 전복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기존의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시선으로 사물과 세계를 보는 안목과 감각을 확장시켜나가는 일이자 나와 다른 이의 감각과 세계관을 접하게 해주는 일이며 그것을 통해 관점의 차이를 발견하게 해 준다. 궁극적으로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온전히 통찰하고자 하는 것이며 진정한 주체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술은 상식적이고 규범적인 모든 명명(命名)의 체계를 흔들고 교란하는 행위다. 그것을 행하는 작가란 존재는 우리에게 새롭고 낯선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용일_자연의 재귀순환과 무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8×120cm_2016
주태석_자연·이미지 Nature·Imag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3×100cm_2016
황주리_식물학 botan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72.7cm_2016

그래서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생각, 개념을 밝히는 일이 되었다. 따라서 기존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이미 낡고 관습화되어 버린 미술이 아닌 그 작가만이 비교적 독창적이고 신선한 사고에 의해 논의하고 있는 미술 개념에 대한 입장이 작품 안에 어떻게 표명되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일이 전시장 체험이 되었다. 또한 그런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 좋은 작업일 것이다. 결국 모든 미술작품은 한 작가가 "나는 미술을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해하는 미술의 개념은 이렇다."라는 입장의 표명이고 그 입장표명을 조형화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단지 화면에 그려진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고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작가의 미술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공들여 읽어야 한다. 더불어 작품에는 그 작가가 세계와 사물을 보는 시선이 깃들어 있으니 그것의 정체를 가늠해보아야 한다.

김선두_별을보여드립니다-봄_장지에 먹, 분채_67×93cm_2015
문봉선_소나무 2016-1_지본수묵_70×138cm_2016
신하순_베를린_장지에 수묵담채_94×64cm_2016

또한 미술작품이란 결국 물질로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리 작가의 작품 주제나 컨셉이 그럴듯하고 의미 있어 보여도 그것이 정확하게 물질로 표명되어야 하고 더구나 조형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여기서의 관건은 그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과연 어떻게 지각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는 결국 많은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편이다. 한편 작가는 연금술사와 같은 존재다. 그들은 물질을 다루고 물질을 원하는 상태로 변화시키는 일을 하는 이다. 따라서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작가만의 조형적인 솜씨, 물질을 다루어나가는 힘을 잘 살펴야 한다. 손놀림이 관습적이고 타성적이며 누군가의 솜씨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손맛, 감각, 묘한 느낌을 동반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작품에는 그 작가만의 체취나 기운이 물씬거려야 한다. 우리가 흔히 개성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멀리서 작품을 보았을 때도 그 사람만의 냄새가 진동해야 한다.

유근택_풍경_한지에 수묵채색_89×122cm_2014
이인_돌의 풍경1_아사천에 혼합재료_72.5×91cm_2016
이종목_神들의 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3

미술작품은 우리에게 미술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려주는 것이며 한 작가가 지니고 있는 사물과 세계를 보는 안목, 가치, 세계관을 추체험하게 해주는 동시에 작가마다의 감각, 손의 놀림을 안겨준다. 우리가 다른 이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궁극의 이유는 결국 나를 넘어서는 일이다. 나는 나에게 사로잡혀 있다. 내 생각, 가치관, 습관 등등, 그것은 결코 의지로, 심정만으로 깨지지 않는다. 작품을 통해 나는 나를 넘어선다. 타자의 삶과 사유, 가치관과 감각을 받아들이고 깨닫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좁은 나로부터 벗어나 타자의 삶마저 껴안으면서 내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짐을 느끼는 것이다. 내 삶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삶까지 살아내는 일이다. 바로 그것을 제공해주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전시장에 가서 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좋은 작품을 만나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일은 무엇인가? 왜 좋은 작품을 소유하고자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사물을 진정으로, 제대로 알고 싶기에 그렇다. 그래서 타자에 의해 훈육되고 길들여지고 학습된 나를 버리고 오롯한 주체가 되고 싶기에 그럴 것이다. 나라고 믿었던 미망을 지우고 참된 나를 찾는 일말이다. 불가에서는 나라고 부르는 나를 버려야만 비로소 보이는 나를 찾는 일을 일러 수행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전시장에 가는 이유는,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체득하는 궁극의 이유는 바로 그 수행적인 일에 해당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주원_길에서 조우하다-어떤 방랑자_한지에 아크릴채색, LED 제어_120×80cm_2015
정종미_she_한지에 안료, 염료_90×60cm_2010
조환_Untitled_스틸, 폴리우레탄_104×58×6.5cm_2013

이번 『연과 연 사이』展에 참여한 작가들은 현재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만들어나간 이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현재 작품은 동시대 미술의 개념과 감각을, 여러 스타일을 안겨준다. 이 작가들만의 독특한 감각과 시선으로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공들여 구현한 것들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대부분 묘하고 낯설다. 이른바 '언캐니'한다. 익숙함이 깨지고 묘한 균열이 발생한다. 기존에 흔히 접하던 감각과는 사뭇 다를 수 있다. 관자들은 감각의 더듬이와 밸브를 최대한 열어놓고 천천히, 느리게 작품 하나하나를 공들여 읽어가면서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것을 안겨주는 작품 하나를 공들여 찾아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시 체험이고 동시대 미술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 박영택

Vol.20161018a | 연과 연 사이-필 갤러리 개관기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