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very-Here I am

김현영展 / KIMHYUNYOUNG / 金賢英 / painting   2016_1019 ▶︎ 2016_1025

김현영_here I am_혼합재료_68×68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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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영 블로그_blog.naver.com/hyunart7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30pm

광화랑 GWANG GALLERY_sejong center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대로 175 5호선 광화문역 지하도 안 Tel. +82.2.399.1114,1027 www.sejongpac.or.kr

"...쉴 수 있다는 것, 자기 자신 속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은 자신을 바탕base에 내어주는 것, 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능성은 의식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한에서 의식에 속한 것이다. 삶의 한복판에서 자기로 돌아옴으로써의 잠은 자리 잡기로서의 의식에서 수행된다. 하지만 자리 잡음은 바로 현재로서의 순간이 발생하는 사건이다." (강영안, 레비나스의 철학-타인의 얼굴, 98쪽) ● 위 인용문에서 철학자 레비나스는 쉼을 '잠'으로 특정했으나, 필자는 작가 김현영의 '의자'를 떠올렸다. 김현영의 작품에서 의자는 '쉼'의 상징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위 책의 저자 강영안의 해석에 따르면, 레비나스는 쉼을 의식이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주체 성립을 위한 존재론적 조건으로, 자기 자신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는 매개로 이해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의식은 휴식으로 부터 출현한다고 주장한다.

김현영_Here I am-2_혼합재료_130×90cm_2016
김현영_drawing-love letter_혼합재료_19×15cm_2016

작가 김현영의 작품에는 초기작에서부터 '의자'가 꾸준히 등장하고, 이것은 곧 작가의 '쉼'에 대한 갈망에 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쉼'에 대한 작가의 갈망은 레비나스의 철학에 근거한다면 자기 존재에 대한 갈망, 나아가 홀로서기에 대한 갈망일 수 있다. 이 갈망은 마치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듯한 현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즉 작가 자신이 아닌 작가가 입고 있는 다수의 역할에 근거한 일종의 '익명성'으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욕구일 수 있다. 작가의 작품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정서 '외로움', 텅 빈 의자, 엉킨 실타래, 홀로 선 나무 등으로 표현되는 쓸쓸함이 그것을 대변한다. 3대가 함께 사는 집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작가의 상황, 비록 주변에 늘 사람이 있으나 그녀는 외롭다.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쉬고 싶다. 그 쉼을 통해 그녀는 자신을 찾고, 다시 익명성 속으로, 역할들 속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의자는 늘 비어 있다. 주인이 없다. 다만 그녀의 시선이 느껴질 뿐이다.

김현영_drawing-The rest without want_혼합재료_31.5×43cm_2016
김현영_drawing-empty mind_혼합재료_31.5×43cm_2016

작가 김현영은 그러나 그 의자의 주인이 반드시 자신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쉼을 상징할 뿐이고, 기꺼이 타인에게 내어줄 의사를 비춘다. 그녀의 작품 '치유' 시리즈는 그녀가 이미 홀로서기를 마치고, 레비나스의 표현에 따르면, 존재를 초월해, 타인의 자리에 가 있다. 타인의 아픔과 상처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기꺼이 그들을 싸매주고, 치유해 주기를 갈망한다. 여기에서는 그녀가 단지 그들에게 의자를 내어줌에 그치지 않고, 피 묻은 붕대를 사용한다. 작가 김현영은 쉼을 향한 자신의 외롭고 처절한 투쟁을 통해 학습한 경험, 즉 인간은 스스로 그 의자에 가 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의자가 존재해도 비어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자신에게 쉼을 주고, 궁극적으로 자신을 찾게 하고, 또 치유해 준 존재. 즉 초월적 존재에 대한 자각이다. 작가 김현영이 자신을 찾음으로 자신을 초월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그녀가 만난 초월적 존재의 도움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기에, 그녀의 작품 치유 시리즈에는 그 존재의 기껍고도 무한한 사랑의 상징인 피 묻은 붕대가 등장하게 된다. 그 붕대에는 다수의 마른 나뭇가지들이, 때로는 캔버스 전체가 감싸져 있다. 작가에게 가까운 존재들로부터 인류 전체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그 특별한 존재의 돌봄과 치유가, 그 특별한 존재로부터 연원하는 진정한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지도 모르겠다.

김현영_Memory of when I was little girl_혼합재료_45.5×53cm_2016
김현영_Murmuring_혼합재료_60×70.5cm_2016

작가 김현영은 어느날 문득 어릴적 자신이 교회에 가던 날들이 떠올랐다고 고백한다. 눈 앞에 교회가 있고, 가는 길은 아이의 시선에 꽤 멀고, 그러나 힘든줄 모르고 폴짝거리며 교회로 향하던 자신. 그 곳에서 울고 웃고 아파하고 위로받고.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 가운데 늘 함께 했던 그 분, 절대자의 존재를 깨닫는다. "HERE I AM" 그 존재의 현현이며, 작가의 고백인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 교회의 형상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라고 한다. 교회로 연결되는 가느다랗고 구불구불한 길과 실타래, 잘 보이지 않는 낙서들... 작가 김현영의 작업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김현영_drawing-where I am_혼합재료_17×25.5cm_2016
김현영_Recovery-the way of life_혼합재료_73×60cm_2016
김현영_2015 Recovery-The way of life_혼합재료_194×260cm_2015

작가의 최근 작은 보다 다채롭다. 색감이 밝고, 외로움이 걷혔다. 게다가 안정감마저 느껴진다. 배처럼 보이는 화단에는 더이상 마른 나뭇가지들이 아닌 화사한 꽃과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커다란 나무에도 꽃이 피었고, 붙여진 오브제들과 스케치도 흥미롭다. 조형적인 실험들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아프다. 최근작에 등장하는 철사로 엉킨 실타래, 초기작에서부터 이어진 낙서도, 비처럼 흘러 내리는 흰 물감 자욱도 계속 된다. 특히 공허한 의자 위나 쓸쓸해 보이는 풍경들 속에 더 자주 등장하는 물감자욱.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필자의 질문에 작가는 '은혜'라고 대답했다. 아픔은 오롯이 작가만의 것이 아니란다. 우리 사회, 아니 지구촌 곳곳에 끊이지 않는 고통들을 보며, 비록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 분의 은혜는 반드시 스며들고 피어난다고. 그녀의 작품은 바로 그 고백이라고. ■ 김희경

Vol.20161019b | 김현영展 / KIMHYUNYOUNG / 金賢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