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풍경 Mimesis Scene

김석展 / KIMSUK / 金錫 / sculpture   2016_1019 ▶︎ 2016_1107 / 일,월,공휴일 휴관

김석_미메시스 풍경展_열린문화공간 예술의기쁨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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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홈페이지_www.kimsuk.com

초대일시 / 2016_101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5:00pm / 토요일_12:00pm~05: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열린문화공간 예술의기쁨 JOY OF ARTS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효창동 5-390번지) 제1전시실, 김세중 기념조각실 Tel. +82.2.717.5129 www.joyofarts.org

김석의 오마주 ● 상당한 양의 나무를 만났다. 그리고 잘랐다. 잘 생긴 녀석, 못난 녀석을 가리지 않았다. 다만 한결 같은 표정을 지니고 있는가를 예의 살폈다. 자신과 닮은 재료를 만나는 것도 짐짓 행복이리라. 늘 그러했듯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는 이유에서였다. 김석이 자신과 비슷한 성결의 나무를 이런저런 길이와 모양새로 잘라내고 다듬어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연필이었다. 생김새는 특정 유명 브랜드를 단박에 떠올리게 하는 영락없는 연필이지만, 만듦새로 보아 실제 사용가능한 연필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몇몇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연필심이 흑연이 아닌 스테인리스이고 그 크기도 손으로 집어 들고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물론 실물보다 수 십 배 큰, 사용 가능한 거대한 연필도 있을 수 있지만, 김석은 물리적으로, 기능적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위해서 나무 연필을 제작한 것은 아니었다.

김석_Mimesis scene-Melancholy man_나무, 철, 페인트, 플라스틱_207×105×87cm_2016

김석은 커다랗지만, 한눈에 연필, 혹은 연필의 한 부분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능한 똑같이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작업에 있어 늘 그러했듯 치밀한 계획과 공정을 거쳐, 표면에 새겨진 상표나 연필심의 강도 표시에 이르기까지, 감쪽같이 닮은 그만의 독특한 연필을 만들어 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실물대비 비율의 정도가 심히 차이난다는 점이다. 김석은 지독했던 여름 더위도 잊은 채 상당 시간을 작업실에 틀어 박혀 나무를 깎고 대패질하며 다듬었다. 특정 브랜드와 비슷한 색과 모양으로 다듬고 색을 입힌 탓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무언가를 써내려는 그의 지극한 정성과 노력은 실제 연필 느낌을 넘어선 개성 넘치는 풍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김석_Mimesis scene-Gray man_나무, 철, 페인트_245×150×55cm_2016

과연 김석은 크기가 상당한 연필, 나아가 그것을 넘어선 독특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었다. 과거 양질의 고급스런, 주로 전문가를 위한 고가의 연필이라는 독점적 이미지를 넘어 이미 대중화된, 작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흔히 사용하는 고급 브랜드의 연필을 소재로 했다. 김석이 탄생시킨, 작업 속에 중심 모티프로 등장하는 그것은 뭔가 거룩한 느낌의 지주(支柱), 혹은 골조로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흡사 소조(塑造) 작업시 사용하는 심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김석이 나무를 잘라내어 다양한 표정의 거대한 연필을 만드는 이유는 무얼까. 그야말로 커다란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서 일까, 아니면 오늘날의 자신이 가능할 수 있었던 오랜 벗 중 하나인, 분신처럼 손에 익은 (특정) 연필에 대한 오마주일까. 작업실의 최근작들은 연필로 무엇을 그렸다기보다는, 연필이 무언가를 상징하기 위한 정신적 골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김석_Mimesis scene-Left hander_나무, 철, 페인트, 석고_223×110×120cm_2016

실제 김석의 연필은 그가 제작한 인물상 내부의 척추를 이루기도 하고 팔다리가 되기도 한다. 그의 연필작업에 결합되어 있는 두상(頭像)이라든가, 익히 알려진 특정 자세와 동세 등 최소한의 익숙한 단서는 김석이 나타내려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쉬이 알게 한다. 최소한의 뼈대 만을 사용했다. 선 몇 줄로 그것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김석은 이들 인물들의 몸속으로부터 주요 정신을 끄집어내려는 듯 자신의 연필을 개입시켰다. 크롬 옐로우와 옐로우 오커 계열 중간색 정도로 강조한, 강렬한 이들 뼈대는 마치 투명한 인물의 속을 들여다보는 듯 선명하기만 하다. 이렇듯 연필을 활용한 김석의 최근작들은 그가 연필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했다기보다는 연필이라는 상징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려는 제스처로 이해된다. 김석이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취한 조형방식은 그가 늘 그러했듯 전통 조각방식으로부터 비롯한 입체 구조였다. 조각으로 말하면, 그의 연필은 심봉에 가깝고 회화로 말하자면, 그의 작업은 드로잉, 마치 연필이라는 곧은 막대선을 사용한 기하학적 입체선묘처럼 보인다.

김석_Mimesis scene–Homo sapiens sapiens_나무, 철, 페인트, 석고_230×40×60cm_2016

그렇다면 김석이 이렇게 집요하리만큼 연필을 깎아내고 잘라내어 몇몇 생경한, 그러나 사뭇 진지한 구조체를 만들어내며 전하려, 확인하려한 것은 무엇일까. 마치 지금의 작업에 또다른 소조작업을 더하기 위한 정신적/물리적 심봉, 즉 뼈대작업을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지난 작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작업 갈래를 다잡고 걷잡으려는 심리적인 심봉으로 활용한 것인가. 물리적으로는 몸과 정신의 균형을 정확하게 잡아내려는, 심리적으로는 대가의 대표적인 표정과 자세, 동세의 본질을 본성을 따라잡으려는, 그 속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김석_Mimesis scene-Memorial dot_폴리에스터, 스케이트보드, 페인트, 캔버스_ 350×350×300cm, 234×214×130cm_2013
김석_Mimesis scene-Happy combat_캐스터, 폴리에스터, 페인트, 천_ 250×250×500cm, 84×175×94cm_2014

수많은 작업과 작가들이 경쟁하듯 명멸하는 전장과도 같은 미술동네에서 자기호흡을 흔들림 없이 가져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자기중심을 잡고 버텨낼 수 있는 작업의 근간(根幹)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조각이란 무엇인가. 작가란 무엇인가. 새삼스런 질문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흉내를 내거나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과 기술적인 지원이 가능한, 만능의 세상이다. 뒤집어 보면 너무도 많고 또 가능하기에 진정 닮고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세상이기도 하다. 이른바 '사표(師表)'로 삼을 수 있는 동시대의 작가, 작업은 존재하는 것일까. 몇몇 작가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걷잡기 위해 드로잉, 목각 등으로 자신을 그리고 새기며 초심으로 돌아가며 자신을 돌아보듯, 김석은 커다란, 뚜렷한 족적을 남긴 조각가, 사상가들을 오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김석_Mimesis scene-Birth_자동차 보닛, 폴리에스터, 페인트_136×115×24cm_2014

미켈란젤로, 자코메티, 로댕, 호메로스 등 김석은 이들 대가들의 작의와 철학을 따라 들어가 보려는 지성적 태도, 혹은 이들의 정신을 추적하는 후배로서의 실천적 노력, 나아가 이들의 예술정신과 성취동기를 따라잡으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인다. 그것은 결국 자신을, 작업정신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곧추 세우려는 반성적 의지일 것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차분한 노력일 것이다. 가능한 형식 실험과 제작 의지를 스스로 감추거나, 자기검열이라는 허울에 갇히지 않으려는 자성적 몸짓일 것이다. 이러한 김석 작업의 또다른 미덕이자 특징은 그의 제작과정이 조각과 소조의 역할과 기능, 특징을 모두 삼투하고 있다는 점이며 무언가를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예술정신과 창작 모티프의 고갱이를 보다 핵심적으로 추출해 보려한다는 점이다.

김석_Mimesis scene-Persona_자동차 보닛, 폴리에스터, 페인트_90×160×19cm_2016
김석_Mimesis scene-Daily_자동차 보닛, 폴리에스터, 페인트_87×136×26cm_2014

김석의 작업은 예술충동 본질에 대한 상징으로서의 뼈대이며 김석이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온 고민의 결과일 수도 있다. 예술의 본질과 작업의 원형과 근간, 자신의 예술적 본성과 본령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기인한 반성적 형식일 수도 있다. 잘라내고 깎아내고 갈아내며, 이른바 연필로 시작하는 것들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가능성, 스스로의 지난 태도에 대한 자전적 고백이자 앞날을 생각하는 자기 다짐의 미학적 기운이 묻어나는 작업이다. ■ 박천남

Vol.20161019c | 김석展 / KIMSUK / 金錫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