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속의 찬란한 기억 Glorious Memory of the Emptiness

이영진展 / LEEYOUNGJIN / 李永鎭 / painting   2016_1020 ▶︎ 2016_1026

이영진_대전 복합터미널 CGV2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5

초대일시 / 2016_102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이공갤러리 IGONG GALLERY 대전시 중구 대흥로139번길 36(대흥동 183-4번지) Tel. +82.42.242.2020 igongart.co.kr

일상의 파편, 새로운 회화의 징후 ● 하루가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저녁, 지인의 도움으로 이영진 작가의 전공실을 찾았다. 그 전공실에서 나름대로 예술가를 꿈꾸며 작업을 하고 있는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표현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를 만나 이런 저런 궁금한 화두를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다. ● 이영진 작가는 대체적으로 자신이 보았던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과 개인적으로 그리고 싶은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그린다. 그의 작품들은 최근에 도시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채집한 이미지를 화폭에 옮긴 작품들로 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재래시장의 일상과 저마다 바쁘게 살고 있는 도시의 현대인들을 담은 거리의 풍경,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풍경을 그린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의 이미지. 혹은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특정 사건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그림을 그린다.

이영진_대전 복합터미널 CGV3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5
이영진_대전 복합터미널 CGV4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5

이영진은 이처럼 일상적인 풍경을 자신의 고즈넉한 시선으로 화폭에 옮기는 작품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공공의 장소에서 시끄럽게 북적이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것이다. 마치 자신과 타인의 상호관계를 예술이라는 중간 매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일상 속에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을 개입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바라 본 세상, 즉 인파속으로 빨려 들어간 자신의 시선을 과감한 화면분할과 상반되는 색상의 처리로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변산 해수육장」에서 보면 많은 관광객 사이로 강한 햇빛을 담은 황색의 해변과 햇빛이 지금이라도 흩어질 것 같은 파란색의 하늘이 강한 대조를 이루며 전체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도 같은 방식의 강한 대비가 발견되는데 그 것은 「대천 해수욕장」의 파란 하늘을 닮은 짙은 푸른색의 도로, 「유성온천역 7번 출구」의 화면 가득 점유하고 있는 어둠에 묻혀버린 그림자와 노란 불빛의 대비는 「충남대학교 앞 거리」, 「자전거」, 「대전 중앙시장」, 「은행동거리」 등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자주 표현하고 있다. 이런 강한 대비의 화면구성은 자신이 바라 본 일상의 파편들을 회화의 영역으로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감정이입의 방식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작품 전반에 걸쳐 표현된 단순하고 거친 붓 터치는 강한 대비와 더불어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 또한,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이 방식은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감정이 어떤지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표정하다 못해 아예 삭제되어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무슨 이유로 그렇게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하건데 자신과 더불어 무기력한 현대인들의 모습, 더 나아가 상실감으로 밀려오는 현실사회의 구조에 대한 아련한 연민과 같은 자신의 감정을 역설적으로 극대화시키기 위한 표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영진_대전 중앙시장2_캔버스에 유채_112.1×145.5cm_2015
이영진_대전 중앙시장3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5

그리고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했던 일부 작품 속에서 이상한 또 다른 징후를 포착하게 된다. 그 것은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면 못 알아볼 정도의 엉뚱한 사건들이 개입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전주 덕진 공원 앞 거리」작품을 살펴보면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행인들 뒤에 엉뚱하게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는데 일반적인 고정관념으로 생각하면 이 모닥불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모닥불이다. 그리고 이 모닥불은 「she daga」에서 다시 나타나는데 호스돈여고 갤러리에 모인 여고생들의 앞에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이상한 징후들은 다른 작품에서도 계속 발견된다. 「대전 중앙시장2」작품을 보면 시끌 복잡한 인파 속에 마치 스트레칭을 하는 2명의 인물이 화면 아래에 덧그려져 있고 화면 중심에 물건을 파는 상점주인 아줌마 뒤로 뻗어있는 두 다리가 그려져 있다. 사실 이 두 다리가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인물의 다리와 서로 오버랩 되며 화면전체에 묘한 긴장감을 준다. ● 사실 이렇게 시도한 이 작품들은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다 보니 자신이 보아왔던 세상과 그 세상을 그린 자신의 작품 사이에 연민이 생겨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연민은 극장풍경에서도 나타난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로비에서 기다리는 대중들 사이에 자신과 인터넷에서 보았던 연예인의 모습이 허공을 배외하듯 떠 있다. 이처럼 이영진의 작품은 풍경이라는 대상을 자신의 감정이 끌리는 대로 거침없이 그리는 독특한 방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리는 작품들을 보면 관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의 세속적인 모든 회화방식을 버리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심미안으로 세상읽기를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영진_대전 중앙시장6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5
이영진_대전 중앙시장7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6

최근까지 제작한 풍경작품 중에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 2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적막한 도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표현한 「충남대학교 앞 거리」이다. 이 작품은 이영진 작가가 단순한 화면처리와 강한 색채대비로 거침없이 표현한 작품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인데 이 세상 모든 빛이 사라지고 붉은 노을이 지배하는 초저녁, 모든 사물들은 어둠에 갇혀 형태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 적막한 공허함 속을 오토바이가 소리 없이 질주한다. 여기에 사용된 색은 검정, 붉은색, 흰색이다. 많은 색중에서 가장 긴장감을 주는 색으로 화면전체를 구성한 배경에 한두 번의 붓 터치로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리얼하게 표현한 상황전개가 마치 이후에 또 다른 사건이 어떻게 벌어질까라는 상상을 증폭시키고 있다. 강한 대비의 색상, 구도, 의도가 모두 정확하게 표현되어 마치 그동안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감정이입에 최적화된 일상풍경으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은 유일하게 인물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전 중앙시장4」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할머니가 중앙시장의 한 모퉁이에 걸터앉아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인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는 못하다. 창백한 얼굴과 하루의 고된 무게만큼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눈과 입술, 두 손을 겨우 잡고 있는 모습과 쭉 뻗은 다리는 두 인물의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그 앞에 두 인물을 답답하게 가둔 계단 난간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힘든 하루를 보낸 인물들의 정황과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 이처럼 이영진 작가는 자신만의 감정으로 삶의 흔적을 포착하고 일상을 되돌아보는 독특한 시선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상은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대상인 것 같다. 그는 시종일관 군중속의 고독과 같은 아련한 연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인물들의 표정이 필요가 없게 되었을 것이며 굳이 자세하게 표현할 필요가 없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영진_대전 중앙시장8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6

최근 현대인들은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는 예술세계를 보편타당한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면 예술의 본질적인 실체는 상대적으로 존재가치를 잃게 되고 너무 관념적으로 치우치다 보면 결국 예술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영진 작가의 작업태도는 소중하다. 연민으로 시작한 심미적 풍경은 대상을 재현하는 일반적인 현대미술의 방식, 즉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대로 세상을 재현하는 시각의 한계를 뛰어 넘어 회화의 본질적인 리얼리티의 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오히려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리얼리티가 숨겨져 있으며 순수한 감정에 입각한 예리한 통찰력으로 회화의 본질 그 이상의 의미를 찾는다고 볼 수 있다. ● 일차원적으로 대상을 재현하는 현대미술이 그동안 추구해 온 일반적인 방식은 이성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분석하고 해체하고 결합하며 대상의 본질이 없어질 때까지 파고 들어가 결국 또 다른 차원의 예술로 창조했다면 이영진 작가는 대상을 각색할 필요가 없다. 굳이 자세하게 표현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대상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심미적인 시선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세상을 여는 자신만의 열쇠이다. 이 열쇠는 시시각각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현실구조 속에서 천천히 세상을 파고드는 이영진만의 물음을 풀어내는 해답일 것이다.

이영진_청춘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6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 세상을 여는 자신만의 열쇠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고 혼자 용기 있게 간다는 것이 외롭고 힘들겠지만 사회로부터의 외면과 고립,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무엇이 예술가들에게 이런 혹독한 시련을 겪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거대한 미술적 담론을 굳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진정한 예술가들로서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기도 하다. 또한 같은 생각, 같은 주제, 같은 표현을 하고 있는 그 자체는 이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의심도 하지 않은 불감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무한한 상상력으로 또 다른 차원의 예술의 실체를 찾아 모험을 즐기고 더불어 현실과 예술의 한계를 뛰어 넘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가기를 기대해 본다. ■ 김민기

이영진_충남대학교 앞 거리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6

2011년 군 입대 그리고 2013년 재대한 후 바로 복학하였다. 3년이 지난 지금 나의 생각과 몸은 3년 전 복학할 때와 똑같다. 제자리걸음이다. 나의 앞길은 여전히 안개속에 있다. 동기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한다. 과연 희미한 작은 불빛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붓을 다시 잡는다.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붓질이나 색으로 다가가고 싶다. 가끔 사소한 규칙이 정해지고 어긋날 때에는 싫증을 내며 나태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 규칙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나만의 스트레스를 작품에 원칙이나 규칙을 파기하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다. 나의 작품에는 무거운 느낌이나 불쾌한 색과 형태는 넣지 않았다.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힘든 많은 일들에서 벗어나 치유되기 하는 바람이다. ● "영진이는 뭐해?", "몰라 그림이나 그릴 걸", "아직도?". 이런 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또 생각한다. 나의 미래는 잘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모르고 아마 나 자신보다 모른다. 신은 없다. 내 자신 밖에 없다. 작업하면서 가끔 하는 생각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 결과에 대해서 웃고, 울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 이영진

Vol.20161020b | 이영진展 / LEEYOUNGJIN / 李永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