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rdians - 保護者

최진호展 / CHOIJINHO / 崔眞豪 / sculpture   2016_1019 ▶ 2016_1025 / 일요일 휴관

최진호_화강석(오브제)_480×120×4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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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홈페이지_www.zeeno.ne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송아당 GALLERY SONGADANG 서울 종로구 사간동 45번지 Tel. +82.2.725.6713 www.gallerysongadang.com

나를 보다-잊혀진 조각의 원형(原形)을 찾아서 ● 조각가 최진호는 첨단디지털미디어가 우세인 현대의 미술환경 속에서 단연 개성 있는 작가중의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화가' 혹은 '조각가'로 불려지던 이들이 현대에 와서는 아티스트라는 보다 포괄적이고 모호한 범주 안에서 정의되는 가운데 '조각가'로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예술에서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되었고 회화나 조각, 디자인, 퍼포먼스, 건축과 과학기술 등의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는 시대에 최진호의 조각은 사람의 시선을 붙들어 멈춰 세우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의 근거는 작가만의 독특한 '화강석 조각'에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최진호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석조(石彫)'를 자신의 주된 작업의 화두로 삼아 작업해 왔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해치상'과 '인물 석조각'은 여전히 그의 작업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 작가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인물조각은 주로 서로 다른 종류의 화강석을 이용하여 제작된 것이었으며, 2001년경부터 현재까지는 '해치(해태)'를 주요주제로 하여 작업해 오고 있다. 해치를 모티브로 한 조각은 화강석과 대리석을 비롯해서 석고, 테라코타, 철, 한지 등의 다양한 재료로 그 소재와 형상을 확대하고 발전시켜 작업하였고 이들을 2003년 개인전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2009년에 서울시청사에「청렴의 해치」조각을 세우게 되면서 해치상에 대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작가가 2001년부터 해치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작업해왔으니 근 10여 년의 세월을 해치와 함께해온 셈이다. 그러는 동안에 조각의 구조는 더욱 단단해졌고 표현의 진폭 또한 확대되었다. 그의 이전 작업인 인체조각이 정면성이 강조된 정적이고 절제된 양감의 표현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와는 다르게 해치조각에서는 고전적인 그것에서 잘 표현되지 않았던 동세가 강조되고 해치형상 자체의 구조가 부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는 과거의 해치상이 실재하지 않는 상상의 존재인 이유 때문에 그 내용적인 측면에 따른 형태가 주로 표현되었다고 한다면, 작가가 현재에 재해석하여 제작하는 해치상은 조각의 본질적인 요소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그 '구조'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부연하자면 이는 최진호가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끈질기게 천착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한 '한국 고유의 석조각의 원형'이라는 명제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해치상의 기본형상에서 구조로, 다시 구조에서 재료(물성)의 이동으로 현대적인 해석을 거친 해치상은 작가로부터 단단한 구조를 부여 받아 동시대의 새로운 해치로 재 탄생한 것이다.

최진호_해태상_브론즈_51×60×35cm_2015
최진호_응시를 하다_브론즈_55×25×18cm_2016
최진호_삶의 무게_브론즈_40×25×17cm_2016

최진호는 자신의 조각에 다양한 '한국의 화강석'을 도입하여 그만의 독창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채굴되는 서로 다른 색상과 성질을 가진 화강석을 이용한 그의 조각은 자칫 고전조각에서 느껴지는 고졸미(古拙美)에 익숙한 이들에게 시각적인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해치상과 더불어 제작하고 있는 '물확'또한 다양한 개성을 지닌 화강석의 조합을 볼 수 있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수반(水盤)이라고도 불리는 물확은 해치상과 종종 짝을 이루어 함께 전시되곤 하는데 이들의 조합은 자연스럽고 생활친화적으로 보인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실내공간에 어울리는 석조각의 제안을 통해 조각미의 가치를 연구하고, 공공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석조각"이라는 그의 이상이 구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10년 '지노공간(Zeeno Space)'에서 열렸던 개인전은 해치와 물확이 좋은 짝을 이루어 일상생활 속에서 상호간에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을 잘 반영해 주었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상상의 가공된 동물인 해치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한다는 상징성이 있는 신수(神獸)라고도 알려져 있다. 전통 한옥에서 전시된 이들은 가옥의 주춧돌 역할을 하거나 주거공간의 요소마다 자리를 잡고 있어 사람의 안녕(安寧)을 지켜주는 듯한 인상을 주고, 친근하고 억지스럽지 않은 조형적 요소는 한국전통의 석조문화나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미감을 환기시켜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에 세워진 정자의 경우를 보면, 원래의 자연환경 안에 바위나 연못 등이 있는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그 위에 정자를 지어 세움으로써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작가에 의해 탄생한 '해치와 물확'은 마치 자연의 '바위와 연못'의 축소판과도 같이 때로는 둔중하게, 때로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과거의 문화적 전통과 맞닿아 있는 듯이 느껴진다. 이렇듯 최진호의 조각은 한국적 정감을 가진 석조문화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과정을 통해 동시대의 건축과 디자인 등 미술과 비교적 인접한 장르와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작업성향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철'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등장하여 화강석과 조화를 이루는 형식의 작품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작업이 주로 해치의 기본형상이나 조형에 대한 연구였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서 보다 현대적인 조형방식을 가진 해치상과 물확이 선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체와 결합의 과정을 거친 해치판석 위에 건축적 요소를 가진 조형물을 조합시킨다든지, 또는 철판으로 기본구조를 만들고 이를 이원화(二元化)하여 색감을 더해 석재와는 또 다른 양감을 구현한 해치조각이 그것이다. 이들은 전시가 열리고 있는 실내공간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입구를 비롯한 정원의 적소에 위치하며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미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최진호_공작새_240×220×80cm_2015
최진호_마주보다_브론즈_50×50×17cm_2016
최진호_45×45×17cm_2016

최진호는 일찍이 수많은 여행을 통해서 석조각에 대한 영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잠자는 석상」(1995),「운주사와 이스터섬 사이」(1996),「물고기와 같은 자유」(1999),「이스터섬의 기억」(2002),「북방인 얼굴」(2003)'등의 작품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작가의 지나온 작업의 여정들이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석조각의 원류(原流)'를 찾아 떠난 작가의 지난한 여정은 '한국 석조각의 원형과 표현'이라는 주제하에 '해치'라는 중요한 모티브를 발견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다시 현재의「탑을 찾아서」(2011)라는 작업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탑을 찾아서」는 화강석과 철의 물성의 조합이 잘 이루어진 재료적 특성을 가지면서 형식적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탑의 기단부(基壇部)에는 '해치기단석'을 놓았고, 문양이 새겨진 철판과 화강석이 조화를 이룬 탑신부(塔身部)가 독특하다. 해치기단석 위에 탑을 얹은 모습은 흡사 그 옛날 산 전체를 기단석으로 삼아 석탑을 세운 신라의 미의식을 떠오르게 한다. 자연으로부터 온 모든 재료들이 그렇겠지만 그 중에서도 '돌'이라는 재료만큼 시간의 흐름이나 역사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자신도 '생돌'에서부터 시작된 자신의 작업과정 속에서 그런 시간의 의미와 역사적 흐름을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탑을 찾아서」의 면면에는 작품의 외형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최진호가 조각가로서 20여 년 동안 연구해온 그만의 역사가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에서 '탑'의 의미란 말 그대로의 탑이 아닌 조각의 원형, 또는 작가가 말하는 '한국고유의 석조각의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축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서 '원형(原形)'을 찾는다는 것은 곧 '나'를 바로 보고 잊혀졌던 나의 근원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여정과도 일맥상통하리라 생각한다. 근원이란 과거를 돌이켜볼 때 올바로 바라볼 수 있고, 또 과거로부터 이어진 전통에서 우리는 무한한 영감의 원천을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그의 작업에선 어떤 원인이 따라야 하는 결과론적인 사실 보다는, 이미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운 미의식이 느껴진다. 달리 말해 어떤 어설픈 지적인 허세나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듯 작가로부터 탄생된 '해치와 물확' 그리고 '탑'이라는 매개체(media)를 통해서 우리는 '한국적 미감'이라는 소중한 모티브를 재발견하게 되고 잊혀졌던 감성을 자연스럽게 불러 일으키게 되는 듯하다.

최진호_포천석_270×280×220cm_2009
최진호_포천석_200×230×180cm_2015

평론가 오광수는 최근 한 논고에서 "오늘의 상황은 조각의 부재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라 말하고 조각의 본질과 원형감각이 사라진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작가들을 독려하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조각이 부재한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 있다면, 작가에 의해 동시대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 사람들과 호흡하고 있는 '해치'가 더없이 친근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잊혀진 한국고유의 조각의 원형'을 찾아가는 조각가 최 진호의 앞으로의 작업여정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김수진

Vol.20161020j | 최진호展 / CHOIJINHO / 崔眞豪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