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덮개- 감각하는 식물들 GREEN MANTLE- Sensible plants

김지수展 / KIMJEESOO / 金志修 / painting.installation   2016_1027 ▶ 2016_1106 / 월요일 휴관

김지수_숨 Breathing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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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대전문화재단_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후원 / 대전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Artist Residency TEMI 대전시 중구 보문로199번길 37-1(대흥동 326-475번지) Tel. +82.42.253.9810~13 www.temi.or.kr

식물과 대화하는 여자 ● 김지수의 '초록덮개-감각하는 식물'은 자연, 특히 식물과 대화해왔던 시간들의 집약체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초록빛 식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시적 운동은 그 앞에 마주선 인간과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그것들은 식물의 겉모습을 넘어서 그것의 생리, 심지어는 심리까지 침투한다. 이러한 교감은 자연을 단지 서정적으로 대하는 것을 넘어서, 자연에 체계적으로 침투하는 과학적 방식을 포함한다. 과학기술이 생산의 관점에서 자연을 재료화한다면, 김지수는 과학적 프로세스에 바탕 한 상상력을 펼치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과학과 예술이 시각화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작가로 하여금 그 분야의 꾸준한 연구를 추동했던 것은 마당과 뒷동산에서 뛰어놀던 시절부터 시작된 자연 속에서의 체험이었고, 그 체험은 과학적 연구에 힘입어 보다 보편적인 언어로 확장되어 간다. 관객 앞에 실현된 작품들은 막연한 서정에도 딱딱한 지식의 체계에도 매몰되지 않고, 그 둘 사이를 오고간다. ● 김지수의 작품들은 환경의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는 규모를 포함해서 앞으로도 뻗어나갈 방향이 많다. 지하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 「숨-1」은 관객의 소리에 반응하면서 빛과 향기를 뿜어낸다. 여기에서는 향기도 빛처럼 눈에 보이게 연출된다. 김이나 연기와도 유사하지만, 기체보다는 밀도가 높아 솟구침과 동시에 아래를 향하는 허연 물질은 식물의 증산작용을 떠올린다. 여기저기 하얀 기체가 솟구치는 모습이 마치 활성단층대 위에 덮인 식생같은 모습이다. 조용한 지하 전시장은 식물이 뿜어내는 향기, 수증기, 빛 등으로 부산해진다. 인간의 소리나 움직임은 식물을 자극한다. 나무 탁자 위를 뒤덮은 도톰한 이끼층이 식물답지 않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많은 장치들이 자연의 두께만큼이나 여러 겹 깔려 있다. 탁자 아래에 늘어진 많은 전선줄은 마치 식물의 뿌리처럼 보인다. 식물과 기계가 결합된 사이보그라고나 해야할까. 이 작품은 9월에 있었던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에서의 기획전의 출품작 「숨」과도 연계된다. 이끼로 숲을 조성한 「숨」에서 엽록체 영상은 계속 움직이고, 사람이 다가가면 초음파 센서가 감지해서 빛이 더 환하게 들어오고 말을 걸면 향기를 내뿜는다. 모서리 없는 자연을 사각 틀에 담아 놓은 테미에서의 작품은 좀 더 실험실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작품 「테미 나무」는 스튜디오가 자리한 공원의 오래된 나무 사진을 꼴라주 한 것인데, 기둥부분은 잘라내서 잎부분만 뭉글뭉글 모여 있는 것이 마치 이끼 같다. 자유롭게 표면을 확장하는 방식은 위/아래, 좌/우의 대칭으로 대변되는 나무의 전형적인 형태학을 벗어나 뿌리 줄기같은 모습으로 증식하는 모습이다. 수목/리좀으로 대조되는 두 체계에서 김지수는 후자에 집중한다. 점과 점사이의 연결에 바탕하는 재현적 체계가 아니라, 차이와 반복에 바탕하는 드로잉을 해왔던 작가에게 이러한 선택은 자연스럽다. 리좀은 제한성이 없기 때문에 과도한 괴물같은 양상을 띄기도 한다. 우리의 4대강 녹조 띠처럼 생태계가 극도로 혼란되었을 때도 자연은 이러한 괴물같은 모습으로 반응한다. 자연은 외치고 있는데 인간은 반성하지 않는다.

김지수_숨-Ⅰ Breathing-Ⅰ_이끼, 목재, 전선, 아두이노, LED, 호스, 물 등_75×72×228cm_2016
김지수_숨-Ⅰ_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_2016

생태학적 관심사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늘 자신이 속한 장소에 민감하다. 그것은 형이상학적 관념이 아니라, 주변에서 발산되는 기호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학적 상상력에 의지한다. 또한 그것은 최고의, 그리고 최신의 것에 대한 적자생존식의 순응이 아니라, 타자와의 대화와 공존을 지향한다. 생태계에서 소통은 생존과 밀접하다. 생존의 방식 중 공존에 관심을 두는 작가의 지향은 가장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식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했다. 벽 틈에서 자라고 있는 고사리를 소재로 한 설치작품은 지난 3월부터 8개월 간의 관찰에 바탕한다. 벽 틈에 뿌리를 내린 고사리는 올해 한여름 무더위에 죽고 말았는데, 남은 포자가 다시 자라서 또 하나의 개체를 이룬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식물의 끈질긴 적응력, 재생에 대한 생각을 반투명 천에 담아 평행하게 배치하여 세 과정을 순환적으로 중첩시킨다. 선사시대 화석에도 그 흔적을 남겼던 오래된 식물은 그렇게 격세유전적으로 생을 이어왔으며 이어갈 것이다. 김지수의 스튜디오에는 몽환적인 드로잉들 외에도 실험실 용기들 안에 수집된 식물들이나 현미경 등이 있다. 작가가 자연에 접근하는 방식은 무의식적이면서도 선명하며, 심미적이면서도 과학적이고, 신비하면서도 분석적이다. 김지수에게 생태적 주제는 가장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것이며, 작품은 그 접점에서 이루어진다. 빛과 향을 포함한 수증기가 흘러나오는 설치작품 「숨-Ⅰ」은 그 앞에 선 관객이 식물이 아닌 동물임을 극적으로 대조한다. 거기에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다름이 있다. 이 공(共)감각적인 작품에는 소리만 빠져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나는 소리가 있어야 한다. 비록 작가는 식물들이 대량으로 제거되는 순간 마치 홀로코스트와 같이 그것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던 체험을 말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 식물은 그들을 스쳐가는 바람소리를 들려주고, 때로 그것들로 악기도 만들어지곤 하지만, 자체적으로는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동물만이 소리를 낼 수 있다. 자크 브로스는 「식물의 역사와 신화」에서 동물과 식물의 차이를 논한다. 그에 의하면 동물은 두 끝점이 열린 소화관이다. 식물은 속이 꽉 채워져 있는 반면, 동물은 원초적인 물을 내부에 간직한 공백상태를 이룬다. 자크 브로스에 의하면 동물은 몸의 중심을 차지하는 빈 공간에 태생의 환경을 내재화해서 그 환경을 늘 지니고 이동하는 특별한 신체구조를 가졌다. 동물은 자기 내부 중심에 바닷물처럼 짠 림프액과 혈액같은 원초적인 생명 발생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바람까지도 자기 안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바람 소리를 집중적으로 관장하는 통로를 따라 몸 밖으로 내보냄으로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수의 작품에서 이끼들은 동물(인간)이 내는 소리에 화답한다.

김지수_숨-Ⅰ_부분

작품제목 「숨-Ⅰ」은 이러한 역동성을 강조한다. 일상에서 식물은 무감각하다고 생각되지만, 그것들 역시 자기를 둘러싼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환경과 긴밀하게 소통한다. 식물은 동물의 이동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씨앗을 먼 곳까지 퍼뜨리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물질을 분비한다. 동물은 식물로부터 에너지원 뿐 아니라 독이나 약도 취한다. 인류는 식물의 소통방식으로부터 정신활성 물질을 발견해 왔다. 새로운 '지각의 문'을 여는 그러한 향정신성 물질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술이나 향수, 차 등에서 발견된다. 식물은 인간을 취하게 한다. 식물의 소통을 물질적으로 보자면 화학물질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각성제나 진정제같은 것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준다. 마이클 조던은 「초록덮개」에서 이러한 중독성 물질 중 대표적인 것으로 모르핀(morphine)을 든다. 그에 의하면 모르핀이라는 단어는 형성(form)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꿈이나 정신형성을 유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 꿈의 신인 모르페우스(Morpheus)라는 이름도 어원이 같다. 그 밖에 선인장이나 버섯 등 인류의 정신계에 영향을 준 식물들이 적지 않다. 평소에 아로마 향을 즐기는 작가에게 향기는 식물의 대표적인 소통방식으로 다가온다. 스튜디오 안에는 그동안 수집해왔던 향기를 담은 캡슐이 꽤 많이 있다. 예술이야 말로 중독같은 심신의 해로움을 야기하지 않는 취함 아닐까. 김지수의 작품은 이 소통의 과정을 단지 동화적 상상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극적으로 시각화한다. 인간과 식물 사이에는 접점이 있기에 이러한 시각화가 가능할 것이다. 맨 처음 인간은 지구상 최초의 생물체인 식물에 기생했지만, 곧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식물의 번식 문제에 도움을 준다. 자크 브로스는 「식물의 역사와 신화」에서 번식 문제야말로 모든 진화를 이끄는 견인차라고 본다. 그에 의하면 식물의 경우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꽃-열매-씨로 이어지는 순환방식의 채택이다. ● 씨앗의 발화는 동물에게 있어서 알의 부화에 해당한다. 씨앗은 모태를 떠나 새로운 싹을 틔우기 전까지 열매라고 하는 보호 기관 내부에서 성장한다. 열매는 씨앗을 보호하는 주머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식물은 자신의 포식자인 동물을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 만들었으며, 이 두부류의 생물들 간에는 꽃가루받이를 돕는 협력관계가 성립되었다. 이렇듯 식물과 동물은 공생관계지만, 식물이 동물에 앞선 지구 최초의 생물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은 엽록소의 활동이다. 작품 「숨-Ⅰ」에서 식물부분에서 반짝이는 빛은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빛을 붙잡아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생태 기반을 마련한 식물의 생리/생산 작용을 암시한다. 흘러나오는 기체는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발생시켜 마찬가지로 지구를 살아있는 행성으로 만드는 식물의 활동을 표현한다. 동물은 이동성을 통해 식물의 지속가능한 삶을 돕는다. 그 작품은 소리나 식물에게는 없는 동물의 특수성인 이동과 소리를 강조하며, 이러한 특수성은 공존을 위한 조건임을 암시한다. 작가는 식물을 선택함에 있어서 인간보다 훨씬 크고 또 오래 사는 나무같은 대표적인 식생이 아니라, 눈에 잘 안 띄는 이끼를 선택한다. 꼴라주 작품에서도 나무는 나무다운 모습을 제거하고 이끼같은 모습으로 배치했다. 설치작품에 등장하는 고사리 또한 원시적인 식물이다. 작가는 자연의 기반을 이루는 보다 원초적인 단계의 식물을 선택한다. 수 억 년 전 석탄기 숲에서 만들어진 석탄을 지금도 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은 포유류의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식물은 인간중심주의가 성립된 이래, 점차 그 존재감을 상실했다.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식물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기껏해야 배경 역할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로 최소한의 대사과정을 수행하는 식물은 욕망이 없다고 가정되며,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부처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종교적 금욕주의 이미지와 겹쳐지기도 한다.

김지수_초록덮개- 감각하는 식물들展_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_2016
김지수_식물 꼴라주 Plant collage_73×91cm_ 2016
김지수_테미 나무 TEMI Tree_91×73cm_2016

로베르 뒤마는 「나무의 철학」에서 최초에 힘과 성장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vegeter'는 급속하게 무기력하고 무감각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한 때는 자연 속에 모든 기호가 함축되어 있었다. 즉 자연 그자체가 내적인 힘에 의해 솟아나는 하나의 의미를 상징했던 것이다. 인간중심주의가 도래한 이후, 모든 자연은 그 본래의 가치를 상실했다. 자연의 기호 중에서 인간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제적 필요에 한정된다. 예술은 그러한 협소한 필요성을 괄호침으로서, 또 다른 기호를 더 활성화시키며 자연의 본래적 풍요로움을 예술에 끌어들인다. 드로잉, 영상, 설치 등으로 표현되는 김지수 작품은 배경으로 무기력하게 있던 것을 전경에 세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무처럼 기념비적인 식물보다는 원초적인 단계의 식물이 좀 더 극적일 것이다. 꼴라주 작업은 나무를 아예 리좀같은 방식으로 재배치한다. ● 어둑한 공간에 들어선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아는 척하는 작품 속 식물들은 이미 그 공간 전체를 향기를 머금은 축축한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다이앤 애커먼이 「감각의 박물관」에서 말하듯이, 축축함은 온도와 압력의 혼합이다. 그것은 이끼의 촉각적 느낌과 어우러진다. 이 '초록덮개-감각하는 식물들'에서 촉각성은 두드러진다. 다이앤 애커먼은 '촉각은 최초로 점화되는 감각이며 대개 마지막에 소멸한다'는 과학 연구를 인용하면서, 촉각이 없이 사는 것은 흐릿하고 마비된 세상을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인간 이전에 존재했고 이후에도 남아있을 식물은 감각에 있어 촉각과도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김지수의 작품에서 이끼라는 기저 생물은 어느 한 감각기관이 아니라, 온 몸에 퍼져 있는 촉각성을 일깨운다. 그것들은 피부처럼 대지를 덮는 '초록덮개'인 것이다. 인간을 여러 요소 중의 하나로 상대화하는 김지수의 작품은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의 대화를 촉발시킨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의 소통만큼이나 인간과 자연, 또 자연과 자연간의 소통 채널에 관심을 가져온 결과물이다. ● '감각하는 식물들'에 관심을 갖는 작가는 식물의 소통 채널 중에서 식물 생리의 정점에 있는 광합성 과정에 주목한다. 1층 전시장에는 엽록소의 움직임을 담은 동영상이 2미터 크기로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현미경으로 식물의 엽록소를 관찰해 왔다. 그러한 관찰에 의하면 종마다 엽록소가 다 다르고, 수생식물의 엽록소는 특히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것들은 빛과 온도에 반응한다. 작품은 이러한 생리적 과정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엽록체 영상에 반응하는 작품은 '2015 ARTIENCE DAEJEON 프로젝트(예술가, 과학자 협업)'전시의 설치작업이다. 그것은 식물에게 말을 걸면 빛이 들어오고 엽록체가 움직이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엽록체의 움직임 자체로 미세한 변화와 생명력을 보여주는 영상이 「움직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빛에 반응하는 식물의 감각을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시각화 하는데는 과학적 기구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빛에너지를 화학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광합성 과정 자체가 어느 정도는 기계적 과정이다. ● 이 과정의 응용, 가령 인공광합성 같은 과정은 무너진 생태계의 복원에도 필수적인 과학기술의 역량과 관련하여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식물로 하여금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엽록체이다. 로베르 뒤마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을 탄산가스를 들어 마시고 복잡한 물질로 전환하는 동시에, 대기를 산소로 재충전하는 역학적 기계라고 규정한다. 식물은 비유기체적 요소를 복잡한 유기체적 요소로 변환할 수 있는 유일한 개체들로, 엽록체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인 것이다. 이 녹색 세포들은 '초록덮개'를 이루며 자연의 항상성과 다양성을 주도한다. 스튜디오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엽록소의 활동이 활발했던 여름이었는데, 평문을 쓰고 있는 지금은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엽록소가 파괴되고 녹색에 가려져 있던 빨강, 노랑 같은 다른 색들이 드러나 울긋불긋하다. 최초의 생명체인 식물은 자연을 대변할 만하다. ● 전시제목과 동명의 책인 마이클 조던의 「초록덮개」에 의하면 1500년대 초까지도 신들이 식물을 흙에 심고 정령세계가 잘 자라는지 보살핀다는 개념이 식물에 신비한 분위기를 부여했다고 한다. 16세기 말이 가까워질 무렵 현미경이 발명되어 사람들은 식물이 어떻게 번식하는가라는 수수께끼를 처음으로 풀 수 있게 되었다. 식물의 수정은 동물과 달리 눈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전까지 온갖 미신의 대상이 되었다. 김지수는 작업노트에서 '소리를 듣고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보고 냄새 맡고 기억할 수 있는 식물의 감각 세계는 삶의 또 다른 신비가 된다'고 말한다. 과학자들과 많이 협업해왔던 작가에게 과학은 신비를 계몽의 빛 아래 해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호기심은 또 다른 리좀의 선을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다. 관련 학자들과의 협업은 색과 향같은 식물의 언어를 조형적 방식으로 증폭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자연의 신비는 과학의 빛 아래 조명되었지만, 그 시적 함축 때문에 빛이 바래지 않는다. 작품 속 고사리나 이끼같은 원초적인 단계의 식물은 인간처럼 입김을 품어내며 말한다. ● 아니타 알부스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담은 예술 작품들에 대한 글인 「마술의 그림들」에서 18세기에 식물에 대한 현대적 관점을 정립한 카를 폰 린네가 가장 사랑했던 성서문구는 '모든 육신은 풀과 같다'였다고 인용한다. 또한 오비디우스의 「변형담」은 린네가 즐겨 읽었던 책이라고 한다. 이 식물학자에게 자연은 삶의 변화를 반영해주는 거울이었던 것이다. 「마술의 그림들」에 의하면 린네의 식물군은 위계적인 배열체계를 지닌다.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것은 이끼이고 농부의 위치에 있는 것은 풀이며, 약초는 귀족에 해당된다. 그리고 식물들 중 가장 강력한 대상인 나무에서 그는 군주의 모습을 발견한다. 김지수는 나무보다는 풀에 주목한다. 풀은 배경에 머물러왔던 식물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나무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용이 일어나는 부분은 잎들, 즉 풀과 공유되는 부분이다. 김지수는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라고 말한 에머슨의 말을 인용한다. 잡초는 김지수의 작품에서 또 다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 이선영

김지수_봄 Spring_72×60cm_2016 김지수_여름 Summer_98×80cm_2016 김지수_가을 Autumn_124×88cm_2016
김지수_드로잉_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_2016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소리를 듣고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고, 냄새 맡고, 기억할 수 있는 식물의 감각 세계는 삶의 또 다른 '신비(mystery)'가 된다. 이러한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과 다양한 의사전달 방식의 체험은 우리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천천히 혹은 빠르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식물이 감각하는 시간은 식물과 사람과의 깊은 교감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식물의 반응과 소통, 사회화의 과정을 통해 유한한 지구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의 더불어 사는 지속가능한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 김지수

김지수_움직임 Moving_영상설치_00:03:31_2016

"What is a weed? A plant whose virtues have not yet been discovered." (Ralph Waldo Emerson) The world of senses related to plants — hearing and making sounds, seeing, smelling and remembering — forms another mystery in life. Experience of communion and diversified communication with different types of creatures lead us to a new world. The time taken by plants moving slowly or swiftly to feel sensation presents an opportunity for deep communion between plants and human beings. It speaks of the possibility of sustainable coexistence with various creatures on the finite earth through the plants' reaction to as well as communication and socialization with changes in external environment. ■ Kim jeesoo

Vol.20161027a | 김지수展 / KIMJEESOO / 金志修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