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찾아서

김태형_안도현_이경희_천근성展   2016_1027 ▶︎ 2016_1127 /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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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퍼포먼스 / 2016_1028_금요일_06:30pm_키라라

주관 / 로컬익스프레스 협력 / 링커파티하우스 전시행정 / 권재현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ANDONG CULTURE & ART CENTER 경북 안동시 축제장길 66 2층 상설갤러리 Tel. +82.54.840.3600 www.andongart.go.kr

안동을 통해 본 K현상과 지역의 만성화된 문제들 ● 안동安東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공존하는 지역이며, 안동시민들의 삶이 중층화되고 끊임없이 변화되는 유동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안동을 문화관광과 문화산업으로 포장하기 위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와 같은 표면화된 슬로건이 안동의 환경을 획일화시켰고, 정신문화의 위기 앞에 선 지금 이것은 시민들에게 낯 뜨겁고 이질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 이렇듯 'K'라는 이니셜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현상. K라 일컬어지며 전염성 강하게 생산되고 확장되어 세계화를 외치는 현상에서 우리는 그 본질에 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한시적 흐름을 타고 떠도는 K라는 낯선 필터. 이것은 소수와 개개인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밀어내고 전체주의적 사고로 그 본연의 가치를 망각시켜버리는 것은 아닌가? ● 이와 더불어, 급속히 진행된 한국형 근대화에 따른 수도와 지방도시 사이의 불균형적 관계, 지역적 모순현상 등은 이미 만성화된 문제들이다. 여기서는 '지역'이라는 보편적이고도 특수한 문제에 초점을 두면서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에 도시(지역과 장소)를 탐색하는 기획전이 붐을 이룰 정도로 많이 개최되었다. 그것은 당시 촉발된 사회적 관심사인 공간의 문제들을 다루며 도심주택재개발사업, 청계천 복원사업 등과 맞물려 진행되었는데, 1) 이러한 전시들이 '애매한 한국적 공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은 동시대와 호흡하며 사회의 조류에 긴밀하게 반응하려는 예술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기획전 『K를 찾아서』는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K현상'에 주목한다. 전시를 통하여 안동 시민들에게 익숙한 '안동'이란 공간을 다소 거리를 두고 생경하게 하며, 우리가 사는 자리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본다. 지금의 안동 풍경이 가지고 있는 당위성. 과연 그러한가?

김태형_객관적으로 보기-1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6

작가들, '한국의 K city-안동'에서 K를 찾아 나서다. ● K를 향한 질문을 품은 네 명의 작가들. 2) 이들은 한 달여간 안동 시내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숙박을 하며 안동의 곳곳(지역의 생생한 현장들 ― 안동 문화의 거리, 안동의 시장과 오래된 상점들, 예안면 도산서원, 시사단(試士壇) 3),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현장, 이육사 생가, 안동댐, 한국수자원공사, 건설현장, 골프장, 새로 이전한 경북도청, 하회마을, 병산서원, 시골의 폐교, 낙동강 기슭 등)을 누비며 K의 흔적을 추적하였다. ● 『K를 찾아서』를 진행하면서 작가들은 안동에서 표면화된 전통의 보존과 세계화라는 과제 사이에서 K의 의미, 문화 획일화가 안고 있는 위험성,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터전의 파괴, 전체주의적 사고와 개인의 가치, 본연의 가치에 대한 망각, 속도의 의미, 개인과 다양성 존중의 문제 등 우리 삶에 있어 근간을 이루는 여러 문제들을 공유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작가들은 각자의 작업을 통하여 소비와 생산의 흐름에 유순히 순행할 수 없는 지금의 우리 문화를 향해, 그리고 문화 이면의 거울에 비춰진 우리 자신의 무기력한 모습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김태형_객관적으로 보기-2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6

김태형은 안동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양상과 가치를 시각적으로 분석 ․ 해체 후 통합 ․ 재생산함으로써 만들어진 영상 이미지를 통해 지역을 통찰하게 한다. 「객관적으로 보기」는 타임 랩스(time lapse) 사진 기법을 사용하여 다층적으로 형성된 안동의 시공간을 빠른 속도로 압축한 다면적 영상과, 거울을 이용해 영상 이미지를 반사 ․ 투영시키는 이중의 설치작업을 거친다. 작가는 마치 연극 무대처럼 꾸며진 공간 안에 이 영상들을 설치함으로써, 실재하면서 동시에 가상의 공간인 안동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안동이란 공간에 대해 주관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미지들의 층(layer)들과 거리를 두고 자신을 위치시킴으로써, 대상의 본질에 대한 자기회복과 치유를 위한 의식儀式을 행한다.

안도현_공 空_발견된 오브제_220×150×150cm_2016 안도현_빙글뱅글_놀이기구, 상들리에_310×95×160cm_2016
안도현_KK_매트리스_190×200×100cm_2016

안도현은 한 달여간 안동 지역을 탐색하면서 예기치 않게 생겨난 수많은 관계에 주목한다. 작가는 작업의 과정을 우연에 맡기면서도, 강력한 끌림에 의해 선택된 버려진 오브제를 통해 지역의 특별함과 가치를 발견한다. 이들 오브제는 이미 쓰임에서 벗어나 있으며 가까스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긴 하지만, 통속적인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길들여진 삶에서 주체적인 자아를 찾아 가는 힘을 제시한다. 「무제_발견된 오브제」를 통해 작가는 쉽사리 간과될 수 있는 소수의 존재와 개개인의 고유성에 주목하면서, 획일적으로 K를 외치는 지금의 현상에서 안동의 역사와 장소, 기억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경희_가엾은 박쥐여_단채널 영상_00:13:10_2016
이경희_이 바닥_바닥매트, 나무 파레트, 녹음된 음성 사운드_560×720cm_2016

이경희는 이번 전시에서 안동에서 주어진 시간을 걸어 다니며 안동을 형성하고 있는 다양한 지층들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지역을 독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무수히 반복되는 이러한 행위(걸어 다니는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는 안동지역민들이 미처 지각하지 못한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데, 그녀는 이를 싱글채널비디오를 통해 하루 동안의 압축된 경험으로 기록하여 남긴다. 이번 작업을 위한 리서치 과정에서 작가는 2016년 안동의 한 사무실에서 멸종위기의 황금박쥐가 출현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여기에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민족시인인 안동 출신 이육사의 '편복蝙蝠)'이라는 시 4) 를 접목함으로써, 긴 세월의 흔적과 정체를 상실하고 어느새 관광지화 되어 버린 안동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가엾은 박쥐여」라는 작품으로 형상화하였다.

천근성_낙동강 칵테일 포스터_2016

천근성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염원하며, 만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순환함을 자신의 작업을 통해 느끼고 실천하는 작가이다. 평소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는 도산서원 시사단 부근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녹조를 주시한다. 「K-Alcohol」은 한국 정부로부터 낙동강 물(K-water)을 이용한 관광 상품 개발을 지시받는다는 가상의 시나리오 하에 전개되며, 작가는 한국문화의 전파와 지역경제 활성화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낙동강 물로 만든 칵테일 개발에 앞장서는 천박사 역할로 분한다. 한국적 오브제들을 정수기 필터로 사용하여 오염된 물을 정수하여 K를 추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다시 혼합물인 '낙동강칵테일이'란 지역 관광 상품으로 되돌아온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통의 보존과 세계화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는 K의 의미를 되새긴다.

천근성_K-Alcohol_낙동강물, 물통, 역삼투합 정수기, 발견된 오브제_2016

『K를 찾아서』가 갖는 의의 ● 네 명의 참여 작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기획전 『K를 찾아서』는 시공간의 경험이 동질화되고 있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안동이라는 공간에서 행해진 (확장된 개념의) '장소 특정적' 미술을 통해 비판적 기능을 모색한다. 이들의 작품은 안동에서 살아가면서 쉽게 지나치게 되는 일상적 환경을 거리를 두고 생경하게 만들며 이를 객관적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고 질문하게 한다. 이번 전시가 비록 한정된 전시공간 안에서 이루어졌더라도 말이다. 지금의 미술가들은 전시와 작품이 갖는 '중간적' 성격을 종결적인 것으로 여기는 형식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기점에 서있다. 이들의 작업은 자기완결적인 세계를 추구하기보다는 사회 속에 개입하는 것으로 변화 중이다. 이러한 미술로의 이동은 모든 공간들의 특질을 제거해버리는 자본주의의 광기에 대한 미술가들의 저항이기도 하다. 이제 작가들은 우리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보다 넓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층위의 경험을 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강력한 파장을 갖고 지역의 사회정치적 구조에 파고들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미술의 움직임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미술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자본의 힘에 복종되어 마무리되어버리는 결과는 경계해야 한다. 『K를 찾아서』는 안동지역에서 지금의 예술 생산과 소통에 대해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모색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다시, 로컬에서 길을 찾다. ● 로컬공간이 대안적 공공공간으로서 가능성을 지닌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각과 제도적 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로컬은 위기와 가능성의 두 가지 측면에 직면한다. 한편에서는 글로벌 자본주의라는 더욱 강력한 논리에 새롭게 포섭되어 자본의 구미에 맞게 재영역화 될 가능성이 다분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로컬공간이 글로벌화가 지향하는 유동성과 동질화라는 가치에 대치되는 장소정체성과 자율성, 고유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대항 정체성의 기반이 된다. 글로벌화에 따라, 글로컬리즘적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접근하는 것은 지역이 당면한 불가피한 과제이다. 전지구화로 인해 획일화되어 가는 흐름 속에서 어떻게 우리는 개인의 가치를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할 것인가? 지역의 진정한 변화와 발전이란 무엇이며, 지역이 필요로 하는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접근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5) 지역재생의 관점에서 본 미술의 역할 ● 여기서 다시 기존의 지역 정치와 행정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지역재생이란 과제에서 미술의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전시란 처음엔 미미하지만 거듭해 감으로써 커다란 힘이 되어, 지역의 문화를 재생하고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역에서는 미학적 강박관념과 카테고리, 미술의 영역적 속박에 구속되지 않고 지역의 독자성과 구체성, 지역사회와의 접점에서 전시의 문제를 풀어가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것은 현대미술계의 동향을 막연히 추종하거나 지역의 글로벌화라는 정책적 과제와 욕망 아래 지역에 현대미술을 무리해서 이식하는 지역 대규모 미술행사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오히려 인간 본성과 보편성을 토대로 함으로써 지역과 지역민, 미술과의 간극을 없애고 상호 자연스런 유대 관계를 만들어냄이 중요하다. 이는 미술의 비평과 텍스트를 넘어선 지점에 있으며, 담론의 형태만으로 보여지는 전시의 한계를 보완하고 다채로운 현상들을 제시하며, 지역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행동양식이 생산됨을 시각적으로 증명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풍부한 인문주의적 지평으로 미술을 확장시킨다.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지역이 처한 상황 하에서 지역민에게 맞는 환경과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주류문화를 내부에서 변화시켜가는 진정한 예술의 힘에서 기인한 지역재생이 요구된다. 인간의 자리를 묻고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며 지역 스스로에 대한 고정된 정의를 거부하는 것. 이것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미술의 새로운 담론일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 작가들은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구체화하여 안동의 새로운 문화적 성장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구체성에 주목하고 지역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해서 고정된 컨텍스트로서만 생각되었던 지역에서 잠재성을 견인해 낼 수 있는 작가들의 창의력이 요구된다. ■ 김수영

* 주석 1) 권순평 ․ 염중호,『만화경』, 눈빛, 2003, p.5 참고 2)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기획전 『K를 찾아서』의 참여작가는 김태형, 안도현, 이경희, 천근성 작가이다. 3) 조선 정조 때 영남지방의 과거시험 장소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건물이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3호. 4) 이육사는 「편복」에서 박쥐를 일제치하 우리 민족에 빗대어 민족의 정체성을 잃은 가엾은 존재로 표현했다. 5) 「2010 제1회 경상북도 국제미술심포지엄: 미술, 지역과 소통하기」, 심포지엄집 참고, (사)한국미술협회경상북도지회 주최, 2010.

Vol.20161027i | K를 찾아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