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

이동근_이동문展   2016_1018 ▶︎ 2017_0226 / 월요일 휴관

이동근_흐르는 길1_사진_105×130cm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이동근 『흐르는 길』展 이동문 『삼락(三樂)의 깃발』展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제1전시관 Tel. +82.51.517.6800 www.kafmuseum.org blog.naver.com/kafmuseum

세상의 흐르는 길에서 ● 이동근은 사진매체가 가지는 정교한 재현의 속성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초기 초상사진과도 같이 정지한 자세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신의 현재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다문화가정과 현대인 시리즈 작업들, 실내의 모든 사물들이 정밀하게 표현되어 하나하나의 오브제에 담긴 삶의 편린들을 호출하고 있는 좌천 아파트 시리즈는, 대상을 최대한 내밀하게 분석하기를 요구하는 작가의 시점을 반영하고 있다. ● 이번 전시 『흐르는 길』에서 이전과 조금 다른 접근, 즉 대상과 조금 멀어진 지점에서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동적인 이미지는 배제되고 시간이 정지한 듯한 표현은 작가의 일관된 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포착한 건물의 외형적 이미지와 분위기를 볼 때 오늘날 도시에서 전개되는 개발과 무관하게 개발이 보류된 마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보다 움직임이 없는 장면 그 자체만으로도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묘한 인상을 받는다.

이동근_흐르는 길7_사진_130×105cm_2016
이동근_흐르는 길8_사진_130×105cm_2016

이 시리즈들에서는 보일 듯 말 듯한 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우리 주변의 마을풍경임에도 인물이 주요 대상으로 상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따듯한 골목과 정겨운 마을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기계적으로 현상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마을이 대상화되어 제시되고 있다. 이는 이번 작업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한데, 부감 시점의 원경사진들은 감성적 요인들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견지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방식으로 촬영되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화면의 미학적 구성과 무관한 듯 건물과 길들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덤덤하게 담아내고 있다. ● 골목길 작업 또한 지나치리만큼 정밀하게 묘사된 낡은 벽 표면과 바닥의 질감, 골목길을 주도하는 푸른 색조, 그리고 깊은 심도로 입체감이 결여된 화면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실제 공간을 마주하는 것 같은 크기로 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제 골목길이라는 현실감을 상실하고 초현실적인 공간 혹은 객관적 대상으로 파악하게 만들고 있다.

이동근_흐르는 길9_사진_130×105cm_2016
이동근_흐르는 길10_사진_130×105cm_2016

이러한 표현들은 작가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달리 최근의 방문에서 낯설게 다가온 개인적 느낌을 드려내려는 의도이기도 하겠지만, 급속히 변해가는 근대 도시의 개발 이면의 소외와 무관심과 같은 현실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 이동근은 그동안, 우리가 외면하고 싶고, 혹은 외면해 왔으며, 혹은 반대로 과시하고 싶은 오늘날 특정한 삶들의 실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도록 피사계 심도를 깊게 포착하여 말 그대로, 심도 깊게 인식하는 접근법을 보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대상에 대한 관심이 깊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특히 이러한 관심의 대상이 표피적이고 심미적인 흥미를 넘어 작가의 삶의 궤적을 통해 직접 경험한 주변에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한 설득력을 획득하고 있다.

이동근_흐르는 길12_사진-105×130cm_2016

사진매체의 강점은 특정 시간과 공간을 가감 없이 기록하는 능력일 것이다. 이동근의 작업도 이러한 맥락 속에서 파악되어야 하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작가는 오히려 대상을 시간으로부터 분리시켜 그 대상이 가지는 맥락들을 명확히 그리고 엄밀히 제시하려는 듯하다. 즉,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종적인 흐름 속에서, 호흡을 엄추고 주변을 살피는 횡적인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진은 마치 흐르는 시간, 흐르는 길 속에서 잠시 멈추어 보기를 요청하는 것 같다. ●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근, 현대 사회의 단면을, 개인의 기억과 내밀한 삶들과 결부시키는 작가의 미시적 관점은, 지나치듯 바라만 보아도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오늘날 이미지 생산 방식과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 특별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보이는 작가의 사진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심도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여기 있다.

이동문_삼락의 깃발, 강오석 76세 1300평_피그먼트 프린트_80×100cm_2010
이동문_삼락의 깃발, 김옥자 54세 3000평_피그먼트 프린트_80×100cm_2010

삶을 주시하다 ● 녹색으로 물든 강물은 실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녹색 성장이라는 이전 정부의 구호대로 녹색이 너무나 성장해 버린 강물. 2016년 한 해 동안 여러 사안들로 인해 이슈가 널리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여름 4대강 유역의 녹조현상은 생태계의 이상을 말해주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큰빗이끼벌레라는 생소한 이름이 익숙해질 무렵, 이미 큰빗이끼벌레도 서식하기 힘든 급수가 되어버렸고 4급수에서나 보이는 깔따구와 실지렁이들이 출현하고 있다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 이러한 변화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이명박 정권에서 진행된 4대강 사업의 문제의 후유증들이 지금에 와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동문은 일찍이 이와 같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경고를 해왔다. 작가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2010년 낙동강을 찾아 그 현장을 기록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금 그의 작업을 조명하는 것은, 당시의 사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맥락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동문_삼락의 깃발, 권해용 60세 523평_피그먼트 프린트_80×100cm_2010
이동문_삼락의 깃발, 장명렬 60세 2300평_피그먼트 프린트_80×100cm_2010

자연 파괴에 대한 우려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작가들 특히 사진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기록하고 증거하는 작업들을 해 왔다. 이동문 작가도 당시 4대강 사업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는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 특히 그 강을 터전으로 강과 함께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문제에 주목하였다. 소극적이고 미약한 저항을 뒤로하고 그 터전 밖으로 내몰리게 된 사람들의 현실이 그것이다. ● '삼락의 깃발'은 몇 대에 걸쳐 일궈온 땅이 부산시의 약속과 달리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을 처지에 내몰린 농부들의 기록이다. 농민들은 마치 허물어지는 자신들의 터전을 배경삼아 마치 마지막 기억과 기록을 위한 듯, 거대한 국가의 권력 앞에 어찌할 수 없는 체념의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는 항상 인물들과 토지를 함께 깊은 심도로 포착하고 있는데 이 두 요소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려는 의지로 보인다. ● 이는 작가가 인물의 감정과 상황만을 중요한 요소로 파악하여 인물만을 부각하기 보다는, 이들 앞에 직면한 현실과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그들의 터전을 하나의 프레임 속에 함께 구성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동시에 인식하기를 요청하고 있다. 즉 단순히 농토를 잃게 된 191명과 그 가족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또 낙동강 유역에 끼칠 자연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증거하고 기록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동문_삼락의 깃발, #001_피그먼트 프린트_29×45cm_2010
이동문_삼락의 깃발, #002_피그먼트 프린트_29×45cm_2010

그리고 작가는 오랜 기간 이 지역의 농민들과 교류하면서 최대한 이들과 교감하려 하였다고 했는데, 이러한 친분관계는 카메라 앞 인물들이 가질 수 있는 이질적 심리상태를 가급적 배제하고 이들이 가지는 현재의 모습과 심리 상황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러한 작가와 주민들의 친밀감으로 인해 이 공간에서 호흡하는 일상의 삶은 더욱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카메라를 응시하는 인물사진에서 이들의 눈빛은 체념한 듯 무표정하지만 자신들의 터전을 딛고 있는 이들의 인체는 땅과 하나 되어 멀리 펼쳐진 농토와 함께 경건한 분위기가 들기도 한다. ● 이동문의 작업은 4대강 사업이 끼치는 생태계의 파괴, 그리고 그 속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환경의 문제, 혹은 생존의 문제를 넘어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고 이는 또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일방적인 국가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와 문제적 정책은 일시적인 것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 김성연

Vol.20161030j | 오늘의 작가-이동근_이동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