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고향 / Hometown of stranger

홍은아展 / HONGEUNAH / 洪恩娥 / painting   2016_1031 ▶︎ 2016_1107

홍은아_이방인의 고향_캔바스에 유채_180×24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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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031_월요일_03:00pm

기획 / 추계예술대학교

관람시간 / 09:00am~05:00pm

추계예술대학교 현대미술공간 C21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11가길 7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층 Tel. +82.2.393.2601 www.chugye.ac.kr/mbs/c21

나의 작업은 나와 내가 직면한 현실, 또 사회와 정치의 이상 사이의 괴리감을 깨닫는 데서 시작한다. 불편한 현실을 자각한 자아는 내부에서 안정감을 찾으려 하고, 그 요구는 자아와 외부 간의 소통을 위한 형식을 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회화와 사진을 통한 조형은 나에게 나를 발현할 형식이 되고 외부세계를 향한 언어가 된다. 나는 그 언어를 통해 나 자신, 물리적 현실, 이상 사이 균열을 시도한다. ● 실제 상황을 그린 듯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실제 상황일 수 없지만, 상황의 실재감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작 '이방인의 고향'은 형상과 장면의 시각적 재조형을 통해 물리적 존재와 추상적 존재 간 분리를 완화함으로써 현실과 '이상'의 거리감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추격하고자 했다. 실제 상황을 근거로 구축된 비현실 위로 구현 가능한 상상을 현실화한다. ● 연작 '이방인의 고향' 속의 공간은 오랜 타향살이의 일상에서 빈번히 만나는 문화적 이질감과 절대 끝나지 않을 듯 계속되는 세상의 사건, 사고들로 인한 절망감 속에서 삶을 이해하기 위해 짓기 시작했다. 어긋난 일상에 대한 예감이 '어긋난 삶'이라는 판단에 대해 의심하도록 하였다. 나의 일상이 어긋난 것인지, 누가 나의 어긋남을 규정하는 것인지, 어긋남을 규정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일상을 증축하였다. 한 공간을 넘어 여러 공간이 만나는 곳에 내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 만남 속에서 예측 가능한 일상 이상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홍은아_이방인의 고향 2_캔버스에 유채_201×280cm_2013
홍은아_손님들_캔버스에 유채_180×240cm_2013

그림 「손님들」(이전 제목 「섞음 5」)은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 안 관광객의 모습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철거장 모습을 겹쳐 그린 작업이다. 웅장한 아랍 문화의 유적이 새겨진 알함브라 궁전은 15세기 말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이슬람 왕족이 머물렀던 곳이다. 알함브라 궁전에서 사진을 찍고 거닐던 사람들은 이 그림 안에서 어딘지 알 수 없는 철거 현장을 유랑한다. 관광객들이 기대했을 유적지의 웅대한 모습은 묘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다만 그곳엔 헐리는 건물들과 공사장의 보조물들이 알함브라 궁전의 투명하게 비치는 모습과 뒹굴어 놓여 있을 뿐이다. 유적은 표지를 잃고, 장소는 주소를 잊고, 사람들은 행방을 잃는다. 겹겹이 쌓인 물감 터치들이 알함브라 궁전의 오랜 역사적 건축물과 신축을 위한 철거장의 모습을 대신하고 관광객의 시선을 인도한다. 그 알 듯 말 듯 한 곳에서 관광객의 시선도 머물 곳을 찾지 못한다. 보존하고 누려야 할 가치는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가. 나는 알함브라 궁전의 마지막 왕가를 상상하며, 북아현동 철거장 앞에서 작은 텐트를 치고 추운 겨울을 견디며 외로이 농성했던 한 부부를 기억한다. 그림 속 사람들은 어디를 관광하고 있는 걸까?

홍은아_이방인의 고향 1, 2_캔버스에 유채_180×240cm, 210×280cm_2012/2013
홍은아_이방인의 고향 2_캔버스에 유채_210×280cm_2013
홍은아_바람이 부는 곳, 손님들_캔버스에 유채_각 180×240cm_2013
홍은아_밤에 오지 않는 문장_캔버스에 유채_200×250cm_2013
홍은아_어디로 가세요, 이방인의 고향_캔버스에 유채_각 180×240cm_2012/2013

나는 사진에서 이미지를 추출해 그림을 그려나간다. 사진은 스스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미지를 교란하며 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길고 크게 나뉘는 구조적인 선들로 시작하여 얇은 유화의 붓질들은 그림 전체에 유기적으로 켜켜이 쌓여간다. 그리하여 색의 면과 붓질의 생생함, 색이 이루는 명암들로 뒤덮인다. 서로의 붓질들이 주조하는 유기적인 반동이 시선을 이끌어가고, 전체의 흐름 안에 포섭되어 간다. 색과 붓질, 점 하나가 뉘앙스를 만들고 주제를 감지하게 하므로 과정 매 순간 집중하여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숨을 죽이고 관찰하여 흐름을 읽는다. 조심스레 붓질을 가감하고 한참을 삭혀둔다. 그렇게 그림은 마감된다. ● 내 회화는 구체적인 과정이나 완성의 지점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내부적 의지와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상황을 주시하며 전체를 형성하는 곳으로 나아가고, 주제와 소재, 회화요소들이 맞물려 갈 때 작업이 끝나감을 알 수 있다. 작업의 시작 동기가 회화적 물성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지점이 작업을 마치는 지점이 된다.

홍은아_드로잉 느린 인상_종이에 펜_21×29.5cm_2015
홍은아_드로잉 바람이 부는 곳_종이에 펜_21×29.5cm_2015

이번 전시는 연작 '이방인의 고향' 그림들과 새로운 연작 '화해의 안녕' 그림, '이방인의 고향' 연작의 드로잉들이 함께 설치될 예정이다. 연작 '이방인의 고향'은 이전에 '섞음 연작'으로 불렀던 작업이다. 그림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던 이름을 내용이 드러나도록 고쳤다. 연작 '화해의 안녕'은 연작 '이방인의 고향'과 회화적 형식이 거의 같지만, 소재가 분명하게 규정되는 작업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전시에는 연작 '이방인의 고향' 작업과 시작 단계에 있는 연작 '화해의 안녕'의 초기 작업이 전시될 것이다. 전시는 그림 속의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충돌하며 만나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설치될 예정이다. ■ 홍은아

Vol.20161031a | 홍은아展 / HONGEUNAH / 洪恩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