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投影『유연한 장소』Flexible Place

박윤경_송진_최성임展   2016_1104 ▶︎ 2016_1228 / 일,월요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110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공휴일 휴관

(재)한원미술관 HANWON MUSEUM OF ART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23 (서초동 1449-12번지) 한원빌딩 B1 Tel. +82.2.588.5642 www.hanwon.org

경험해야 할 지속적인 영역으로서의 유연한 장소가상의 시대, 실존하는 현대인의 좌표 찾기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가상현실을 그린 영화 매트릭스(1999년 개봉한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는 인간의 감각을 통제하기 위해 기계가 만들어낸 가상세계를 그린 영화이다.)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만 해도 먼 미래에나 있음직한 혁명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로 인식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2199년이었지만 개봉 이후 20년도 채 되지 않은 2016년인 현재,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는 이세돌 기사와의 대결에서 압승하였고, 예술창작 인공지능 마젠타(Magenta)(구글(Google)은 인공지능이 예술작품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술, 음악, 영상 등에서 사람 수준의 창조적인 작품을 구현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마젠타 프로젝트'를 2016년 6월 개시하였다.)는 스스로 작곡한 첫 피아노곡을 대중에게 공개하였다. 이러한 여파로 영화에서 주로 접하던 인공지능이 이제는 우리 일상에 실재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듯하다. 그러나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1949~ ) 등 많은 철학자들은 이미 매트릭스가 그린 세계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세기말 자본주의가 도래한 대도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오늘날 인간이 스스로를 예속시키는 테크놀로지 부상의 시대에 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체제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지닌다고 분석하였다.(슬라보예 지젝,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이운경 옮김, 한문화, 2003, pp. 246~259 참조.) ● 19세기 이후 본격화된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화시키고 초전문화된 노동력은 과잉생산을 야기하였다. 이는 다시 과잉 소비를 조장하기 위한 대량의 유혹적인 이미지들을 잉태하는데,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등 일상 곳곳에 침투한 기술적 물체들은 이러한 가상의 이미지에 권력을 부여하고 현대인들의 삶과 사회적 관계까지도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낳게 된다. ● 미술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200개의 캠벨 수프 통조림」(1962), 「마릴린 먼로」(1962) 같은 작품의 등장은 예술작품이 더 이상 고유의 아우라(Aura)를 지니는 것이 아닌,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고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기술 재생산 시대를 넘어 기계가 정신적, 창조적 활동에까지 개입하는 시대에 접어든 현대인들에게 기술을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보다, 기계에게 인간의 어느 영역까지 내어주게 될지가 더 유효한 고민이 되어버렸다. ●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개발한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을 뛰어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 그렇다면 이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기계와 인간 영역의 경계가 붕괴되어 가는 시대에 과연 인간의 존엄성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박윤경_행간에 서다 Stand Between the Lines_페인팅, 터프팅 설치_가변크기_2016
박윤경_파랑이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파랑 The blue is the blue that you think it is blue_ 시폰에 페인팅 마커, 아크릴채색_130.3×130.3cm_2016
박윤경_회화의 이면 Hidden Side of a Painting_ 시폰에 페인팅 마커, 아크릴채색, 나무 프레임, 경첩_130.3×193.9cm_2015
박윤경_공감의 방법 The Way of Sympathy_ 아크릴 채색, 페인팅 마커, 시폰, 기성 액자, 경첩_97×130.3cm×3_2015
박윤경_아햏햏 Ahhathat_아크릴릭 채색, 페인팅 마커, 시폰, 캔버스 프레임, 경첩_ 78×78cm, 116.8×80.3cm, 설치_2016

* 스펙타클로부터의 각성을 위한 예술실천 ● 제8회 投影전의 제목인 '유연한 장소'는 사회 전체가 물신화되고 기계가 인간의 감각과 의식까지 조정하는 현 사회에서 실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사회 전체가 하나의 통제망으로 거대해졌지만 개개인의 주체적 세계는 희미해진 이 시대에 사실상 가장 큰 문제는 주체성을 상실한 인간이 '피상적이고 수동적인 수용자'에서 스스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박치환, 「스펙타클의 지배와 인간의 (자기) 소외」, 『철학연구』, vol.33, 2007, p. 195.) ●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 박윤경, 송진, 최성임은 미술관이라는 '장소'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보고, 통제적 공간과도 같은 건물 내부에서 삶의 대부분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의 지각과 인식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이 고민은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작품을 마주하는 '경험'을 통해 물리적 감각들 안에서의 변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감정이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 이처럼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꽤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작품은 관계미술의 맥락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지만 흔히 관계미학(프랑스의 큐레이터이자 미술비평가인 니꼴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 1965~ )는 관객 참여로 촉발되는 상호작용이 작품의 내용이 되는 미술을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보고 그의 책 관계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을 통해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였다.)에서 거론되는 작품들이 작품 완성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써 관객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관객의 개입 없이 완결된 창작물을 관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실험하며 관객과의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는 점이 더욱 주목할 만하다. ●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히려 테크놀로지에 대항이라도 하듯이 신체 감각을 기반으로 한 정교함을 보여주는 세 명의 작가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과정은 예술작품이 아우라를 잃고 표류하는 현시대, 나아가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감각과 사고가 굳어져가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그 진리에 가까이하는 사유를 위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 박윤경은 '경험하는 회화'로써 관객과의 소통 가능성을 탐구한다. 즉 회화의 영역 안에 관람객을 위치시키고 그들의 내적 경험을 이끌어냄으로써 관객과의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 「행간에 서다」(2016) 등 근작에서 보이는 추상적 이미지는 언어를 해체하는 실험에서 비롯한다. 런던 유학생활을 통해 소통될 수 없는 언어는 추상적 이미지와 같다는 것을 느끼고, 의미 전달 과정에서 소실되고 남은 추상 영역을 중립의 상태로써 2차원의 평면에 제시한다. 이는 다시 3차원의 실제 공간에 적극 개입하는 설치로 구현되면서 작품과 공간, 관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모두에게 동등한 주체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 높은 채도의 컬러, 율동감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붓 자국, 얼룩지고 뒤섞인 물감 자국 등 작가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회화적 흔적은 얇고 투명한 시폰, 실크 등의 소재를 통해 더욱 뚜렷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품의 앞, 뒷면에 중첩되는 서로 다른 이미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인 움직임을 유도하고 다양한 시각 경험을 가능케 한다. ● 이와 같이 박윤경 작품의 내용적, 형식적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해체적 속성은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하라고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도, 그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최대한 감상에 이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회화의 물질적 요소를 통한 실험과 공간에 대한 탐구는 동시대 미술로서의 회화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공간, 관객, 작품 간의 경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송진_Fold Paper 1-#3_알루미늄에 혼합재료, 설치_85×50cm_2016
송진_Fold paper 2 #3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90×90cm_2016
송진_Fold paper 2 #4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90×90cm_2016
송진_Fold Paper 2-#1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106×127cm_2016
송진_Fold Paper 2-#2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100×158cm_2016
송진_Fold Paper 2-#6(좌) 2-#5(우)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93×119.5cm, 90×142cm_(재)한원미술관_2016
송진_Polygon in Space 3-#2(좌), 3-#1(우)_알루미늄에 혼합재료_50×67cm, 54×63cm_(재)한원미술관_2016

박윤경과는 반대로 송진의 작품은 작가 손의 흔적, 즉 붓놀림을 찾을 수 없는 익명적이고 미니멀한 기하학적 형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간결한 도형과 직관적이고 분명한 색상의 조합은 서구 모더니즘과 아시아의 종이접기 문화라는 다소 이질적인 두 장르를 포함하는 입체 페인팅으로써 구현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대부분 작가가 어릴 때 자주 가지고 놀던 색종이 접기 모티브에서 착안한 것들이다. 작가는 먼저 종이를 자르거나 접어보며 선에 의해 즉흥적으로 발생되는 흥미로운 형태를 찾는다. 작가의 직관에 의해 선택된 형태는 다시 알루미늄 조각에 색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개별 형태들은 3차원의 공간에 병렬됨으로써 완성되는데, 특별한 구성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업 구상 단계부터 설치될 장소(벽)를 하나의 큰 신(scene)으로 보고, 그 안에서 가장 조화로운 장면을 연출하여 공간의 에너지가 관객의 인지구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도록 하는 것이 작업의 최종 도착지이다. 이렇게 작가는 철저한 방법론을 토대로 작업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작업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기 이전에 형상들에 이끌려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자체에 빠져들게 만든다. 단순한 조형 요소들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시너지는 예술의 위계를 제거하고 작품을 이상적인 공간 자체로 경험하게 한다.

최성임_HOLES_철제망, 목재, LED조명, PE망, 플라스틱 공_가변설치_2016
최성임_HOLES_철제망, 목재, LED조명, PE망, 플라스틱 공_가변설치_2016_부분
최성임_HOLES_철제망, 목재, LED조명, PE망, 플라스틱 공_가변설치_2016
최성임_HOLES_철제망, 목재, LED조명, PE망, 플라스틱 공_가변설치_2016

이렇게 작가는 철저한 방법론을 토대로 작업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작업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기 이전에 형상들에 이끌려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 자체에 빠져들게 만든다. 단순한 조형 요소들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시너지는 예술의 위계를 제거하고 작품을 이상적인 공간 자체로 경험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최성임은 일상용품을 차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 예술과 일상 사이의 경계에 매달려온 그녀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오브제를 결합-재배치함으로써, 모순되는 두 개념을 잇는 과정을 시각화하고자 하였다. ● 공간을 가득 채우는 그녀의 작업은 컬러풀한 군집의 형상들이 버드나무처럼 천장부터 바닥으로 풍성하게 매달린 형상을 띤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이것은 양파 등을 담아 파는 PE망에 플라스틱 공을 넣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나치게 하찮아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이 물건들은 철저하게 작가의 손에 의해 예술작품으로서의 생명을 부여받지만 전시가 끝나면 다시 본래의 기능을 하는 일상 주변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상반된 역할 관계 속에 놓여 있다. ● 한순간 환영적인 예술이 되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이 반복적인 루틴은 작가 스스로 삶의 맥락을 예술과 함께 지속 가능한 상태로 구현하고자 하는 과정이자 절실한 무언가를 꿈꾸는 반복적인 우리 일상과 닮아있다. 단순하고 변화가 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 사적인 사유의 공간을 미술관이라는 공적 공간으로 확장하여 관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보여준다. ● 의미를 제거하고 보아도 최성임의 작품은 그 자체로서 완숙한 조형미를 지닌다. 그러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바로 관객의 존재와 관심이라는 것을 작가는 둥근 소파를 그 장소에 놓음으로써 다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관객과의 우연한 조우를 통하여 진부한 현대인의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충만함을 끌어내는 가능성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 이상에서 살펴본 세 명 작가의 작업은 미술작품을 품은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더 이상 예술가의 절대적 역할에 의해 의미가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놓이는 공간,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생성하는 열린 공간이 된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단순히 시각적인 차원을 넘어 잃어버렸던 감각을 발견하게 하고 풍요로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작용함을 일깨워준다. ● 2045년쯤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지능을 합한 것보다 우월해질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은 전망한다.(한국예술종합학교 2016년 중창포럼 자료집 "제1회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과 예술교육의 미래" 참조.) 하지만 기계가 인간의 두뇌 용량을 따라잡는다 할지라도 기술에 의해 인간이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만이 지닌 존엄한 영역인 감각과 감성, 그리고 이를 통한 주체적인 창조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 이번 전시를 통해 내용을 해석하고 새로운 담론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작품과 교접하듯 몸 전체로 먼저 느끼고 획일화된 지각과 정서를 스스로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예술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식들과 관객들의 독특한 사적 경험이 갖는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이 '장소'로서의 전시에 깊이와 생명력을 불어넣는지에 대해서 함께 고찰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이지나

*'스펙타클'은 프랑스 사회학자 기 디보르(Guy Debord, 1931~1994)가 현대사회를 상징적으로 개념화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로서, 그는 인간소외를 낳는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로 스펙타클을 정의하였다. 기 디보르, 『스펙타클의 사회』, 이경숙 옮김, 현실문화연구, 1996 참조.

□ 전시연계프로그램 행사명 : 아티스트를 만나다 개요 : 전시 참여작가가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시간 일시 : 11월 4일(금) 14:00 – 16:00 대상 : 미술애호가, 일반인 선착순 30명 참가비 : 무료

□ '문화가 있는 날' 특별프로그램 행사명 : 그림 읽는 수요일 개요 :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진행되는 '문화가 있는 날' 특별 프로그램 「시리즈1」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직접 제공하는 프리미엄 전시해설 대상_성인, 5인 이상 예약 시 운영 일시_11월 30일(수) 15:00, 12월 28일(수) 15:00 참가비_무료 「시리즈2」 큐레이터의 전시해설+참여작가들과 함께하는 창의체험 프로그램 대상_초·중학생, 5인 이상 예약 시 운영 일시_11월 30일(수) 10:00, 12월 28일(수) 10:00 참가비_무료

신청 및 문의 : 전화를 통한 사전 예약 (재)한원미술관 학예실 02-588-5642

*행사의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hanwon.org) 참조

Vol.20161104e | 제8회 投影『유연한 장소』Flexible Plac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