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당신의 마음 속이네

구명선展 / KUMYUNGSEON / 具明宣 / painting   2016_1102 ▶︎ 2016_1130 / 월요일 휴관

구명선_만족스러운 속삭임_면종이에 연필_130×77cm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1112g | 구명선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110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조선 GALLERYCHOSUN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4(소격동 125번지) Tel. +82.2.723.7133~4 www.gallerychosun.com

11초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녀는 추억을 담을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 그와 그녀는 조금 낮아진 해를 등지며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날은 아주 긴 산책을 했었다. 그녀를 지치게 했던 한낮의 노란 해는 주황의 그늘이 되고 있었고, 시원한 나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었다. 105km의 속도감과 기분 좋은 지루함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오늘의 순간을 어디엔가 담고 싶었다.

구명선_오후가 흐르는 숲_면종이에 연필_51×74cm_2016

그녀는 사진으로 기억을 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방식은 너무 객관적인 것 같았다. 그녀가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두었다가 다시 꺼내 보았을 때 그 감흥을 잊어 버린 적이 많았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풍경이 그저 객관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만의 주관적인 기억을 정확히 담으려면 남과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는 그녀에게 글로 적어볼 것을 권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추억이란 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글을 읽으려면 찾아보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녀에겐 좀 더 우연적인 방식이 필요했다.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다시 우연히 찾을 수 있을 방법. 5분전 지나왔던 것만 같은 터널 속으로 차는 다시 미끄러져 들어갔다.

구명선_걷다 보니 당신의 마음 속이네_면종이에 연필_77×130cm_2016

노란 터널 불빛에 그녀의 형체는 가려질 듯 다시 나타나고 다시 없어질 것 같은 울렁거림 속에 넘실거렸다. 그녀는 이내 결심한 듯 이야기 했다. "라디오를 켜보는 거야. 저기 저 터널의 끝에서. 그리고 혹시 들릴 어떤 노래에 지금 이순간과 우리를 담는 거야."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그들을 가득 채웠다.

구명선_무거운 아침입니다_면종이에 연필_74×51cm_2015

오후 4시35분 그들은 11초의 터널 밖으로 빠져 나왔다. 라디오에선 익숙한 연주 곡이 흘렀고 약 몇 초간의 묘한 공허함 후에 라디오DJ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그렇게 음악 속에 멈춰진 채 그들만의 방식으로 추억을 담았다. 키가 큰 햇빛과 별빛 같은 나뭇잎의 반짝임과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 그리고 그와 맞붙어있는 하늘이 펼쳐졌다. (Theme Eternal Sunshine의 OST) ■ 구명선

Vol.20161104g | 구명선展 / KUMYUNGSEON / 具明宣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