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The Practice

이기칠展 / YIGEECHIL / 李基七 / sculpture   2016_1109 ▶︎ 2016_1203 / 일,월,공휴일 휴관

이기칠_공간연습_MDF_가변설치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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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109_수요일_05:00pm

주최 / 김세중기념사업회

관람시간 / 11:00pm~05:00pm / 토요일_01:00pm~05: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열린문화공간 예술의기쁨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70길 35(효창동 5-390번지) Tel. +82.2.717.5129 www.joyofarts.org

악몽에서 깨어나면 생시임에 안도하지만, 삶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일견 비현실의 영역에 속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통용되는 한 분명 하나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예술은 많은 시행착오를 조정하는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궁극적인 결과를 도출한다. 이것은 마치 온갖 종류의 갈등을 극복해나가면서도 단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의 모습을 닮아 있다. 즉 하나의 결과로 나타나는 예술과 한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 그 자체는 연습이 아니라 실제이다. 그리고 이 실제에는 필연적으로 변수가 따를 수밖에 없고, 여기에 적응하는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단호하고 엄정하다. 그래서 실제는 연습이 아니지만, 이 실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요구된다. 그리고 적어도 연습하는 동안은 실제가 유보되기 때문에 이 실제성의 억압으로부터 얼마간 벗어날 수 있다.

이기칠_공간연습_MDF_12×24×12cm_2015
이기칠_공간연습_MDF_18×18×18cm_2015
이기칠_공간연습_MDF_18×18×18cm_2015

최근 나는 조각가로서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연습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훈련받은 예술가라면 실제로서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마땅하나 이 실제성은 역시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공간이 형성되는 경우의 수를 연습함으로써 실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에 적응하고자 하였다. 이 연습은 순수하게 공간만을 다루겠다는 목표를 두고 12×24×12cm의 직육면체와 18×18×18cm의 정육면체를 모듈로 삼아 수직과 수평의 직선 요소와 2와 3의 배수만을 변용하여 공간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모듈 안에서 치수와 위치만을 차례로 변경하여 공간의 변형을 이루어내는 연습은 조각가가 부담해야 할 예술적 고려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하지만 연습은 본디 실제를 전제하기 때문에 실제를 분석하는 연습은 결국 실제로 진입하게 만든다. 또한 이 작업은 본래 철로 주조하려 하였으나, 주조 후 비좁은 내부공간으로 절삭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현재의 기술로는 정밀한 가공이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MDF로 제작하고 있지만 현재 시험 가동되고 있는 메탈 3D 프린터가 상용화된다면 대략 7-8년 뒤에는 금속으로 제작할 수 있으리라 예견된다. 다시 말해 이 연습의 잠정성과 재료의 임시성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구체화되고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칠_공간연습_MDF_12×24×12cm_2015
이기칠_공간연습_MDF_18×18×18cm_2015

조각가에게 공간을 다룬다는 일은 실제적인 문제이기에 공간을 수리적 계산으로만 도출하고 연습한다는 것은 예술적 현실과 가깝다고 보기 어렵다. 즉 이 작업에서 실제적인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연습이며 가설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예술가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하거나 예술을 비하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의 삶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치명적일 수 있지만, 연습의 영역 안에서의 그것은 반복과 훈련 그리고 변경과 수정을 통해 해소되고 적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비현실적인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곧 현실의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지극히 연습생적인 믿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만일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아마 그 실제성이 괴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연습하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예술가로써 실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 이기칠

Vol.20161109d | 이기칠展 / YIGEECHIL / 李基七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