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작업 -水墨 Drawing Therapy-

박서령展 / PARKSEORYONG / 朴曙伶 / painting   2016_1109 ▶︎ 2016_1115

박서령_명상1-바다 海_한지에 수묵_80×117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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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해문화예술회관 Donghae Culture&Art Center 강원도 동해시 평원로 15(천곡동 809번지) 제1전시실 Tel. +82.33.530.2443

박서령의 '심원(心遠)'적 산수 미학1. "오늘 선택한 귀거래(歸去來)한 삶이 옳았고, 이전의 관료적 삶은 그릇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覺今是而昨非)" 도연명(陶淵明)은 봉급으로 받는 오두미(五斗米) 때문에 관리감독관에게 허리를 굽혀야 하는 굴욕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사표 내고 자연으로 돌아가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쓴다. 도연명은 자연으로 돌아간 이후에 많은 시를 쓰는데, 그 가운데 「음주(飮酒)」 5수(首)가 유명하다. ● "마음이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지니, 내가 사는 곳이 깊은 산속에 있는 것 같다.(心遠地自偏)" 내가 사는 공간은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떠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권력·명예·재물 등과 같은 외물(外物)에서부터 '마음이 멀어지니(心遠)'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 깊은 산속에 있다고 마음이 한가롭고 편안한 것은 아니다. 심원적 차원에서 세속적인 것을 일삼지 않는 '무사(無事)의 삶'이어야 한가롭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같은 심원적 삶은 한걸음 더 나아가 세속적인 것에 매몰당하지 않는 주체적 삶, '환아(還我)'적 삶을 가능하게 한다.

박서령_명상2-산수 山水_한지에 수묵_2016

2.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없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차 한잔' 마실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따뜻한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instant) 커피를 감안하면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짧은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핵심은 '차 한잔'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스스로가 모든 시간을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일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 오늘날 인간의 심신을 사역(使役)하게 하는 것은 많지만, 그 중에서 압권은 성과에 대한 과도한 압박감이다. 한병철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과 성과에 대한 압박감에 의해 몸과 마음이 옥죄임을 당하고 있는 사회를 '성과사회'라 규정하고, 그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성과주체라고 명명하면서 '피로사회(疲勞社會)'라는 말을 한다. 성과사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인데, 성과사회에서의 긍정성의 과잉은 도리어 자기를 착취하고, 긍정성의 과잉에 기반한 성과 사회의 이런 삶은 '활동적 삶'에 대한 긍정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아울러 한병철은 시간을 극도로 무상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욕망인데, 그런 욕망은 정신을 불안하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쉴 수 없게 만든다고 한다.

박서령_명상3-시간의 공간 時間-空間_한지에 수묵_80×117cm_2016

이에 비해 정신이 가만히 있을 때나 정신이 자기 안에 편안히 머물러 있을 때 향기가 나는 좋은 시간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에 '일 중독자'가 보기에는 '쓸모없는 것(無用)' 같지만 향기가 나는 사색적 삶, 정관(靜觀)적 삶, 무위(無爲)의 삶을 살 것을 요구한다. 향기가 있고 좋은 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쓸데없는 것을 비워낸 정신이고, 바로 이러한 비움이 정신을 욕망에서 해방하고 아울러 시간에 깊이를 준다고 본다. 이같은 시간의 깊이는 궁극적으로는 모든 순간을 온 존재 및 향기로운 영원성과 결합한다고 본다.

박서령_명상4-시간의 공간 時間-空間_한지에 수묵_65.5×91cm_2016

3. 한병철이 피로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요구하는 삶은, 동양의 은일(隱逸)적 삶을 살았던 화가들이 표현하고자 한 허정(虛靜)하고 유정(幽靜)한 심원적 예술 경지와 관련이 있다. ● 중국회화사를 보면, '일필초조(逸筆草草)'를 통해 일기(逸氣)를 담아내고자 했던 예찬(倪瓚)을 비롯하여, 황공망(黃公望), 손위(孫位), 왕묵(王墨), 장지화(張志和) 등 일품(逸品)화가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작품에서 '한아자적(閒雅自適)함', '자아 심령(心靈)의 자유로움', '기운(氣韻)의 고상함',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은일적 삶과 인생경지 등을 볼 수 있다. 미학적 차원에서는 권세와 명리를 추구하는 세속적 삶 및 계량화된 시간에서 벗어난 초시간적 차원의 인생경지가 추구하는 '고요함(靜)', '한가로움(閒)', '차가움(寒冷)' 등의 미학이 담겨 있다.

박서령_명상5-수풀 樹草_한지에 수묵_91×91cm_2016

당경(唐庚)이란 시인은 「취면(醉眠)」에서 이런 은일적 삶과 미학을 상징적으로 "산의 고요하기가 태고적 같고, 하루해가 길기가 마친 짧은 일년 같다(山靜似太古, 日長如小年)"라는 것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은일적 삶을 상징하는 '산정일장(山靜日長)'은 세속적 욕망과 시간의 구속에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생명의 존재가치와 이유를 파악하게 한다. 이런 과정에서 그동안 시간에 구속당하고 외물(外物)에 사역당한 나를 다시금 되찾게 하는 향기가 있는 시간과 아울러 '환아'적 삶이 가능해진다. 그 환아적 삶은 명상과 심신의 힐링으로 이어진다. ● 우리는 박서령 작가(이하는 작가로 함)가 '심원(心遠)'적 산수 미학:명상/水墨 Drawing Therapy'를 주제로 창작한 작품들을 통해 '산정일장'이 지향한 삶의 예술적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박서령_명상6-수풀 樹草_한지에 수묵_2016

4. '명상 / 水墨 Drawing Therapy'를 주제로 한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의 특징은 자연 풍경을 그리되 '사람이 없다(無人)'는 것 혹은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 '사람 있음(有人)'은 인위적 삶의 공간 설정과 그 공간에서의 형성된 상호 관계망이란 의미가 있다. 아울러 그것은 '더함의 세계(益)'로서, 그 세계에는 '인간 상호간의 시선을 통한 평가가 존재하는 세계', '체면차림과 예법에 얽매임에 의한 긴장의 세계', '심신의 자유로움을 얽매는 욕망이 존재하는 세계', '말 있음을 통한 존재 규명과 시비판단을 요구하는 세계', '원하지 않는 감정 교류를 모색해야만 하는 세계', '시간에 지배받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세계' 등 매우 복합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사람 있음'의 세계는 자율적 삶보다는 타율적 삶을 강요당한다. 이런 점에 비해 '홀로 됨(獨)' 혹은 '사람 없음(無人)'이란 앞서 말한 것들로부터 '벗어남'과 동시에 그것들을 '덜어냄(損)'이란 의미가 있다. 그 '벗어남', '덜어냄'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의 경지, 허정의 경지, 한가로움의 경지, 명상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박서령_명상7-수풀 樹草_한지에 수묵_72.5×53cm_2016(2008)

중국회화사에서 '사람 없음'을 통해 자신의 회화풍격을 대표하는 인물은 예찬이다. 예찬은 특히 '빈 정자(空亭)'를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맑고 고요한 심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예찬의 '빈 정자'는 '한거(閑居)'를 상징하고, 아울러 그 공간에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조용하고 그윽한 정자(幽亭)'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같은 '빈 정자'는 단순히 건축물 그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은일자가 임풍(臨風)하고 청조(淸眺)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아울러 은일자의 허정하고 유정한 마음을 상징한다. 즉 예찬 자신의 냉담(冷淡)함, 담박(淡泊)함, 유정(幽靜)함, 청한(淸閑)함을 담아내고자 하는 심상물(心象物)이다. ● 우리는 허정하고 유정한 경지와 관련하여 소식(蘇軾)의 '빈산 사람 없음(空山無人)', 왕유(王維)의 '빈산에 비 막 온 뒤(空山新雨後)', '고요한 밤 봄산의 빔(夜靜春山空)' 등과 같이 선미(禪味)가 물씬 풍기는 시어를 접할 수 있다. 여기서 공산의 '빔', 산정의 '고요함'의 경지는 '마음의 비어있음과 고요함'이 전제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경지다. ●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예찬처럼 인위적 '빈 정자'를 설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위적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고적 자연 풍경과 '사람 없음'을 통해 작가 내면 속의 '대자연의 빈 정자'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박서령_명상8-묵송 墨松_한지에 수묵_2016(2008)

5. 구체적 형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작가가 담아내고자 한 허정하고 유정한 삶의 표현인 '대자연의 빈 정자'는 여러 형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작가는 '인간 흔적이 전혀 없는 태고적 자연풍경', '바라보는 시선을 편안하게 만드는 드넓은 수평선',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숲길', '모든 것을 내 던지고 드러눕고 싶은 솜털 같은 초원', '숲인지 산인지 경계가 모호한 황홀하면서도 몽환적인 형상'을 통해 '사람 없음'이 지향하는 예술경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 예술경지의 표현에는 득의망상(得意忘象)이란 사유가 담겨 있다. ● 작가는 이같은 득의망상의 경지를 특히 '원(遠)'법을 사용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송대 한졸(韓拙)은 자신의 삼원법(三遠法)에 대해 가까운 언덕과 넓게 펼쳐진 물가, 광활하고 먼 산은 활원(闊遠)이고, 안개가 자욱하여 들판에 흐리는 물이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은 미원(迷遠)이고, 경물이 어렴풋한 것은 유원(幽遠)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가는 한졸이 말한 삼원법을 절묘하게 묘합하여 자신이 의도하는 '명상/水墨 Drawing Therapy'의 예술경지를 표현하고 있다. 바다, 산, 나무 등 서로 다른 형상들은 공통적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허정하고 유정한 삶이 담겨 있다. 화폭의 어떤 형상도 감상자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것은 없다. 시선의 편안함은 마음의 편안함으로 이어진다. ● 작가가 이처럼 심원의 허정한 경지에서 출발하여 표현한 유정한 풍경 및 담묵과 농묵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형상들은 '일의 시간'과 인간 관계망에서 벗어나 잃어버렸던 나를 찾고 아울러 잠시 동안이라도 쉬어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심원의 경지에서 '무사(無事)의 삶'을 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서령_명상9-묵송 墨松_한지에 수묵_80×117cm_2016

6. 이전까지의 삶이 그릇된 것을 알았다고 해서 하던 일을 당장에 그만둘 수 없는 것이 현대인의 불편한 삶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와유(臥遊)하는 한가로움은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그것의 관건은 심원인데, 작가는 심원의 예술경지에서 출발하여 '무용(無用)'인 것이 '대용(大用)'의 가치 있음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 조민환

박서령_명상10-산 山_한지에 수묵_2016

나는 명상 한다. 심상(心相)의 시각적인 환영 안에서... ● 나는 명상 한다. 水墨 Drawing Therapy 작업을 하며... ■ 박서령

Vol.20161109g | 박서령展 / PARKSEORYONG / 朴曙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