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말하는 잡음, 잡념

원혜선展 / HESUNWON / 元惠善 / photography   2016_1109 ▶ 2016_1115

원혜선_WhiteNoise 0039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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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1109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아리수 GALLERY ARISOO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13 Tel. 070.8848.5653 galleryarisoo.com

가방이 말하는 잡음, 잡념 ● 올바른 순서라면 상자에서 가방이 나왔을 것 같다. 물론 역도 가능하다. 나는 가방에서 상자가 나왔다고 생각하고 싶다. 반대순서가 좋다. 그래서 가방과 상자에 유독 관심이 많다. 특히 오래 된 그들을 보면 애착을 느낀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들리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소리가 있고, 모습도 없지만 어떤 형상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방 어느 엔가 오랜 시간 묶어 있는 가방을 열고 거기에 있는 것들을 만지면 고전영화처럼 쾌쾌 묶은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 이야기는 순서가 없다. 얽히고 설키여서 그야말로 백색잡음white noise이다.

원혜선_WhiteNoise 2418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6
원혜선_WhiteNoise 2072_피그먼트 프린트_60×90cm_2016
원혜선_WhiteNoise 5064_피그먼트 프린트_76×76cm_2016

이번 작품은 낡고 오래된 가방에서 제어되지 않고 나오는 이런 느낌을 반영하였다. 오래된 물건들에 숨겨져 있던 과거를 습관적으로 회상했다. 역시 이것도 순서도 논리도 없다. 앞뒤도 없다. 그래서 잡념이다. 그런 기억과 현재를 무질서하게 공존시키면서, 시간을 섞어가면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오래된 상자에는 다양한 시간들이 중첩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 변화는 마치 우주 공간에 행성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과 같다. 이렇게 대표 작품이 만들어졌다. 내가 가방에서 보는 것들은 신이나 삶의 문제와 같은 거대한 것도 있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것들이 많다. 어렸을 때 추억, 가족들의 이야기, 주변스러운 것들, 나의 작은 불안 등이 서로 엉켜진 채 실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잡다한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을 가방에서 보곤 했다.

원혜선_FlashBack9216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15
원혜선_FlashBack5368_피그먼트 프린트_36×50cm_2014
원혜선_FlashBack9469_피그먼트 프린트_110×110cm_2015

어떤 경우에는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그 음률에 심취하면서 무한하고 영원한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것 같은 착각도 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삶의 모습은 낡고 칙칙한 오래된 나무상자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환영에 잡힌다. 새 하늘과 새 땅을 보고, 그 문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보이지 않는 길이 보이기도 한다. 그 존재를 알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카이로스(?)의 순간에 온갖 잡념이 떠오른다. 어찌 보면 종교에서 말하는 선禪과 역행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 같다. 잡소리와 잡념이 끊이지 않고…….

원혜선_WhiteNoise9307_피그먼트 프린트_76×76cm_2016
원혜선_WhiteNoise5517_피그먼트 프린트_28×90cm_2016
원혜선_FlashBack9299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15

솔직히 끊고 싶지 않다. 잡념의 기억은 잡음과 함께 온다. 한 순간에 반짝하고 떠오르며 사라질 것 같은 그 기억을 소중하게 가두고 싶다. 검은 담즙의 합성어인 멜랑 꼴리라는 단어처럼 검은 색은 상상의 물질이다.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검고 어두운 배경에 빛이 렌즈를 통해 역광으로 비춰졌을 때 허공에 그려내는 몽환적인 둥근 원은 또 다른 미래의 희망의 메시지이다. ■ 원혜선

Vol.20161109j | 원혜선展 / HESUNWON / 元惠善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