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된 중독

허찬미展 / HEOCHANMI / 許讚美 / installation   2016_1111 ▶ 2016_1120

허찬미_가변적 화분_식물, 흙, 빛_250×432×410cm, 가변설치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금,토,일요일만 관람가능 / 월~목요일 관람시 예약 필요

스페이스 만덕 SPACE MANDEOK 부산시 북구 만덕1로 24번길 8 2층 Tel. +82.51.997.0558 spacemandeok.blog.me

누구나 불안에서 기인한 저마다의 크고 작은 강박과 습관을 가지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지속되는 행위들은 불안을 방어하기 위한 작은 기제로 작용하지만 나는 이것이 당연시 될 때 이미 불안에 중독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그 불안이 극으로 치달았을 때, 존재의 무기력함을 직시하였고 주체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울음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닫고 난 후, 나는 불안에 대해 조금은 덤덤해졌다. 내가 직시한 울음은 불안 속 살아 숨 쉬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의 행위였다. 주체라 인식했던 나는 결국 불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되며, 나는 하나의 객체에 불과했다.

허찬미_가변적 화분
허찬미_가변적 화분
허찬미_도달할 수 없는 호흡_잡초, 흙, 사운드, 혼합재료_190×225×200cm, 가변설치_2016
허찬미_도달할 수 없는 호흡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되는 매일은 눈을 뜨고 생활을 지속하는 한 계속된다. 내가 내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빛이 존재하는 시간동안 나는 무언가를 생산해내야 한다. 빛이 단절된 수면의 시간은 온전한 휴식을 위한 시간이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는 날들이 대부분이다.

허찬미_질서_죽은 식물, 흙_250×200×150cm, 가변설치_2016
허찬미_질서
허찬미_질서

내가 주로 산책하는 산책로 골목에는 시멘트벽에 박혀있는 벽돌 사이로 자라나는 잡초가 있다. 한참 울음에 대해 작업을 하던 시기에 마주한 이 아이들은 24시간 조용할 틈이 없는 도시의 소음과 공해를 온 몸 그대로 맞이한다. 그 엄청난 자극에서도 꿋꿋이 자라나는 잡초들을 보면서 삶의 가치나 기준은 모두 무의미해졌다. 매일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필사적으로 살아내는 잡초들은 결국 불안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살아내는 우리들의 삶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허찬미_호흡_식물, 흙, 수도꼭지_가변설치_2016
허찬미_호흡

불안에서 파생된 중독은 울음을 발생시키고 이 울음은 존재가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의 행위이다. 울음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직시할 때 존재의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살고 싶고 살아내고 싶은 의지가 반영된 삶에 대한 반증이라 생각한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울음은 호흡이자 살아있음의 표현이다. ■ 허찬미

Vol.20161112c | 허찬미展 / HEOCHANMI / 許讚美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