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Alternative Dreams展   2016_1109 ▶ 2017_0205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간송미술문화재단 / 연담 김명국_현재 심사정_호생관 최북_오원 장승업 백남준아트센터 / 백남준

주최 / 간송미술문화재단_서울디자인재단_SBS_경기문화재단 주관 / 간송C&D_백남준아트센터

관람시간 / 10:00am~07:00pm / 금,토요일_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ONGDAEMUN DESIGN PLAZA, DDP 서울 중구 을지로 281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Tel. +82.(0)2.2153.0000 www.ddp.or.kr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가 11월 9일부터 3개월에 걸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에서 개최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는 이번 전시를 위해 조선 중기화단의 대가 연담 김명국과 조선 남종화의 대가 현재 심사정의 대표작들과 함께 기이하고 독특한 품행으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의 호생관 최북의 산수화 및 인물화 그리고 조선 말의 대표적 화원화가 오원 장승업의 작품 들을 출품한다. ● 간송컬렉션의 작품들과 함께 백남준아트센터에서도 28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1950년대 독일 플럭서스 활동기의 자료들로부터 1960년대의 기념비적 퍼포먼스 영상인 「머리를 위한 선」, 1970년대의 대표작인 「TV 부처」와 「TV 첼로」 등이 나온다. 1980년대 이후 시기의 대표적 설치작품인 「비디오 샹들리에 1번」, 「코끼리 마차」, 「달에 사는 토끼」, 「TV 시계」도 놓칠 수 없는 명작들이다. ● 이번 전시는 단순히 좋은 작품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들의 연관성에 깊은 의미를 두어 작품 간에 연결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장승업의 「기명절지도」와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은 기명절지도가 아시아문화권에서 통상적으로 '길상'의 의미를 담듯이, 서구문명에서의 샹들리에는 '부유함'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유함을 의미하는 샹들리에에 대중의 일상을 보여주는 TV를 배치함으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복(福)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장승업의 「오동폐월」과 백남준의 「달에 사는 토끼」가 함께 전시된다. 장승업의 작품에는 봉황이 앉는다는 오동나무 밑 둥치에서 노란 국화가 피며 개는 달을 향해 짖는다. 백남준의 나무로 조각한 토끼는 TV 화면 속의 달을 응시한다. 달과 동물이라는 아주 흔하지만 특별한 소재가 함께 만난 것이 재미있고 우리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봉황과 달에 사는 토끼를 통해 달이라는 소재가 주는 상상력의 자극을 함께 생각하게 한다. 또 하나의 예시로 심사정의 대표작 「촉잔도권」과 백남준의 대표작 「코끼리 마차」의 연결을 들 수 있다. 「촉잔도권」은 촉(蜀) 지역으로 가는 힘든 여정을 말년에 심사정이 그린 그림으로, 구비구비 험준한 산길과 일렁이는 물길을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이다.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는 인간의 정보와 교류가 고되고 직접적인 물리적 이동으로부터 정보통신처럼 빠르고 간편한 이동으로 발전해온 장구한 인류사의 발달과정을 함축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사람과 사람의 미래에 대한 작가들의 이상적이면서 낙관적인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 또한 이번 전시에는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가상 현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VR 미디어를 활용한 작업, 「보화각」이 소개된다. '보화각(葆華閣)'은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보화각은 간송미술관의 옛 이름이다. 구범석 작가의 「보화각」은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보화각이라는 실재하지만 가볼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도록 기획되었다. 이번 작업은 이상향을 향한 여행을 초현실적인 시점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민족 미술의 정수를 보화각VR영상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길 기대한다.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_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_2016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협력하고 공동으로 기획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첫째, 백남준의 작품은 파격적인 형식과 새로움으로 세계 현대미술계에 알려졌지만, 엄연히 한국미술의 일원이며 한국성과 동양정신을 구현하려 했던 작가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간송 전형필 선생은 엄혹한 시기에 우리문화를 지켜낸 역할을 했고, 백남준은 우리문화를 세계 속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문화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이 두 인물의 만남은 특별한 에너지를 함께 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셋째, 네 명의 조선시대 화가들과 백남준의 공통점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믿음과 이상향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공통된 염원이었다. ● 이 다섯 명의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상향을 지향했다. 연담 김명국은 불교의 선과 도교의 신선사상으로 이상향을 꿈꾸었다. 현재 심사정은 몽환적인 남종 산수로 이상향을 그렸다. 호생관 최북은 그의 호가 '붓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는 뜻처럼 현실적으로 들리지만 유유자적하고 은일한 선비의 이상향을 사랑했다. 오원 장승업은 도석인물화를 통해 인간의 무병장수 • 부귀영화 • 입신양명과 같은 세속적 가치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현세를 초월한 신선의 삶에 존경의 마음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백남준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예술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고 동서양 문명이 서로 통하여 인류문명 자체가 어우러져 발전되길 희망한 이상주의자였다. ● 옛 사람들의 이상과 현대 거장의 이상이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내용은 같다. 인간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인류사에 대한 낙관이다. 낙천주의야말로 우리문화가 기제에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가치이다. 정치적 혼돈과 개인적 좌절이 아무리 무겁고 힘들더라도 옛 사람들은 낙천적인 세계관을 잃지 않았다. 백남준 역시 정보통신과 매스미디어, 과학의 엄밀성과 예술의 창조성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보다 살기 좋은 인류의 발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 전시회는 예술, 즉 문화로 세상을 바꾸고 좀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고자 했던 이상주의자들의 만남에 깊은 뜻이 있다. 또한 시대가 겪은 아픔을 문화를 통해 극복해 나가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염원이 이 시대에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 세계의 역사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우리나라의 기운과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그러나 옛 사람들은 낙천적이었고 이 현대미술의 거장 역시 미래를 밝게 그렸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는 이 밝은 예술들의 숨결을 음미하면서 세계를 즐겁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조심스럽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장승업(張承業)_약야홍장(若耶紅粧: 약야계의 붉은 연꽃)_지본담채, 기명절지 4쪽_131.2×33.7cm 장승업(張承業)_서안괘어(書案掛魚: 책상에 걸린 물고기)_지본담채, 기명절지 4쪽_131.2×33.7cm 장승업(張承業)_향로수선(香爐水仙: 향로와 수선화)_지본담채, 기명절지 4쪽_131.2×33.7cm 장승업(張承業)_고동추실(古銅秋實: 고동기와 가을 열매)_지본담채, 기명절지 4쪽_131.2×33.7cm
백남준_비디오 샹들리에 1번_TV 모니터, 색전구, 흑백, 무성_가변크기_1989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_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_2016

1. 복록과 수명, 그리고 부귀의 상징 ● 장승업의 「기명절지도」와 백남준의 설치 작품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을 함께 배열했다. 장승업의 「기명절지도」는 10폭이지만 이번 전시에는 4폭이 전시된다. 연꽃 • 책상에 걸린 물고기 • 향로와 수선화 • 오래된 동 그릇과 가을 열매들이 화폭의 소재들이다. 연은 군자를 상징하고 연뿌리는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두 마리의 물고기는 경사스러운 일을 바라는 뜻을 담고 있고 수선화(水仙花)는 이름자대로 물에 사는 신선 같은 꽃이니, 신선처럼 향기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감과 밤과 같은 가을 열매들은 일이 잘 풀리고 자손이 번창하길 바라는 소재들이다. 샹들리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사용했다고 전해지며, 처음에 촛불을 넣어 조명의 역할로 사용하던 것이 르네상스 시기 이후부터 조명뿐 아니라 건축 내부의 장식 기능까지 하게 되었다. 즉 샹들리에는 부유한 상류 계층의 전유물이다. 백남준은 1989년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을 제작하며 샹들리에에 여러 대의 소형 TV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부유함의 상징인 샹들리에에 대중들의 정보의 창이자 즐거움의 소일거리인 소형 TV를 매단 것이 특이한데, 아마도 모든 사람이 풍요롭게 사는 시대에 대한 기대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 두 작품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복에 대한 옛 거장과 현대 거장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심사정(沈師正)_촉잔도권(蜀棧圖卷)_지본담채_58×818cm
심사정(沈師正)_촉잔도권(蜀棧圖卷)_지본담채_58×818cm_부분
백남준_코끼리 마차_혼합매체_가변크기_1999~2001_부분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_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_2016

2. 이상향을 찾아가는 두 가지 방법 ● 현재 심사정이 63세에 그린 「촉잔도권」은 국보급의 대형 두루마리 그림이다. 현재 중국 사천성과 광서성에 해당하는 촉(蜀)나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여 시인 이백이 '촉으로 향하는 길은 하늘을 오르기보다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다. 화면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따라가면서 바라보면 험준한 산길과 굽이굽이 물길을 만드는 깊은 계곡이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진다. 이 그림을 바라보면 인생의 역경이 절로 떠오른다. 그림이 끝나는 왼쪽 부분에서 평화로운 강 하구에서 돛을 단 배들이 순풍을 맞아 어딘가로 유유히 흘러간다. 초반의 역경을 딛고 끝까지 살아간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말년의 여유를 상기시킨다.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는 인간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과거에 정보를 교환하려면 편지를 주고 받거나 직접 먼 거리를 이동해 만나는 수밖에 없었다. 먼 옛날부터 이동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코끼리다. 코끼리는 상서롭기도 하다. 그 위에 노란 우산을 받치고 행차하는 부처님의 모습이 해학적이다. 부처님은 마차에 TV를 가득 싣고 있다. 정보는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이제 모든 사람이 TV를 통해 쉽게 정보를 공유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는 이상향을 표현했다. 이 두 작품을 통해서 현재 심사정은 모든 순간에 정성을 다 하는 진지한 자세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고 말하는 것 같으며, 백남준은 기술이 인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 것 같다.

백남준_달에 사는 토끼_TV 모니터, 토기 조각상_가변크기_1996 장승업(張承業)_오동폐월(梧桐吠月: 오동나무 아래에서 개가 달 보고 짖다)_견본담채_145.1×41.4cm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_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_2016

3.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 ● "달은 인류 최초의 텔레비전이다." 백남준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을 토대로 여러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달에 사는 토끼」이다. 나무로 만든 토끼는 TV에 비춘 달을 한없이 응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달에 토끼가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도 여전히 달 속의 토끼를 상상하곤 한다. 과학적 사실과 시적 상상력, 이 둘의 우월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과학기술이 만든 TV라는 틀을 채우는 내용은 우리의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달을 많이 그렸다. 오원 장승업의 「오동폐월」 역시 그 중 하나이다. 보름달이 뜬 깊은 밤에 국화가 달빛을 받아 노란 빛을 더한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오동 잎에 다가올 겨울이 두려운 것일까? 이 국화꽃이야말로 이 해 핀 마지막 꽃이라는 것을 알아서일까? 보름달 뜬 밤에 개는 고개를 돌려 국화꽃을 바라본다. 오원이 자신의 심정을 지나가는 한 마리 개에게 의탁했는지도 모른다. 시적 정취가 아름답다. 이 두 대가들은 달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이 과거의 일이나 현재의 일 같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백남준_머리를 위한 선_종이에 잉크_157×100cm_연도미상 김명국(金明國)_수로예구(壽老曳龜: 수노인이 거북을 끌다)_지본수묵_100.5×52.7cm

4. 파격과 일탈 ● 우리는 규칙과 질서 덕분에 살아간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이끌었던 규칙과 질서의 엄밀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의미를 잃기도 한다. 탄탄한 힘을 잃은 규칙과 질서라 해도 누군가 쉽게 이를 대체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란 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소리 없이 다가온다. 우리가 변화를 인식했을 때 그것은 이미 변화가 일어나버린 이후이다. 다만 예민하고 직관력 있는 소수의 예술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먼저 느끼고, 그 변화의 의지를 파격과 일탈이라는 방법으로 예술매체에 투사시킨다. 예를 들어 존 케이지라는 서구의 대가의 전설적인 작품인 「4분 33초」는 피아노에 앉아 아무 것도 연주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자동차의 경적을 녹음한 전위적인 음악이다. 이 선구적인 시도는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이와 비슷하게 백남준의 「머리를 위한 선(禪)」 역시 자신의 머리카락에 잉크를 흠뻑 적셔 종이에 머리로 그은 선이다. 일종의 참선(參禪) 의식이다. 일상의 모든 시간을 참선 행위로 승격시키려 했던 대가의 일면이 묻어 나오는 걸작이다. 분방하고 개성 있는 필치로 효종과 인조 임금 시기에 활동했던 연담 김명국은 '취옹(醉翁)'이라는 호가 있을 정도로 술을 매우 좋아했고 격식이나 법칙에 얽매이지 않았다. 김명국이 그린 「철괴」라는 주인공은 도교의 팔선인(八仙人) 중 한 명이다. 작품에 보이는 대범한 필법이 예사롭지 않다. 「수로예구」의 수 노인은 장수를 상징하는 신선으로 거북을 끌고 다닌다. 연한 묵으로 단숨에 그린 화법에서 파격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

최북_관수삼매(觀水三昧: 물을 보며 삼매에 들다)_견본담채_31.6×11cm 백남준_TV부처_CCTV카메라, 모니터, 부처상_가변설치_2001(1974)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_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_2016

5. 깨달음에 대하여 ● 최북의 「관수삼매」에서 스님이 가부좌한 스님이 물가를 바라본다. 앞에 놓인 작은 종이조각은 경전의 부분을 따온 문구인 듯하다. 스님의 의식이 본인 내면에 있는 참된 자아에 완전히 이르지 못했는지 아직 물가나 경전 내용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깨달음은 어려운 주제이다. 그것은 아마도 나와 외부대상이 둘이 아님을 직관할 때 홀연히 얻게 되는 귀한 성찰일 것이다. ● 백남준의 1974년(2002년) 작품 「TV 부처」에서는 부처가 TV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관객이 TV 속의 부처를 바라보려고 하면 오히려 관객 본인이 나온다. 관객 모두가 부처라는 뜻일 것이다. 누군가 자신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응시하고 집중할 때 깨달음이 다가온다는 뜻도 담고 있을 것이다. 이 설치작품은 서구 철학계와 지식인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친 걸작이다. 옛 그림과 현대 거장의 설치작품에서 우리 인식이 성찰의 계기를 거쳐 성숙해가는 모습을 잘 나타내준다.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_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_2016

6. 세 사람 ●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유명한 고사를 형상화한 그림이다. 중국 동진 시대 혜원 스님은 손님이 오면 으레 배웅을 하곤 하는데 호계라는 계곡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도연명과 도사 육수정이 찾아왔고 이 귀한 손님들이 떠날 때도 배웅을 했는데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호계를 넘는 것을 잊었다고 한다. 세 사람은 호랑이 울부짖는 소리에 놀랐고, 그제서야 호계를 넘었음을 알고 모두 웃었다고 한다. 유불선이 하나되어 회통된 순간을 뜻한다. 백남준의 로봇 시리즈 중에 「슈베르트」와 「율곡」, 「찰리 채플린」이 있다. 「슈베르트」는 빨간 축음기 스피커를 모자처럼 썼다. 아홉 개의 진공라디오로 신체 전반부를 구성했다. 음악가임을 상기시킨다. 「율곡」은 모서리가 둥근 라디오로 두 다리를 표현했다. 선비의 정좌 자세를 연상시킨다. 두 팔에 세 가닥으로 뻗은 안테나는 선비의 도포를 나타냈다.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을 형상화한 로봇 조각 「찰리 채플린」도 고풍스러운 다섯 개의 TV 모니터와 전구로 구성되어 무성영화시대의 향수를 자아낸다. 슈베르트, 율곡, 찰리 채플린 모두 본인이 물려받은 재능과 맡은 바를 성실히 구현해낸 인물들이다. 모두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살다간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구범석_보화각_360° 3D VR film_00:04:40_2016
구범석_보화각_360° 3D VR film_00:04:40_2016
구범석_보화각_360° 3D VR film_00:04:40_2016

7. VR 「보화각」 ● '보화각(葆華閣)'은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뜻으로,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간송미술관의 옛 이름이다. 이번 작업은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장르인VR 미디어를 활용한 간송미술관의 첫 번째 작업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보화각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가상공간을 통해 색다른 체험을 하도록 구성되었다. 간송미술관 내부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송 소장품을 들여다보고, 또 그림 속 여행을 함으로서 새로운 재미를 더하였다. 구범석 작가는 '달'이라는 존재를 이번 작업의 주요 모티브로 활용하였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묘한 느낌을 주는 이 매개체를 작품 곳곳에 배치하여 일종의 포탈 같은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예부터 우리 동양의'달'은 복을 기원하고,안위를 지켜주는 존재이자 이상향으로 여겨 우리 삶에 신성시 되는 존재였다.이번 작업은 이상향을 향한 여행을 초현실적인 시점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달'을 통해 작품들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다시 보여주고자 했다. 우리민족 미술의 정수를 보화각 VR영상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기를 기대한다. ■ 간송미술문화재단

Vol.20161115f |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展